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조가 돌아가고 광해군이 왕위에 오르자 궁정 안의 왕위다툼과 북인들의 농간으로 말미암아 아우와 형을 죽이고 또 국모까지 유폐하는 패륜 행위가 있었다. 그러나 본래 천성이 총명한 왕은 문화·국방·외교에 힘을 써서 나라에 이바지한 공적이 적지 않았다.

한편 만주 호인[야인 ― 여진족] 누르하치[奴爾哈赤]가 일어나서 건주(建州, 지금의 흥경)를 중심으로 여러 부족을 합치고 후금을 세워(광해군 8년) 명나라 변방을 침략하였다. 위기에 처한 명나라는 우리나라에 구원군을 청하였으나 오랫동안 명과 친하게 지내며 삼각적 위치에 있는 우리로서는 처지가 매우 곤란하였다. 하지만 임진란이란 큰 난리를 겪어 온 광해군은 일찍이 외교에 눈이 밝아 명에 원군을 보내는가 하면 후금에도 사신을 보내어 그들을 쓰다듬으며 한편으로는 또 지혜와 용맹을 겸비한 박엽을 평안 감사로 임명하여 국경을 엄중히 방비하였으므로 광해군 한대 동안 큰 탈이 없었다.

【○ 명나라를 구원하러 간 장수는 강홍립·김경서 등으로 명나라가 패하게 되자 강홍립 등은 조선의 출정은 부득이한 일이라 하고 적진에 항복하였다. 한편 명나라 장군 모문룡은 우리 가도[철산]에 와서 요동의 회복을 도모하려 하였으니 우리의 처지는 더욱 곤란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