형혹(熒惑)이 태미(太微) 자리에 들어갔다.
○ 최충헌(崔忠獻)이 왕을 폐하고 태자를 추방하고는 왕의 아우 평량공(平凉公) 민(旼)을 옹립하였다.
○ 최충수가 딸을 태자의 비로 삼으려고 하여 굳게 간청하며 왕을 협박하자 어쩔 수 없이 태자가 비를 내보냈다. 최충헌이 비유를 들어가며 태자비로 들여서는 안 된다고 이해시키자, 최충수가 옳게 여기다가 다시 후회하였다. 그 어머니가 만류하자 손으로 밀어 땅에 넘어지게 하였다. 최충헌이 듣고 말하기를, “죄는 불효보다 큰 것이 없다. 이는 말로 깨우칠 수 없다.”라고 하고, 무리들로 하여금 광화문(廣化門)에서 기다렸다가 그의 딸이 들어가지 못하게 막게 하였다. 최충수와 그 무리들이 싸우는 대로 크게 무너지더니 빗장을 자르고 탈출하여 파평(坡平)에 이르렀다. 최충헌의 추격하던 자가 목을 베어 죽이자 내외의 대권이 모두 최충헌에게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