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과거의 문란이 더욱 심하여 흑책과 분홍이라는 비난이 있었다. 흑책이라는 것은 충숙왕(忠肅王) 때에 왕의 비목(批目)1)사람을 천거할 때 임금이 재가 여부나 의견을 달아 적은 문서.이 내려갈 적에 권세 부리는 자가 개칠해서 지워 버리고 고치니, 주묵(朱墨)을 분간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흑책 정사(黑冊政事)라 한 것을 말한다. 흑책은 곧 어린아이가 글자 연습을 하는 첩(帖)이다. 분홍이라 함은 우왕(禑王) 때에 세력가의 어린아이가 과거 급제하니 당시 사람들이 분홍이라 하였는데, 그 아이들이 분홍 옷을 입은 까닭이었다. 고려(高麗)의 업이 여기에서 쇠퇴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