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事實)과 사실(史實)
 
  역사의 의미를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 사실(事實)과 사실(史實)을 구별할 필요가 있다. 인류의 과거에는 무수히 많은 사실(事實)들이 있었다. 이와 같은 사실들을 망라한다고 해서 역사가 되지는 않는다. 역사란 많은 사실 중에 역사적 가치와 의미가 있는 사실들, 즉 사실(史實)만을 뽑아 모은 것이다. 사실(事實)들 속에서 사실(史實)을 선정하는 것이 역사가의 1차 작업이다. 사실(史實)을 선정하는 데는 기준이 필요하다. 역사가가 다른 사람들에게도 동의를 얻을 수 있는 객관적 진실성이 높은 사실(史實)을 뽑아내기 위해서는 우선 그 시대가 필요로 하는 사실(史實)이 무엇인가를 정확하게 파악하여야 한다. 결국 좁게는 역사가의, 넓게는 그와 함께 살고 있는 더 많은 사람들의, 더 나아가서는 미래 사람들의 현재적 요구에 필요한 일만이 옳은 사실(史實)이 될 수 있다. 과거를 다루는 역사가 현재성을 가지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