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3년 2월에 제2차 교육과정이 제정 공포되었다. 제2차 교육과정은 1950년대 후반 세계적으로 일어났던 중등교육 개혁의 움직임에 영향을 받았다. 또한, 1960년 4․19 혁명과 1961년 5․16 쿠데타 이후의 정치․사회 상황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하려는 의도가 작용하였다. 따라서 교육 목표에서 반공정신, 경제적 효율성, 국민정신, 실천적 교육 등을 강조하고 있다.
제2차 교육과정은 경험중심 교육과정을 지향하였다. 교육과정 총론에 “교육과정은 곧 학생들이 학교의 지도하에 경험하는 모든 학습 활동의 총화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제시하고 있다. 제2차 교육과정에서는 교과의 체계적 지도를 위해 각 교과별 전체 목표와 학년 목표를 단계적으로 제시하고 있으며, 발전적 계통학습과 필수적인 내용을 엄선하여 기초 학력을 충실히 할 것을 강조하였다.
제2차 교육과정의 중학교 역사는 사회과에 통합 편제되었다. 제1차 교육과정에서 사용하던 ‘사회생활과’의 명칭은 ‘사회과’로 바뀌었으며, 사회과에 속하는 각 과목의 명칭도 ‘지리, 역사, 공민’ 대신 ‘사회 Ⅰ, 사회 Ⅱ, 사회 Ⅲ’으로 바뀌었다. 역사는 국사와 세계사를 합쳐서 2학년 때 주당 3~4시간씩 배우게 하였다. 중학교 사회 교과서는 지리(사회 Ⅰ), 역사(사회 Ⅱ), 공민(사회 Ⅲ)을 학년별로 별도 검정하는 것이 아니라 한 묶음으로 취급하여 검정의 통과 여부를 결정하였다. 검정에 통과된 중학교 사회 교과서는 9종이었다. 중학교 역사 교육의 목표는 사회과 교과 목표의 4개 항목 가운데 한 항목이 진술되어 있고, 2학년 학년 목표로 5개 항목이 제시되었다. 특히, 역사 교육을 통해 ‘애국 애족의 정신과 반공 민주 국가 건설의 신념을 기를 것’을 강조하고 있다. 당시 정부의 이념과 정책이 반영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고등학교 역사는 중학교와 마찬가지로 사회과에 통합되어 있었으나, 실제로는 개별 교과처럼 운영되었다. 고등학교 사회과에는 일반사회, 국민윤리, 정치․경제, 국사, 세계사, 지리 Ⅰ, 지리 Ⅱ의 과목을 두었다. 일반계 고등학교에서 국사는 공통필수(6단위), 세계사는 선택필수(6단위) 과목으로 편성되어 사실상 모든 학생들에게 국사와 세계사를 배우게 하였다. 고등학교 국사는 11종이 검정에 통과하였다.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 역사 교육의 목표는 사회과 전체 교과 목표 가운데 한 항목이 진술되어 있고, 국사와 세계사의 지도 목표와 지도 내용이 별도로 제시되어 있다.
제2차 교육과정에 제시된 중학교 역사의 지도 내용은 ‘1) 인류 문화의 시작, 2) 삼국 시대와 고대 세계의 생활, 3) 민족의 통일과 세계의 발전, 4) 우리 나라와 세계의 근대화, 5) 대한 민국의 발달, 6) 오늘의 세계와 우리의 할 일’의 6개 대단원으로 제시되어 있다. 각 대단원은 국사와 세계사를 통합하여 편성하였다. 즉, 시대 순으로 대단원을 구성하고, 대단원 안에 세계사와 국사, 또는 동양사와 서양사를 함께 서술하도록 하였다. 제2차 교육과정 시기에 편찬된 ‘중학교 새사회 2(이정인 외, 탐구당, 1969)’의 경우를 살펴보면, ‘1) 원시 시대의 생활, 2) 고대 국가의 자라남, 3) 통일 국가의 형성과 세계, 4) 조선 시대의 생활과 세계의 발전, 5) 조선 시대의 변천과 근대 세계의 성장, 6) 세계의 움직임과 우리 나라의 근대화, 7) 두 차례의 세계 대전과 우리 나라, 8) 현대의 세계와 우리 나라’의 8개 대단원으로 구성되었다. 이 교과서의 경우 대단원 ‘통일 국가의 형성과 세계’는 ‘1) 신라의 민족 통일, 2) 북진하는 고려, 3) 고려 후기의 사회와 아시아, 4) 서양 중세 사회의 전개’로 중단원을 구성하고 있다. 