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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세계를 들썩이게 한 한국의 흥, 판소리
시대와 세대를 거슬러 독창적인 멋으로 오늘과 만나고 있는데요.

“판소리는 역사와 함께 삶을 담아 노래한 우리 전통문화의 정수라고 볼 수 있죠.”

채수정 교수 /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구성진 가락 속에 우리 선조들의 흥과 애환을 오롯이 담아내 온 우리의 소리, 판소리에 대해 알아봅니다.

판소리, 대중문화의 시작점이다?

상황과 장면을 뜻하는 단어, ‘판’에 ‘노래’를 이르는 ‘소리’가 합쳐져 이루어진 말, ‘판소리’, 언제부터 우리와 함께 해왔을까요?

판소리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유학자 유진한이 춘향가를 듣고 난 뒤 1754년에 지었던 한시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17세기 말에서 18세기 초 무렵 이야기와 노래가 합쳐진 공연 양식으로 시작되었을 것이라 추정되고 있다 하네요.

그렇다면 사람들의 흥을 자아내는 판소리의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요?
우선 노래를 부르는 소리꾼이 중요하겠죠?

소리꾼은 노래 부분인 ‘창’과 말로 표현하는 ‘아니리’ 여기에 연극적인 몸짓인 ‘너름새’와 ‘발림’을 더해 판을 흥겹고 재미있게 이끌어갑니다.

그리고 소리꾼의 단짝인 ‘고수’
판소리의 전개와 장단 등에 맞춰 반주하며 ‘추임새’를 통해 소리를 뒷받침하고 흥을 돋우는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공연에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즐기며 소리판을 완성시키는 청중이 있죠.

이처럼 판소리는 소리꾼, 고수, 청중이 함께 만들어 온 국민 예술이라 할 수 있는데요. 판소리는 구성 뿐 아니라 음악적 요소에서도 그 고유의 멋과 특징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판소리 특유의 음색이자 소리의 성질을 이르는 ‘성음’이 대표적입니다.

“판소리에서 성음을 음악적으로 설명한다면 목소리로 옷을 입는 것이다. 목소리를 얇고 가볍고 두껍고 무겁고 힘차고 좁고 목소리로 노랫말과 연결시켜서 표현하는 것입니다.”

채수정 교수 /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소리꾼은 이러한 성음을 제대로 구사하고, 오랜 학습과 수련을 거쳐 음악적 완성을 이룬 ‘득음’에 이르게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또 다른 중요 요소로 ‘장단’을 꼽을 수 있는데요. 장단은 박자와 속도, 주기, 강약 등에 따라 달라지는 판소리의 리듬 형태로, 고수가 상황에 맞게 빠르고 느린 장단의 배열로 반주를 하며 소리의 표현력을 극대화 시킵니다.

이처럼 판소리에서는 소리꾼과 고수의 기량, 개성이 매우 중요한데요.이는 소리꾼들이 자신만의 개성과 노력으로 발달시킨 소리대목인 ‘더늠’에서도 잘 드러나며 이러한 ‘더늠’들이 쌓여 판소리의 사설과 음악이 더욱 풍성해졌다고 하네요.

판소리, 어떻게 변화됐을까?

선조들의 삶의 역사 속에서 놀이이자 또 문화로 함께 해온 우리 판소리.
과연 누가 즐겼고, 어떻게 변화해 왔을까요?

17세기 말부터 18세기 중반까지 민속 예능 수준에 머물렀던 판소리, 이후 명창의 효시로 불리는 최선달, 하한담이 등장하며 활약하고 소리꾼들의 수련과 음악적 계발을 통해 예술성을 획득하면서 판소리는 점차 전 계층이 향유하는 문화로 발전했습니다.

특히 ‘8명창의 시대’로 일컬어지는 19세기 전반 이후 판소리가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양반은 물론 궁중에서까지 전면적으로 판소리를 즐기기 시작하며 판소리의 전성기를 구가하게 됩니다.

나라의 풍속에 등과하면 반드시 창우를 불러 한바탕 놀이들을 마련한다.

- 송만재 〈관우희〉(1464)

이 시기 양반들은 과거 급제 시 여는 잔치인 ‘문희연’에 소리꾼을 초청하기도 했고 궁중 연회에 동원됐던 명창들이 벼슬을 수여받으며 명성을 얻기도 했다 하니, 그 시대 판소리의 인기가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이 되네요.

그리고 19세기 전기에 확립되어 공연되었던 열두 마당의 작품은 19세기 후반 경 점차 전 계층이 호응할 수 있는 이야기로 선택 집중되어 〈춘향가〉, 〈흥보가〉, 〈적벽가〉, 〈수궁가〉, 〈심청가〉 다섯 마당으로 정립되었습니다.

또 19세기 중후반에는 고창의 신재효가 판소리 후원자이자 교육자, 판소리 이론가로서 큰 활동을 했는데요. 최초의 여성 명창 진채선을 후원하고 등장시키며 판소리 형식의 변화를 더하기도 했죠.

