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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4편 최근(국기 4243-4278년, 서기 1910-194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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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의 말

해방 전 35년이란 세월은 우리의 과거 수천 년 역사의 긴 세월에 비하면 한 순간, 찰나에 지나지 못하나 우리의 광휘 있는 민족사상에 낙인찍힌 치욕의 오점은 이를 씻으려하여도 씻을 수 없고 또 그 동안 받은 압박의 고통은 잊으려하여도 잊을 수 없다.

옛날에도 외족의 침입과 압력으로 혹은 굴복 혹은 국토의 일부를 빼앗긴 일도 있었지만 우리의 온 국토, 온 민족을 들어 외족의 통치 아래에 놓이게 하여 아무런 자유를 가지지 못한 노예의 생활을 한 것은 지나간 왜정 시대가 처음이었다.

그러나 어느 점으로 보면 이 치욕과 고통은 과거 오랫동안 병들어 온 우리 민족에 대한 일종의 약석(藥石)이요, 또한 큰 교훈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이란 원래 환란에서 긴장하고 방심에서 화를 당하기 쉽거니와 과거 조선 사람처럼 긴장이 속히 풀어져 고식적, 소국적인 태도를 가진 민족은 드문 것 같다. 또 우리의 선조가 종래 사대주의의 관성에서 자주 독립성이 박약하였던 것도 속일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런 버릇은 우리가 이를 악물고 고치지 아니 하면 우리의 진로에 또 어떠한 화난이 닥칠지 모르는 일이다. 더구나 우리 반도의 위치가 행인지 불행인지 여러 외국 세력의 침입과 충돌을 되풀이하기 쉬운 곳임을 더 한번 인식하고 깨달을 필요가 있다.

이 해방이 비록 연합군의 위대한 승리로 인한 결과일지라도 그 동안 우리 선배와 지사들이 많은 목숨을 바쳐가며 오랫동안 투쟁하여 온 나머지에 대한 하늘의 보답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를 생각하여 보면 이번 이 해방이 순연히 남의 힘으로만 된 것은 결코 아니다.

우리는 이때야말로 과거를 똑바로 회고하고 반성하고 현재의 국내의 정세를 잘 파악하는 동시에 대국적인 입장에서 소아(小我) 소국적인 태도를 버리고 앞으로 새 국가, 새 문화의 건설을 위하여 매진하여야 하겠고 또 나아가 세계의 평화와 문화에 이바지할 각오와 자부심을 가져야 할 것을 거듭 말하여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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