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인은 해와 달과 별[日月星辰]과 바람과 구름, 벼락과 비[風雲雷雨] 등 자연계의 모든 현상에 대하여 두려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여기에는 반드시 신비한 힘 즉 신령이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므로 어떠한 민족을 막론하고 고대에는 하늘과 산천을 숭배하였다. 우리 민족도 하늘과 산천을 숭배하고 귀신을 믿어서, 매년 여름 또는 겨울에 온 나라 사람들이 모여서 음식을 많이 차려 놓고, 천신(天神)·지기(地祇)에 고사하여, 국가가 평안하고 오곡이 잘 되기를 빌고, 밤을 새워 가면서 노래와 춤을 추고 놀았다. 이것을 부여에서는 영고, 고구려에서는 동맹, 예에서는 무천이라 하였다. 삼한 여러 나라는 신의 상징으로, 긴 장대에 북과 방울을 달아서 적당한 곳에 세우고 이것을 소도라 하고 전문적으로 신령을 맡아서 제사 지내는 사람을 한 사람 씩 두어서 천군(天君)이라 하였다. 매년 5월에 파종이 끝난 뒤, 하늘과 산천에 고사하고, 밤낮으로 큰 잔치를 벌이고, 춤추고 노래하면서 유쾌하게 놀았으며, 10월에 추수가 끝난 뒤, 또 이와 같이 하여, 신령에게 감사하였다. 지금 5월 단오를 수릿날(신일), 10월을 상달이라 하고 집집마다 여러 가지 음식을 차려놓고 고사 지내는 것은 모두 이 유풍이며, 무당은 천군이 변하여서 된 것이며, 성황당의 선왕(仙王)대와 전라도 경상도 지방의 솟대는 모두 소도에서 일어난 것이다. 그리고 예에서는 범을 또한 신으로 모시고, 범에게도 제사를 지냈다. 지금 우리나라 산중 각지에서 산신제를 지내는 것은 이때부터 내려오는 유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