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에 원(元)나라가 더욱 쇠퇴하여 고려(高麗)와의 관계가 점차 멀어졌다. 명(明)나라 태조(太祖) 주원장(朱元璋)이 연경(燕京)에 들어서니 원나라 황제가 북쪽으로 달아났다. 고려가 이로부터 원나라의 압제를 면하게 되었으니, 충렬왕(忠烈王)부터 원나라의 굴레를 쓴 지 100여 년이었다. 국왕은 원나라 여자와 결혼하여 왕래가 끊이지 않았고, 혹은 연경에 오래 머물러 한 나라의 정교(政敎), 호령(號令)과 왕위의 폐립(廢立)까지 모두 그 명을 따라야 했다. 간사한 무리가 그 사이를 왕래하여 아들이 아버지를 헐뜯고 신하가 임금을 참소하여 안정된 날이 없었으니, 이를 이르기를 원 황실의 전제 시대라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