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일본과 조선은 고작 좁은 해협을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어, 서로 이해를 함께하고 안위(安危)를 함께하며, 이른바 입술과 이[脣齒]의 관계였음은 말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두 나라는 협동하고 일치해야 비로소 서로의 안녕과 행복을 지킬 수 있다. 그러나 예로부터 조선 반도는 그 지리적인 관계 등으로 인해 항상 북쪽 강국의 압박을 면할 수 없었으므로, 어떤 때는 일본과 친하였고 또 어떤 때는 일본과 멀어졌다. 특히 근세에 이르러 세계의 형세가 일변하여 구미(歐美) 여러 나라들은 모두 힘을 동양으로 뻗쳐, 그들과 교류하는 것이 마치 이웃 나라와 다름없는 때가 되었는데, 조선의 국력은 나날이 더욱 쇠퇴하였으므로, 처음에는 청나라에게 복속되어 그들의 통제를 받았으며, 다음에는 청나라로부터 독립하자 갑자기 러시아에게 억압당하는 등, 항상 외교에서 열세의 지위에 서지 않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