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종의 치세에 장군 인공수(印公秀)가 왕에게 몽고 사람의 의복을 본받도록 권유하였다. 원종은 말하기를, “나는 차마 하루아침에 갑자기 조종(祖宗)의 가풍을 바꿀 수 없다. 내가 죽은 뒤 경들이 스스로 알아서 하라.”라고 하였다. 이때에 이르러 처음 나라 안에서 모두 원나라의 의관을 입도록 명하자 백관들은 개체(開剃)를 하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오직 대궐의 학관(學官)만이 머리를 깎지 않았다. 왕이 승선(承宣)에게 명하여 타이르자 이에 모두 체두머리[剃頭]를 하였다.
○ 왕과 공주, 세자가 원나라에 가자 연회와 위로가 매우 후하였다. 원나라 황제가 말하기를, “어떤 사람이 짐이 고려 복장을 금하였다고 말하는데, 어찌 그러했겠는가? 너희 나라의 예를 어찌 갑자기 폐지하겠는가?”라고 하였다.
○ 왕과 공주가 원나라에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