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정선군의 한 마을에 어떤 양반
이 살고 있었는데 그 양반
은 성품이 어질고 글 읽기를 매우 좋아했다. 이 고을의 우두머리인 군수가 새로 부임할 때면 반드시 이 양반
의 집을 찾아가 인사를 하는 것이 하나의 관례로 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 양반
은 워낙 집이 가난해서 해마다 나라에서 관리하는 양곡을 꾸어다 먹었는데 그렇게 여러 해를 지내다 보니 어느덧 관가에서 빌려 먹은 양곡이 1,000석이 다 되었다.
'양반' 관련자료
'양반' 관련자료
'양반' 관련자료
'양반' 관련자료
어느 날 관찰사
가 각 고을을 돌아다니면서 관곡을 조사했는데 이 정선 고을에 와서 보니 크게 부족했다. 관찰사
는 대단히 화가 나서 호령했다.
'관찰사' 관련자료
'관찰사' 관련자료
“도대체 어떤 놈의 양반
이란 자가 나라에서 쓸 양곡을 이렇듯 많이 축을 냈더란 말이냐! 당장 그를 잡아다 옥에 가두도록 하여라!”
'양반' 관련자료
정선 군수는 그 양반
의 처지를 안타깝게 생각했지만 가난하여 갚아주지도 못하고 차마 가두지도 못하여 어찌할 바를 몰랐다. 관찰사
의 엄명을 전해 들은 그 양반
도 꾸어다 먹은 양곡을 갚을 방법이 없어 밤낮으로 울기만 했다. 오히려 그의 아내는 이렇게 푸념을 늘어놓기까지 했다.
'양반' 관련자료
'관찰사' 관련자료
'양반' 관련자료
“당신은 평생 글을 읽기만 좋아하고 꾸어다 먹은 관곡을 갚을 방법을 생각하지 않으니 참으로 딱한 노릇입니다. 항상 ‘양반
양반
’만 찾아 대더니 그 양반
이란 것은 결국 한 푼 값어치도 못 되는 것이 아니겠어요?”
'양반' 관련자료
'양반' 관련자료
'양반' 관련자료
이때 마침 그 마을에 부자 한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 부자는 집안사람들과 이렇게 의논하여 말했다.
“양반
이란 아무리 가난하다고 할지라도 위엄이 있고 존귀한 신분이다. 그런데 우리는 비록 부자라 하지만 상민
의 신세로서 감히 말을 타지도 못하고 양반
을 보면 움츠려서 숨도 못쉬고 바닥에 엎드려 절을 해야 하며 코를 박고 무릎으로 기어다녀야 하니 우리가 이렇게 욕을 보는 처지다. 그런데 마침 우리 고을에 어떤 양반
이 하도 가난하여 꾸어다 먹은 관가의 곡식을 갚지 못하여 큰 욕을 당하게 되었으니 그 형편이 진실로 양반
의 신분을 지키지 못할 상황이다. 그러니 우리가 그 양반
신분을 사서 가져보자.”
'양반' 관련자료
'상민' 관련자료
'양반' 관련자료
'양반' 관련자료
'양반' 관련자료
'양반' 관련자료
그러고는 양반
집을 찾아가 그 곡식을 갚아주길 청하자 양반
은 크게 기뻐하며 허락하였다. 그리하여 그 부자 상민
은 그날로 관가에 가서 양반
이 빚을 진 양곡을 모두 갚았다.
'양반' 관련자료
'양반' 관련자료
'상민' 관련자료
'양반' 관련자료
군수는 어떻게 된 영문인지 궁금하여 스스로 그 양반
을 찾아가 물으니 양반
은 황급히 벙거지를 쓰고 잠방이 바람으로 땅에 엎드려 쩔쩔매며 소인이라 칭하고 감히 올려다 보지 못했다.
'양반' 관련자료
'양반' 관련자료
군수가 놀라서 양반
의 소매를 잡고 일으켜 세우며 물었다.
'양반' 관련자료
“선생께서는 어찌하여 스스로를 이렇게 욕되게 하십니까?”
그러자 양반
은 더욱 황송해 하면서 머리를 조아리고 엎드려 말했다.
