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 뭉치면 일어서고 나뉘면 쓰러지는 것은 천도의 원리요, 나뉜 지가 오래되면 합하고자 하는 것이 인정의 정해진 법칙이다. 생각건대 멀리로는 3백 년 유학자들의 당론(黨論)이 조선 멸망사의 태반을 점령하였고, 근래에 이르러서는 13도 지사가 담장 안에서 서로 다투느라 새로운 건설의 중심을 어지럽혔다.
이와 같은 삼분오열의 비극을 직접 보고 문호를 나누어 세우는 고통을 일찍이 모두 겪은 우리가 정률(情律)에 의해 대합동(大合同)을 요구하는 것은 자연의 의무요, 또한 도리에 근거하여 총단결을 주장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이다. 다만 우리의 주장하는 논의가 이와 같을 뿐만 아니라 일반 동포의 목소리요 시대의 명령이니 만천하의 상심한 지사 중에 누가 홀로 동감하지 않으리오.
그러나 총단결의 문제는 유래가 오래되어 들어보면 귀가 아프고, 말을 하자면 이가 떨리도다. 사람들은 모두 합동을 거듭 말하지만, 마침내 실행에 이르러서는 혹은 힘이 미치지 못한다고 하며 죄를 떠넘기거나, 혹은 장소가 편치 않다하며 책임을 돌리거나, 혹은 경쟁하는 것도 해가 없다면서 문제를 돌려 좌우로 핑계를 대며 미루고 미룬 세월이 망국(亡國) 8년에 이르도록 내외 지사의 반목이 여전하여 일치단결의 희망이 아득하다.
오히려 두려워하며 맹렬히 깨어나는 자세(모습)는 없고 일시적으로 편안한 계책만을 도모하면 이는 궁예와 견훤의 어지러운 꿈이오, 미국을 건국한 워싱턴과 이탈리아의 혁명가 마치니처럼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참된 정성(赤誠)이 아니다. 근래 러시아에 의지하자, 일본에 의지하자, 중국에 의지하자, 미국에 의지하자 하는 사람들과 문(文)이다, 무(武)다, 남(南)이다, 북(北)이다 하는 논의가 분분하여 어지럽기만 하고, 작게는 우의를 보지 않고(毋視), 대략적으로 보면 인간의 도리를 완전히 무시한 증거와 사례가 빈번하고 분명하니 오호라 10년 동안 힘을 다해 싸워 얻은 것이 무엇인가!
정수리에 부은 물은 반드시 발까지 흐를 것이니, 불쌍한 우리 자손에게 옛 풍습이 대대로 전하여져 무리를 지어 편을 나누고 상대를 배격하는 일이 거듭된다면 우리의 앞날은 영원히 추태만 재연하리니 생각이 여기에 이르면 오장이 찢어지고 구곡(九曲: 내장)이 끊어지도다.
…(중략)…
이에 대하여 재외동지의 각오는 어떠한가, 과연 그 요구에 응할 준비와 그 기대에 부응할 활동이 분명한가. 한밤중 스스로 생각할 때에 한줌 열정의 눈물이 그치지 않으리로다. 이는 다른 까닭이 아니다. 서로 나뉘어 싸우고 국가를 이어받을 대의를 돌보지 아니함이니 무슨 까닭이라 하겠는가.
융희황제가 삼보(三寶: 토지·백성·정치)를 포기한 8월 29일은 즉 우리 동지가 삼보를 계승한 8월 29일이니 그 사이 순간도 멈춘 적이 없다. 우리 동지는 완전한 상속자이니 저 황제권이 소멸한 시점은 즉 민권이 발생이 발생한 시점이오, 옛 한국의 마지막 1일은 즉 신한국 최초의 1일이니 왜냐하면 우리 한국은 아득한 옛날 이래로 한국인의 한(韓)이오, 한국인이 아닌 자의 한(韓)이 아니다. 한국인 간에 주권을 주고받는 일은 역사상 불문법의 국법이오, 한국인이 아닌 자에게 주권을 양여하는 것은 근본적 무효로 한국인이 가진 성질상 절대 불허하는 바이다. 따라서 1910년 융희 황제의 주권 포기는 즉 우리 국민 동지에 대한 묵시적 선위(禪位)이니 우리 동지는 당연히 삼보를 계승하여 통치할 특권이 있고 또한 대통(大統)을 상속할 의무가 있다. 고로 2천만의 생명과 삼천리의 옛 강토와 4천 년의 주권은 우리 동지가 상속하였고, 상속하는 중이오, 상속할 터이니 우리 동지는 이에 대하여 불가분의 무한책임이 중대한 것이다.
…(중략)…
제의강령(提議綱領)
1. 해외 각지에 현존하는 단체의 크고 작고 숨어있고 드러난 자를(大小隱顯) 막론하고 규합 통일하여 유일무이의 최고기관을 조직할 것.
2. 중앙 총본부를 상당한 지점에 설치하여 모든 한민족을 통치하며 각지에 지부를 두고 관할구역을 명정(明定)할 것.
3. 대헌장을 제정하며 백성의 사정과 형편에 맞는 법치를 실행할 것.
4. 독립평등의 신성한 권리를 주장하여 일본화 정책(同化의 魔力)과 독립운동 분열의 용렬한 뿌리를(自治의 劣根) 뽑아 버릴 것.
5. 나라의 형편을 세계에 공개하여 국민외교를 실행할 것.
6. 영구히 통일적 유기체의 존립을 공고히 하기 위하여 동지간의 애정을 수양할 것.
7. 위의 실행방법은 이미 결성된 각 단체의 대표와 덕망이 있는 개인의 회의로 결정할 것.
1917년(檀帝紀元 4250) 7월 일
신규식·조용은·신석우·박용만·한흥교·홍명희
·박은식
·신채호
·윤세복·조성환·박찬익·신대모·김규식·이용혁
1. 해외 각지에 현존하는 단체의 크고 작고 숨어있고 드러난 자를(大小隱顯) 막론하고 규합 통일하여 유일무이의 최고기관을 조직할 것.
2. 중앙 총본부를 상당한 지점에 설치하여 모든 한민족을 통치하며 각지에 지부를 두고 관할구역을 명정(明定)할 것.
3. 대헌장을 제정하며 백성의 사정과 형편에 맞는 법치를 실행할 것.
4. 독립평등의 신성한 권리를 주장하여 일본화 정책(同化의 魔力)과 독립운동 분열의 용렬한 뿌리를(自治의 劣根) 뽑아 버릴 것.
5. 나라의 형편을 세계에 공개하여 국민외교를 실행할 것.
6. 영구히 통일적 유기체의 존립을 공고히 하기 위하여 동지간의 애정을 수양할 것.
7. 위의 실행방법은 이미 결성된 각 단체의 대표와 덕망이 있는 개인의 회의로 결정할 것.
1917년(檀帝紀元 4250) 7월 일
신규식·조용은·신석우·박용만·한흥교·홍명희
'홍명희' 관련자료
'박은식' 관련자료
'신채호' 관련자료
국외 항일운동 자료 일본 외무성 기록, 「불령단 관계 잡건 조선인의 부 - 재구미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