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료는 1904년 8월 22일 대한제국 외부대신 서리 윤치호(尹致昊, 1866~1945)와 일본 특명전권공사 하야시 곤스케(林權助, 1860~1939) 명의로 조인된 협정서이다. 이 협정은 흔히 ‘한일협약’ 또는 ‘제1차 한일협약’이라고 불리지만, 문서 원본에 제목이 붙어있지 않기 때문에 공식 명칭은 없다. 본 문서는 한국 측 사료 『고종실록』에는 ‘협정서’로 표기되었고, 관보에도 ‘협정서’로 공표되었다. 일본 측 사료의 경우, 교섭 진행 중에 일본 외무성과 일본 공사 간 오간 문서에서는 ‘재무 및 외교 고문에 관한 각서’라고 표기되었으며, 문서 조인 후에 ‘일한협약’이라는 명칭이 붙었다. 이러한 이유로 이 협정은 지금까지 ‘한일협약’, ‘제1차 한일협약’, ‘고문파견조약’, ‘한일외국인고문용빙에 관한 협정서’, ‘고문용빙에 관한 협정서’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리고 있다. 본 ‘협정서’의 원본은 일본어본 한 부만 현재 일본 외교사료관에 보관되어 있고, 한국 측에는 국한문 혼용본도, 일본어본도 남아 있지 않다. 러일전쟁 이후 국가 간 외교협정문들의 한국 측 보관본은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소에 보관되어 있지만 본 ‘협정서’에 관한 것은 찾아볼 수 없다.

본 협정은 러일전쟁이 한창이던 1904년 8월에 조인되었다. 러시아와 일본 사이의 대립은 1900년 전후부터 수면 위로 부상하였다. 청일전쟁 패배 후 청에서는 외국 세력 침투를 배격하는 의화단 사건이 일어났다. 이에 영국, 일본, 러시아를 비롯한 열강은 연합군을 편성하여 의화단을 진압했다(1900년). 하지만 사안이 끝난 후에도 러시아는 동청철도를 보호한다는 구실로 만주에서 철병하지 않았다. 일본은 러시아 세력을 만주에서 구축하기 위해 영국을 활용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1902년 1월 제1차 영일동맹을 체결했으며, 영국은 한국을 일본의 특수 이익 지역으로 인정했다. 러시아도 물러서지 않고 1903년 4월 평안도 용천의 용암포를 점령하고 7월에는 대한제국 정부에 조차(租借)를 강요했다. 이를 계기로 러일 간 대립은 더욱 첨예해졌다. 이후 러시아와 일본은 양국의 이해 관계 대립을 인정하고 협상 테이블을 마련하여 1903년 8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지난한 협상을 이어갔다. 하지만 협상은 전쟁을 시작하기 전 전쟁 책임을 상대에게 전가하기 위한 것으로 끝났다. 결국, 1904년 2월 4일 일본은 러시아와 외교 관계 단절을 결정했고, 일본군이 2월 8일 여순항에 정박 중인 러시아 함대를 기습 공격하며 러일전쟁이 발발했다.

한국을 둘러싼 전운이 감도는 상황에서 대한제국 정부는 1903년 9월 주일공사 고영희(高永喜)를 통해 일본 정부에 대한제국의 중립보장을 요구했고, 11월에는 전쟁이 발발할 경우 국외 중립을 선언하겠다는 뜻을 공표했다. 그리고 1904년 1월 21일에는 전시중립을 선언했지만 묵살되었다.

러일전쟁 개전 초반 일본이 예상 밖의 선전을 거두자 일본 국내에서는 대한제국 보호국화 여론이 확산되었다. 일본은 이미 개전 2주일 만인 1904년 2월 23일 한일의정서를 강제하여 대한제국이 일본의 시정개선 충고를 받아들이고, 제3국의 침해 혹은 내란 시 일본군의 출동과 군용지 수용 등 편의 제공을 규정하여, 한국의 내정과 외교를 장악하고 군사적으로 강점할 수 있는 근거를 확보했다. 한일의정서 체결 이후 1904년 5월 일본 각의에서는 「제국대한방침(帝國 對韓方針)」과 「대한시설강령(對韓施設綱領)」을 확정했다. 이를 통해 정치, 군사, 외교의 실질적 장악과 각종 경제적 이권을 도모하려는 계획이었다.

8월 6일부터 본 협정을 위한 교섭이 시작되었다. 일본공사 하야시 곤스케는 대한제국 외부대신에게 일본이 추천하는 일본인 1명을 재무 감독으로 탁지부에 초빙하고 외국인 1명을 외교고문으로 외부에 고용할 것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 대한제국 정부가 외국과 조약을 체결하거나 기타 중요한 외교 안건 즉 외국인에 대한 특권 양여와 계약을 체결할 때 미리 일본 정부와 상의한다는 내용이 더해진 각서의 초안을 제시했다. 대한제국 측은 재무 ‘감독’의 명칭을 ‘고문’으로 바꿀 것을 요구했고, 그 결과 8월 22일 고문 용빙에 대한 협정서가 조인되었다. 이로써 일본의 대한제국 내정 간섭이 용인되었고 대한제국의 독자적 외교권 수행은 제한되었다. 이것으로 일본의 대한제국 보호국화 작업은 한 발짝 더 진전되었다.

이 협정으로 인해 대한제국의 수많은 이권과 재산이 일본에 넘어갔고, 외교권도 제한되었다. 대표적으로 재정고문으로 일본인 메가타 다네타로(目賀田種太郎, 1953~1926)가 파견되었고, 외교고문으로 미국인 스티븐스(Durham White Stevens, 1851~1908)가 고빙되었다. 이들은 대한제국 정부의 재정과 외교 업무를 실질적으로 관할하는 권한을 가졌다. 그리고 궁내부를 비롯하여 각 부 고문으로 많은 일본인이 대한제국 정부에 파견되었으며, 일본의 고문은 대한제국 내정을 지배하는 통치체제 구축의 기반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