'양반' 관련자료
“황송하옵니다. 소인은 감히 스스로 욕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관곡을 갚기 위하여 부자에게 양반
을 팔았습니다. 하오니 이제부터는 저 고을의 부자가 바로 양반
이옵니다. 그러하오니 소인이 어찌 양반
행세를 할 수가 있겠습니까?”
'양반' 관련자료
'양반' 관련자료
'양반' 관련자료
군수는 이 말을 듣고 탄식하면서 말했다.
“군자로구나 부자여! 양반
이로구나 부자여! 부자이면서도 인색하지 않으니 의로움이 있다 하겠고, 사람이 어려울 때에 급히 달려와 구해 주었으니 이것은 참으로 어진 마음이 있다 할 것이고, 비루함을 싫어하고 존귀함을 사모하니 지혜롭다 할 수 있구나. 이러니 그가 참으로 양반
이라 하겠다. 하지만 비록 개인끼리 사사로이 양반
의 신분을 사고 팔았으니 관가에서 인정하는 증서를 만들지 않으면 훗날 소송거리가 되기 쉬운 일이오. 그러하니 고을 사람들이 모두 보는 앞에서 증서를 만들기로 합시다. 군수인 나도 그것을 인정하는 도장을 찍겠소”
'양반' 관련자료
'양반' 관련자료
'양반' 관련자료
그리고 군수는 즉시 관아로 돌아가 그 고을 안에 사는 모든 양반
과 농사를 짓는 양민
, 그리고 공장
과 상인들을 불러 모두 뜰로 모이게 하고서 부자를 향소
(鄕所) 오른편에 앉히고 양반
은 공형(公兄)
매매증서를 읽었다. “건륭(乾隆) 10년(1745, 영조
21) 9월 모일, 위의 명문은 몸을 굽혀 양반
을 팔아 관곡을 갚기 위한 것으로 그 값은 1,000석이다. 원래 양반
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글만 읽는 사람은 선비라 하고 나라의 정치에 참여하는 사람은 대부가 되며, 덕이 있는 사람이면 군자가 된다. 무관은 서반
에 서고 문관은 동반
에 서는 까닭에 이를 양반
이라고 한다. 이 중에서 원하는 대로 하나를 고르도록 하라. 그리하여 양반
이 되면 나쁜 일은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하고, 예부터 내려오는 좋은 뜻을 본받도록 노력해야 한다. 양반
은 오경(五更)이 되면 자리에서 일어나 촛불을 켜고 눈은 콧날 끝을 슬며시 내려다보고 무릎을 꿇고서 얼음 위에 표주박을 굴리듯이 『동래박의(東萊博義)』
과 틀림이 있을 때에는 이 증서를 가지고 관가에 가서 재판을 할지어다. 성주 정선 군수가 수결하고 좌수와 별감이 증인으로 서명함”
'양반' 관련자료
'양민' 관련자료
'공장' 관련자료
'향소' 관련자료
'양반' 관련자료
고을의 호장, 이방, 수형리로 아전을 가리킴
의 아래에 서있게 하였다. 그리고는 양반
'양반' 관련자료
'영조' 관련자료
'양반' 관련자료
'양반' 관련자료
'서반' 관련자료
'동반' 관련자료
'양반' 관련자료
'양반' 관련자료
'양반' 관련자료
『춘추좌씨전』의 주제를 취해 평론한 책
를 술술 막힘없이 외워야 한다. 배가 고파도 참아야 하며 추운 것도 견디어 내야 하며 입으로 가난하다는 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 머리에 쓰는 관은 반드시 소맷자락으로 쓸어서 바르게 쓴다. 손을 씻을 때 주먹을 쥐고 문지르지 말 것이며 양치질을 해서 입 내음이 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하인을 부를 때는 긴 목소리로 부르며 걸음을 걸을 때는 느린 걸음으로 천천히 걷는 법이다. 