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묘
(文廟)를 세워 앞선 성인
와 학교를 설치하여, 수령을 보내어 제사를 받들게 하고, 교수를 두어 가르침을 맡게 했다. 이는 교화(敎化)를 펴고 예의를 강론하여 인재를 양성해서 문명(文明)의 다스림을 돕게 하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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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
에게 제사지내고 학교를 세워 자제들을 교육하는 것을 온 천하가 영원히 폐하지 않았다. 이는 사람이 천성(天性)을 지녔기에 반드시 배워야 하고, 학문의 길은 더욱 성인의 글을 강론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국가에서 모든 주·부·군·현(州府郡縣)에 문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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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년(태조
7, 1398년) 봄에 추상(樞相)
와 학교가 좁고 누추하고 썩어 무너져 가는 것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 그래서 다시 지으려고 했으나, 그 지형이 낮고 습하여 고쳐 지을 수가 없었다. 물러 나와 부로(父老)에게 의논하며 말했다. “사람이 생긴 이래 공자(孔子)보다 훌륭한 분이 없어서, 온 천하가 옛날부터 제사를 받들었는데, 이 영흥부의 문묘
와 학교가 이렇게나 누추하고 좁으니, 어찌 부끄러운 일이 아니겠는가. 더구나 사람을 다스리는 길은 학교가 가장 우선인데, 이 지역은 오랑캐와 가까워 예전부터 무(武)만 숭상하고 문(文)은 숭상하지 않는 완고한[頑獷] 풍습이 아직도 고쳐지지 않았다. 여기 영흥부는 가장 규모가 커서 여러 고을의 본보기가 되는 곳이니, 새로 경영하여 유교의 기풍을 일으키고 도를 밝히는 데 앞서게 해야 하지 않겠는가” 여러 사람이 모두 동의하여 뜻이 잘 맞았다. 그래서 소윤(少尹)의 옛 집터를 골랐는데, 그 위치가 전망이 좋고 지형이 고리처럼 둘러싸인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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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밀원사
손흥종(孫興宗)이 동북면 도순문사와, 영흥부사를 겸하여 부임하였다. 그 때가 마침 상정(上丁)
음력으로 매달 첫째 번 정일(丁日)을 이르는 말
이 되어 몸소 석전(釋奠)을 거행했는데, 문묘
'문묘' 관련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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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공사를 시작하여 아침저녁으로 왕래하며 몸소 감독하였고, 소윤(少尹) 이운실(李云實)도 즐겁게 도왔으며, 고을 사람 전 판사(判事) 이용화(李用和)는 그 공사를 실제로 담당하였다. 문묘와 학교 건물이 모두 제자리에 세워졌고, 그 남쪽 누각 아래에는 대문을 세웠는데 두어 달도 못 되어 완공하였다. 제생(諸生) 김렴(金濂) 등 60여 명을 모아 부지런히 교육시키던 중에, 전 성균악정(成均樂正) 김주(金稠)가 마침 교수관(敎授官)으로 왔다. 손흥종은 기뻐하며 더욱 강학을 권하였는데, 점차 경술(經術)이 연마되어 학업이 날로 진보되었다.
그 이듬해 기묘년(정종
1, 1399)의 과거
에 생원
조서(趙敍), 김렴, 이양부(李陽敷) 등이 모두 이 학교 출신으로 함께 과거
에 뽑혔다. 이는 이 부(府)에서 학교를 설치한 이래로 처음 있었던 일이고, 진실로 손공(孫公)이 공부를 권한 공로와 김공(金公)의 교육 덕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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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락(永樂) 원년(1403년) 여름에 김공은 다시 사예(司藝)가 되고 이양부도 박사(博士)가 되어 함께 성균관
에서 벼슬하였는데, 부족한 나는 지관사(知館事)로 있었다. 두 사람은 손공이 학교 일으키기에 힘썼던 일을 상세히 말하면서, 그 전말을 기록하여 영구히 전할 것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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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하건대, 삼대(三代) 시대의 학교는 모두 인륜을 밝힌 곳이고, 육경(六經)의 글도 또한 그 도(道)를 밝힌 것이다. 이 학교에 있으면서 그 글을 읽는 사람은 마땅히 그 도를 구하고 그 인륜을 돈독히 할 것을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신하가 되어서는 충성을, 아들이 되어서는 효도를 다하고, 장유(長幼)·붕우(朋友)에 이르기까지 가는 곳마다 각자의 직분을 다하여야 할 것이다. 이것이 곧 유자(儒者)의 실학(實學)1)
이니, 장구(章句)에만 매달려 몸과 마음은 다스리지 않고 문사(文辭)만 호화롭게 꾸며 이득과 영달만을 바란다면, 우리 손공이 학교를 일으킨 뜻이 아닐 것이다.
1)
실학(實學) : 조선 후기 유학의 새로운 학풍을 가리키는 용어로서 실학이라는 말을 쓰기 전에, 유학자들은 다른 의미로 유학에 대하여 실학이라는 표현을 썼다. 유학자들은 불교나 도교를 공(空)·허(虛)를 숭상하는 학문이라고 규정하고, 반면 유학은 현실적이며 실천 정신을 표방하는 학문이라는 의미에서 실학이라고 불렀다.
손공(孫公)은 개국 원훈(開國元勳)으로서 신의(信義)에 독실하고 선(善)을 좋아하는 군자로, 내가 진실로 중히 여기는 분이다. 지금 두 사람의 말을 들으면서, 더욱 공이 정사함에 있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에 주력하였음을 알게 되었다. 이렇게 해 간다면 한 나라를 다스리기에도 충분할 것이다. 그래서 이를 함께 언급한다.
영락 계미년(태종
3, 1403) 가을 8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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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촌집』권14 「기류」 영흥부향교기
이 글의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 견해이며, 국사편찬위원회의 공식적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