이렇게 판소리는 전 계층이 즐기는 국민 예술로 발전을 거듭하면서 소리의 성격을 달리하는 유파도 생겨납니다. 대표적인 유파가 중고제, 동편제, 서편제였죠. 중고제는 담백하면서도 꿋꿋한 한편, 간결한 소리가 특징입니다. 동편제는 끝이 분명한 씩씩한 소리, 서편제는 장식, 기교음이 많으며 느리게 부르는 소리로 구분됩니다.

유파는 판소리가 끊임없는 실험과 개발을 해나간 결과로, 시대적 흐름과 명창들의 실력, 또 청중들의 관심에 따라 발전해 판소리의 예술성을 풍부하게 만든 원동력이 되었다고 하네요.

그리고 판소리는 20세기에 이르러 더 다양한 모습으로 변모하기 시작했습니다. 여성 명창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고 20세기 초 근대식 극장의 등장과 함께 창극이 파생, 이때 등장한 근대5명창의 인기와 더불어 판소리와 창극이 크게 유행하며 공연되었습니다.

이후 판소리는 일제강점기에서 분단에 이르는 동안 판이 점차 쇠퇴했다가 1964년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로 지정되며 다시 전승과 자생의 길을 열어가기 시작했는데요.

2003년 유네스코 ‘인류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으로 선정되고 2008년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으로 등재되며 세계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대에 이르러 판소리는 또다시 새롭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장르와의 접목과 창작을 통해 현대적으로 재해석되어 새롭고 독창적인 멋을 드러내고 있는 우리의 판소리-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넘어 새로운 판 위에서 끊임없이 소통하고 있는 세계의 소중한 문화유산입니다.

[에필로그]
우리가 꼭 알아야할 한국사 속 문화예술 상식

1. 판소리는 소리꾼고수, 청중이 함께 만드는 국민 예술이다.
2. 명창이 등장하고 전 계층이 향유하기 시작하며 전성기를 구가, 유파를 발생시켰다.
3. 12마당으로 불리던 판소리는 차차 5마당으로 정립되어 전해지고,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으로 등재되었다.

해설

판소리는 긴 이야기를 한 사람의 소리꾼이 고수의 장단에 맞추어 창과 아니리를 교체하면서 연행하는 전통공연예술이다. 현재와 같은 판소리 모습이 완성된 것은 조선후기 숙종에서 영조 연간에 이루어진 일이다. 판소리는 연창자와 고수, 청중이 어우러져 ‘판의 예술’을 형성한다. 판소리는 ‘판’과 ‘소리’가 합쳐져 이루어진 말로 ‘판’에서 부르는 ‘소리(노래)’라는 뜻이다.

판소리에서 노래하는 것을 ‘창’이라 하고, 말로 표현하는 것을 ‘아니리’라고 한다. 판소리는 창과 아니리를 교체 반복하면서 이루어진다. 소리에는 창조가 있어 우조, 평조, 계면조로 구분한다. 이 창조를 중심으로 계면을 위주로 하면 서편제, 우조를 위주로 하면 동편제가 된다. 고제의 소리를 이어가는 유파를 중고제라 한다. 판소리의 기본 장단은 진양조, 중모리, 중중모리, 자진모리, 휘모리, 엇모리, 엇중모리 7개로 이루어져 있다. 창조와 장단의 창조적 배열을 통해 판소리의 기본 골격이 이루어진다.

판소리가 어떻게 생겨났을까 하는 데에는 여러 기원설이 있다. 이 중 ‘서사무가 기원설’, ‘강창 기원설’, ‘광대소학지희 기원설’, ‘창우집단 광대소리 기원설’ 등이 대표적이다. 서사무가 기원설은 남도지역의 서사무가에 나타나는 창과 아니리의 교체·반복과 육자배기토리의 음악 등이 판소리의 기원이 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강창(講唱) 기원설은 이야기를 음악적으로 전달하는 강창사·강독사 같은 전문인들에 의해 발생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광대소학지희(廣大笑謔之戱) 기원설은 연희를 담당하던 광대들의 놀음 중에 재담을 중심으로 한 희극적인 공연이 기원이 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창우(倡優)집단 광대소리 기원설은 광대 중에서도 특히 가무를 위주로 하는 전문적인 광대집단에 의해 판소리가 발생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판소리는 조선 후기 숙종-영조 무렵에 형식을 갖춘 것으로 추정되는데, 현재 기록으로 남아있는 판소리의 가장 오래된 모습은 영조 때 유진한이 기록한 〈가사춘향가이백구〉로, 호남을 여행하며 들은 판소리를 한시로 기록한 것이다. 이 때가 1754년경이니 이미 18세기 중반에는 양반과 서민이 모두 즐기는 예술적 형태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판소리는 지역의 음악과 이야기가 결합되면서 탄생하여, 창법과 장단이 개발되고, 악조와 유파가 발달하면서 변화를 거듭해왔다. 판소리의 명창들은 경기 충청지역에서 초기에는 많이 등장하였지만, 19세기 송흥록 명창의 활약 이후 전라도 명창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판소리의 전승은 호남권의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20세기 초 근대에 이르면 많은 지역의 명창들이 대거 서울로 상경하여 활약하기도 하였다. 20세기 이후 판소리는 점차 신식 공연에 밀려 쇠퇴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이 때 권번을 중심으로 여성 명창들이 대거 배출되었으며, 대구나 선산, 김해, 진주 등에서도 많은 명창들이 탄생하였다. 유성기음반이 보급되던 20세기 전반기에는 명창들이 음반을 취입하여 감상할 수 있게 되면서 점차 현장성보다는 음악성이 발달하는 계기가 되었다. 근대 5명창의 타계 이후 판소리는 여성 국극과 창극의 길로 변화를 모색하기도 하였으나, 전통예술에 대한 인기나 향유는 점차 사라지게 되었다. 그러다 1964년 무형문화재 제도가 생김으로써 인간문화재가 지정되고, 이들을 중심으로 판소리는 다시 전승의 통로가 확보되었다. 현대의 판소리는 여러 유파가 존재하면서 다섯 바탕인 〈춘향가〉〈심청가〉〈흥보가〉〈수궁가〉〈적벽가〉가 전승되고 있다. 한편으로 창극과 창작판소리 등의 저변이 넓어지고 있다고 하겠다.

