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기를, “천명의 뜻을 설명해 줄 수 있습니까?” 하니, 선생이 말하기를, “하늘은 곧 이(理)인데 그 덕은 네 가지가 있으니, 원(元)·형(亨)·이(利)·정(貞)이다.
【네 가지 실상을 성(誠)이라 한다. 】
대개 원(元)이란 것은 시작의 이(理)이고, 형(亨)이라는 것은 통함의 이(理)이며, 이(利)라는 것은 수행의 이(理)이고, 정(貞)이라는 것은 완성의 이(理)인데, 이 네 가지가 순환하여 그치지 않고 모두 진실하여 거짓됨이 없는 묘(妙)함이 이른바 성(誠)이라 한다. 그리하여 음양(陰陽)과 오행(五行)이 유행할 때에 이 네 가지가 항상 그 안에 있어서 만물을 명하는 근원이 된다. 이런 까닭으로 모든 만물의 음양과 오행의 기(氣)를 받아 형성되는 것은 원·형·이·정의 이(理)를 갖추지 않은 것이 없어서, 이것이 성(性)이 된다.
그 성의 조목은 또 다섯 가지가 있으니, 인(仁)·의(義)·예(禮)·지(智)·신(信)이다. 그러므로 이 사덕(四德 : 원·형·이·정) 오상(五常 : 인·의·예·지·신)은 위 아래로 같은 이(理)이니, 본래는 하늘과 사람 간에 구분이 없다. 그러나 성인(聖人)과 우인(愚人), 사람과 물(物) 사이에 차이가 생기는 것은 기(氣)가 그렇게 함이요, 원·형·이·정의 본연이 아니다. 그러므로 자사(子思)가 말하기를, ‘하늘이 명한 것을 성이라 한다.’라고 하였으니, 대개 음양과 오행이 묘하게 합치는 근원이며, 사덕(四德)을 가리켜 말한 것이다.” 하였다.
【이(理)는 본래 하나인데 그 덕은 넷이나 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이(理)는 태극인데, 태극 가운데 본래 사물이 없으니, 어찌 처음부터 사덕(四德)이라고 이름할 만한 것이 있겠는가? 다만 이것이 유행한 뒤에 보면, 반드시 시작이 있고 시작이 있으면 반드시 그 통함이 있고, 통함이 있으면 반드시 그 수행함이 있으며, 수행함이 있으면 반드시 그 성공함이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시작하여 통하고, 통하여 수행하고, 수행하여 성공함으로써 사덕의 이름이 성립한 것이다. 이 때문에 합쳐서 말하면 하나의 이(理) 일 뿐인데, 나누어 말하면 이 네 가지 이(理)가 있다. 그러므로 하늘은 한 이(理)로 만물에 명하였으나, 만물은 각각 하나의 이(理)가 있다고 하는 것이 이것이다.】
『퇴계선생속집』권8, 잡저, 천명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