『고문진보(古文眞寶)』와 『당시품휘(唐詩品彙)』를 베껴 쓰되, 글씨는 깨알처럼 잘게 써서 한 줄에 100자씩 써야 한다. 손으로는 돈을 만지지 말고 쌀값을 묻지 말아야 한다. 날씨가 아무리 더워도 버선을 벗지 말아야 하며 밥을 먹을 때에도 의관을 정중히 쓰고 먹어야 하며 국을 먼저 먹어서는 안 된다. 물을 마실 때에도 넘어가는 소리가 나지 않도록 하며, 수저를 놀릴 때에도 소리를 내어서는 안 되며, 냄새가 나는 생파를 먹지 말아야 한다. 술을 마실 때에는 수염을 적시지 말며 담배를 피울 때에는 볼이 파이도록 연기를 들이마시지 말아야 한다. 속이 상하는 일이 있어도 아내를 때리지 말아야 하며, 화가 난다고 해서 그릇을 집어던져 깨지 말아야 하며, 주먹으로 아이와 여자를 때리지 말아야 하며, 종에게 ‘죽일 놈’이라고 욕하지 말아야 한다. 소나 말을 나무랄 때에도 그것을 판 주인을 욕하지 말아야 한다. 병이 나도 무당을 부르지 말며, 제사 때에도 중을 불러다 제를 올리지 말아야 한다. 춥다고 화로에 손을 쪼이지 말며, 말할 때에는 침이 튀지 않게 하며, 소를 잡아먹지 말아야 하고, 돈을 놓고 놀음을 하지 말아야 한다. 무릇 이와 같은 여러 가지 행실이 양반
'양반' 관련자료
이에 통인(通引)이 도장을 찍는데 그 소리가 커다란 북을 치는 것과 같았다. 그리고 도장을 찍어 놓은 모양은 밤하늘에 별들이 널려 있는 것과 같이 빛났다.
호장이 이 증서를 다 읽고 나자 부자 상민
은 한참 동안 슬픈 표정으로 있다가 말했다. “도대체 양반
이란 이런 것들뿐입니까? 제가 알기에는 양반
은 신선과 같다고 하여 많은 양곡을 주고 산 것이니 좀 더 이롭게 고쳐 써 주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군수는 증서를 다시 고쳐 쓰기로 했다.
'상민' 관련자료
'양반' 관련자료
'양반' 관련자료
"하늘이 백성을 낼 때에 네 종류의 백성을 만들었다. 이 네 가지 중에서 가장 귀한 사람은 선비인데 이를 양반
이라고 하여 모든 점에서 이로운 것이 많다. 양반
은 농사를 짓거나 장사를 하지 않아도 살 수가 있다. 또 조금만 공부를 하면 크게는 문과(文科)에 오르고 작아도 진사(進士) 벼슬은 할 수 있다. 문과의 홍패(紅牌)는 길이 2자 남짓한 것이지만 백물이 구비되어 있어 그야말로 돈자루인 것이다. 진사가 나이 서른에 처음 관직에 나가더라도 오히려 이름 있는 음관(蔭官)이면 위세 높은 집안의 음관이라고 잘 섬김을 받는다. 귀밑이 일산(日傘)의 바람에 희어지고, 배가 요령 소리에 커지며, 방에는 기생이 귀고리로 치장하고, 뜰에 곡식으로 학(鶴)을 기른다. 가난한 선비가 되어서 시골에 가서 살아도 모든 것을 자기 뜻대로 할 수 있으니 이웃집 소가 있으면 자기 논이나 밭을 먼저 갈게 한다. 또한 마을 사람들을 불러내어 자기 밭의 김을 먼저 매게 하는데 어느 누구든지 양반
의 말을 듣지 않으면 코로 잿물을 먹인다. 또한 상투를 붙들어 매고 수염을 자르는 등 갖은 형벌을 가하여도 감히 원망할 수 없는 것이니라.”
'양반' 관련자료
'양반' 관련자료
'양반' 관련자료
부자는 이러한 증서의 내용을 귀 기울여 듣다가 기겁을 하여 말했다.
“그만합시다, 그만합시다. 이건 너무 맹랑합니다. 저를 도적놈으로 만들 셈이란 말입니까?” 하고는 머리를 설레설레 젓고는 한평생 다시는 ‘양반
’이란 말을 입 밖에 내지 않았다.
'양반' 관련자료
『연암집』 권8, 별집, 「양반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