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울러 홍국영(洪國榮)에게 정권을 부여하시니 이는 세도의 시초이다.
무릇 세도라는 것은 우리나라 속어로 곧 정권을 장악한다 함이니 모든 신료와 민간의 정황을 듣는 것이다. 대체로 임금이 직접 서정(庶政)을 대하면 임금의 권력이 약해질까 두려워하여 이에 세도를 두어 아뢰도록 한 것이다. 그런 연유로 그 사람이 별 볼일 없는 말단의 관리라도 일단 실권을 잡으면 재상 이하 모두 그 사람의 명을 듣고 군국의 기무(機務)와 백관의 장주(狀奏)도 모두 세도에게 먼저 상의한 후에 왕께 아뢰었다. 왕이 또한 세도인에게 자문하여 결정하는 까닭에 위엄과 은혜를 베풀어 사람들을 복종시키는 것이나 힘을 주거나 빼앗는 일이 그 사람에게 있었으니, 한 나라가 세도가를 받들기가 신명(神明)과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