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산은 젊을 때 같은 부(部) 사람 추항과 친구가 되었다. 두 사람이
서로 “우리들이 군자와 놀기를 기약하여 먼저 마음을 바르게 하고 몸을 닦지 않으면 욕된 일을
당하지 않을까 두렵다. 어진 이의 곁에 가서 도를 듣지 않으려나.”하고 말하였다. 이 때 원광
법사가 수나라에 가서 유학하고 돌아와 가실사에 머물며 사람들의 존경을 받고 있었다.
귀산 등이 그 문하에 가서 단정한 태도로 “저희 세속의 선비들이 어리석어 아는 바가 없으니 원컨대
한 말씀을 내려 주셔서 종신토록 계명을 삼았으면 합니다.”라고 말하였다. 법사는 “불교의 계율에는
보살계가 있는데 그 종목이 10가지라서 너희처럼 남의 신하된 자로서는 아마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여기 세속 5계가 있으니, 하나는 충으로써 임금을 섬기고, 둘은 효로써 부모를 섬기며, 셋은
믿음으로써 친구를 사귀고, 넷은 전장에 나아가 물러서지 않으며, 다섯은 생명 있는 것을 가려서
죽인다는 것이다. 너희는 실행에 옮기되 소홀히 하지 말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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