이러한 단원 구성 및 서술은 역사를 비교사적 관점에서 이해함으로써 폭넓은 역사 성찰과 역사적 판단 능력의 향상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세계사를 한국사의 전개 순서에 맞추어 단순히 배열하는데 그쳤기 때문에 역사의 구조적 특징이나 각 사회의 성격을 비교하고 이해하는데 별로 도움을 주지 못하고, 오히려 역사를 체계적으로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주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 국사 영역의 지도 내용은 ‘1) 역사의 시작, 2) 부족 국가 시대의 생활, 3) 삼국 시대의 생활, 4) 통일 신라 시대의 생활, 5) 고려 시대의 생활, 6) 조선 시대의 생활, 7) 조선의 근대화 운동, 8) 민주 대한의 발달’의 8개 대단원으로 제시되었다. 고대에서 현대까지 연대사적으로 구성하고, 단원 제목을 ‘~생활’로 표현하여 생활사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각 대단원은 ‘정치, 사회, 경제, 문화’로 중단원을 나누어 구성하고 있으며, 여전히 정치사 중심의 서술이 이루어지고 있다. 대단원 ‘민주 대한의 발달’에는 ‘혁명과 발전, 우리의 사명’이라는 중단원을 두어 ‘5·16 혁명, 제3공화국의 오늘’을 자세히 서술하고 있다. 즉, 당시 정부의 정당성을 강조하기 위한 수단으로 국사 교육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드러나 있다. 전체적으로 이 시기의 국사 교과서는 여전히 왕조사 중심의 연대사적 서술이었으며, 학생들의 학습을 고려하기 보다는 일반적인 한국사 개설서의 내용을 간추린 정도라는 평가를 받는다.
제2차 교육과정 시기의 국사 교과서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는 교과서 내용의 통일성을 기하려고 했다는 점이다. 종전의 국사 교과서들이 서로 내용이 일치하지 않거나 용어가 통일되지 않아서 학교 현장에서 상당한 혼란이 있었다는 비판을 수용한 것이다. 1961년 10월부터 역사적 사실에 대한 용어와 표기법, 국사내용의 통일을 위한 작업이 시작되어 1963년에 통일안이 마련되었다. 다른 학설이 있었던 단군, 삼한의 위치, 신라의 삼국통일 연대 등 일부 내용과 낙랑, 귀주, 이수광 등 13개 명칭, 그리고 안향과 안유, 진대법과 조적법, 소도와 솟대 등 병행하여 사용되던 13개 고유명사 또는 제도의 명칭이 통일되었다. 하지만 근대사의 기점 등은 여전히 종래의 학설을 답습하는 등 식민 사학으로 왜곡된 역사 인식이 여전히 남아있었다.
1969년에는 교육과정 부분 개정이 이루어졌다. 개정 교육과정은 표면적으로는 융합형 교과 조직에 대한 비판 및 지식을 체계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따른 것이었으나, 실제로는 정치적 변화에서 비롯되었다. 개편된 교육정책의 방향은 교육에 대한 국가의 통제 강화와 정부의 정책을 관철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교육과정의 개정으로 중학교의 반공도덕과 고등학교의 국민윤리가 강화되고, 고등학교에서 교련의 신설 되었다.
개정된 교육과정에서 중학교 역사는 국사와 세계사를 분리하여 서술하도록 하였다. 즉, 중학교 사회 Ⅱ의 교육과정에서 1단원부터 6단원까지를 국사, 7단원부터 10단원까지를 세계사로 구성하였다. 국사와 세계사를 분리하고, 국사와 세계사의 비율을 4:6 정도로 조정하여 국사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한편, 새로운 교과서에는 그동안 학계에서 연구된 성과들이 일정 부분 반영되었다. 선사시대 부분에서 고고학적 발굴 성과를 수용하여 구석기 시대와 청동기 시대를 교과서 서술에 포함시켰으며, 고려시대 원의 지배라는 표현을 원의 간섭 또는 압력으로 바꾸고, 조선시대 당쟁 과정의 서술을 줄이는 등 민족사의 자주성을 부각하였다. 또한 현대사 부분에서 처음으로 구체적인 정부의 시책을 홍보하는 내용이 들어가기 시작하였다. 월남 파병,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새마을 운동, 국가 비상사태 선언, 남북 대화 등의 내용이 서술되었으며, 5.16을 군사 혁명으로 표현하였던 것을 그냥 혁명으로 바꾸어 서술하였다. 국사 교과서의 이러한 변화는 결과적으로 국사 교과서를 정권의 홍보 수단으로 이용한다는 비판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