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호를 정하고 백관을 설치하여 철원(鐵原)【강원도에 있다.】에 도읍을 정하니 여러 주(州)가 명망을 듣고 항복하였다. 군사력이 점점 강해지고 땅이 넓어져 전국의 3분의 2를 차지하였다.
궁예(弓裔)가 자칭하여 미륵불(彌勒佛)이라 하고, 머리에 금책(金幘)을 쓰고 몸에는 승려의 가사를 입었다. 외출할 때는 소년소녀가 번개(幡盖)와 향화(香火)를 들고 앞서 인도하고 승려 200여 명은 범패(梵唄)를 부르면서 뒤를 따랐다. 또 경문(經文) 20여 권을 저술하니 모두 요망한 이야기였다. 아내 강씨(康氏)의 간언을 미워하여 참혹하게 죽이고 교만함과 난폭함이 날로 심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