판소리는 소리꾼과 고수, 청중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판’의 예술이다. 이 때 소리꾼은 성음과 더늠으로 자신의 기량을 나타낸다. 판소리 소리꾼들은 득음의 경지를 위해 타고난 성음에 끝없는 수련을 더하여 판소리의 이면을 표현하고자 하였다. 한편 판소리의 장단은 박자와 속도, 리듬의 주기, 강약 등에 따라 달라지는 판소리 리듬의 형태를 말한다. 판소리에서는 진양조와 중모리, 중중모리, 자진모리, 휘모리, 엇모리, 엇중모리 7개 장단을 기본으로 하여 사설에 따라 적절하게 운용하면서 진행된다.

판소리의 레파토리는 1843년 지은 송만재의 〈관우희(觀優戱)〉에 따르면 다섯 바탕 외에 〈변강쇠타령〉〈배비장타령〉〈강릉매화타령〉〈옹고집타령〉〈장끼타령〉〈왈짜타령〉〈가짜신선타령〉의 열 두 바탕이 존재했다. 그러나 이중 일곱 바탕은 창을 잃고 기록물로만 남아있으며, 〈가짜신선타령〉은 기록본도 아직 찾을 수 없다. 1940년 정노식의 『조선창극사』에는 열두 바탕 중 〈가짜신선타령〉 대신 〈숙영낭자전〉으로 바뀌어 있다.

판소리 최초의 명창은 하한담과 최선달로 『조선창극사』에 기록되어 있다. 이 중 최선달로 알려진 최예운이 활동하던 18세기 중반 경 광대 원창이 있었고, 우춘대가 활동하였다. 이들은 판소리가 상하층을 넘나들며 새로운 예술로 거듭날 수 있도록 활약한 초기 명창들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의 뒤를 이어 19세기 전반기 팔명창들이 나타났다. 19세기 전반기를 ‘전기 8명창 시대’라 한다. 이 시대에 이르면 판소리는 12바탕이 완성되면서 이미 양반층의 사랑을 받으며 판소리의 전성기를 구가한다. 이 시기에는 훌륭한 명창들이 등장하면서 판소리의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게 된다. 전기 8명창으로 일컬어지는 명창들은 권삼득, 송흥록, 염계달, 모흥갑, 고수관, 신만엽, 김제철, 주덕기, 황해천 등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만든 더늠이나 창제로 이름이 났으며, 특히 음악적 발전에 큰 공헌을 하였다. 근대에 이르면 5명창 시대가 열린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전반기에 활동했던 판소리 명창들 중 김창환(金昌煥, 1855~1937), 송만갑(宋萬甲, 1865~1939), 이동백(李東伯, 1866~1949), 김창룡(金昌龍, 1870~1943), 정정렬(丁貞烈, 1876~1938)을 근대 5명창이라 하는데, 판소리 전승에 큰 영향력을 끼쳤다.

판소리는 새로운 장르를 파생시키기도 하였다. 병창과 창극, 산조가 그것이다. 병창은 가야금이나 거문고를 연주하면서 판소리의 한 대목이나 단가, 민요 등을 부르는 것을 말한다. 창극은 판소리를 바탕으로 여러 사람이 역할을 나누어 연극적으로 공연하는 음악극을 말한다. 산조는 판소리의 선율과 장단을 중심으로 기악독주곡이 생겨난 것으로 대표적인 것이 가야금 산조, 거문고 산조 등이다.

전통 판소리 다섯 바탕은 긴 역사를 거치면서 살아남은 고유의 레파토리라 할 수 있다. 과거에는 열 두 바탕의 소리가 있었으나, 이보다 더 많은 소리들이 향유층들의 선택을 통해 살아남기도, 사라지기도 하였을 것이다. 현재 우리의 판소리는 전통 다섯 바탕 소리를 계승하는 한편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판소리를 계속적으로 실험하고 공연하고 있다.

이 글의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 견해이며,
국사편찬위원회의 공식적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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