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료는 조선과 일본의 외교 관계를 정리한 『증정교린지(增正交隣志)』 가운데, 1443년(세종

'세종' 관련자료

25)에 체결된 계해약조

'계해약조' 관련자료

(癸亥約條)와 1512년(중종 7년)에 체결된 임신약조

'임신약조' 관련자료

(壬申約條)를 다룬 부분이다. 『증정교린지』는 1864년(고종 1) 사역원에서 편찬한 책으로 조선시대 대일관계(對日關係) 관련 자료를 집대성한 자료로 평가된다.

여기서 말하는 계해약조

'계해약조' 관련자료

는 조선과 일본 사이에 처음으로 체결한 성문화된 약조였다. 이 약조는 1592년(선조 25) 임진왜란이 발발할 때까지 조선과 일본 관계의 기본을 이루는 약조로 인식되었다. 계해약조

'계해약조' 관련자료

다음에 1512년(중종 7) 임신약조

'임신약조' 관련자료

(壬申約條), 1547년(명종

'명종' 관련자료

2) 정미약조(丁未約條) 등이 체결되었는데, 이 약조들 모두 계해약조

'계해약조' 관련자료

의 내용을 근간으로 하여 그 일부를 조정한 결과였다.

1419년(세종

'세종' 관련자료

1) 쓰시마 섬 정벌과 그 전후 시기에 이어진 각종 회유책으로 왜구

'왜구' 관련자료

의 해적 행위는 줄어들었다. 하지만 그 대신 평화적 통교(通交)를 목적으로 하는 왜인 도항자(渡航者)가 크게 늘었다. 조선은 유황이나 동(銅) 등 필요 물품 무역과 해적 행위 예방 등을 위하여 조선 땅에 들어온 도항자를 후하게 대우하고 지원해 주었는데, 도항자 수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이들을 위한 재정 부담 역시 커져 일정한 규제가 필요해졌다.

왜인 도항자에 대한 규제는 태종

'태종' 관련자료

대부터 시작되어 세종

'세종' 관련자료

(世宗, 재위 1418~1450) 대 본격적으로 마련되었다. 왜인을 통제하는 방책으로 수도서제(授圖書制), 포소(浦所) 제한, 서계(書契)·행장(行狀)·문인(文引)에 의한 통제 등이 시행되었다. 수도서제란 도서(圖書)가 찍힌 문서를 가지고 온 왜인만 조선에 통행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는 조치였다. 도서는 조선에서 대마도주 등에게 내려준 인장이었다. 서계·행상·문인은 모두 일종의 통행증을 가리켰다. 그리고 포소(浦所) 제한의 경우 왜인이 정박 및 상륙할 수 있는 항구를 제한한 조치였다. 처음에 왜인들은 자유롭게 조선에 와서 상업적 이익을 얻을 수 있었으나, 1407년(태종

'태종' 관련자료

7) 왜인들이 무역할 수 있는 장소를 부산포와 내이포 두 곳으로 제한하였다. 여기에 1424년(세종

'세종' 관련자료

8) 염포를 더하였다. 이 세 곳이 이른바 삼포(三浦)였다. 이곳은 1510년(중종 5) 삼포왜란이 일어나기 전까지 왜인들이 오가는 길목이자 무역을 위한 거류지(居留地)였다. 또 쓰시마도주 등에게 사인(私印)을 내려 사인이 찍힌 서계를 가지고 온 왜인만 대우하도록 하였고, 문인과 같은 장부를 만들어 허가를 받지 않은 왜인이 조선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였다.

더불어 조선은 쓰시마도주를 중심으로 세견선수의 정약(定約)과 접대 규정을 정비하여 도항자의 숫자와 도항 횟수, 교역량을 직접 통제하려고 하였다. 이를 정리하여 약조한 내용이 바로 계해약조

'계해약조' 관련자료

였다. 계해약조

'계해약조' 관련자료

체결은 당시 대마도체찰사로 파견된 이예(李藝, 1373~1445)와 쓰시마도주 종정성(宗貞盛) 사이에 이루어졌다.

계해약조

'계해약조' 관련자료

의 주요 내용은 “쓰시마도주에게는 매년 200석의 쌀과 콩을 하사한다”, “쓰시마도주는 매년 50척의 배를 보낼 수 있고, 부득이하게 보고할 일이 있을 경우 정해진 숫자 외에 특송선(特送船)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었다. 계해약조

'계해약조' 관련자료

는 현재 위와 같이 두 가지 항목만 전해 오고 있다. 이는 쓰시마도주와 세견선·도주특송선·세사미두(歲賜米豆)를 약정한 것이었지만, 이 약조를 계기로 다른 일본 내 세력들과 모두 세견선 정약을 함으로써 조선 전기 대일 통교 체제를 구성하는 시작점이 되었다.

조선은 왜인 도항자가 들어올 수 있는 항구를 제한하고 공식 서류를 지참한 왜인만 활동할 수 있도록 하여 재정 부담을 줄이려고 하였다. 그러나 이는 쓰시마도주, 구주탐제(九州探題) 등 일본의 지방 세력에 일정한 혜택을 주는 대신 도항자 통제를 위탁하는 형식이어서 한계가 있었다. 일본의 국내 정치 상황에 따라 통제가 제대로 되지 않을 때가 있었고, 통제와 상관없이 생계와 이익을 위하여 서류 위조까지 불사하며 도항하는 왜인이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쓰시마의 왜인들은 이미 경제적으로 많은 부분을 조선에 의존하고 있었으므로 철저한 관리가 어려웠다.

왜인 도항자에 대한 조선의 규제에도 불구하고 삼포에 도항하거나 머무는 왜인의 숫자는 세조 대와 성종

'성종' 관련자료

대를 거쳐 꾸준히 증가하였고 조선의 재정 부담도 커졌다. 한때 경상우도에서 납부하는 쌀 대부분을 이와 관련된 재정에 사용하여야 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하였다. 결국 조선은 왜인에 대한 규제를 점차 강화하고 대우를 줄이는 방향으로 대응하였고, 여기에 반발한 왜인들이 1510년 삼포왜란을 일으켰다. 조선은 15일 만에 삼포왜란을 진압하고 모든 교류를 단절하였다.

조선에 의존하고 있었던 쓰시마는 막부와 협조하여 조선에 교류 재개를 거듭 요청하였다. 북방 야인(野人)에 의한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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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발까지 염려하였던 조선은 결국 이 요청을 받아들여 다시 교류를 시작하였다. 다만 이미 무력 충돌까지 있었으므로 포소를 줄이고 그 이전보다 규제를 강화하였다. 그 결과 가운데 하나가 임신약조

'임신약조' 관련자료

였다. 이 사료에서 볼 수 있듯이 계해약조

'계해약조' 관련자료

에서 약조하였던 쓰시마도주에 대한 혜택은 임신약조

'임신약조' 관련자료

에서 크게 줄어들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왜인 도항자를 둘러싼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고 무력 충돌은 이어졌다. 1544년(중종 39) 사량진왜변(蛇梁津倭變)이 발생하였고, 1555년(명종

'명종' 관련자료

10) 을묘왜변

'을묘왜변' 관련자료

(乙卯倭變)도 일어났다. 사량진왜변 이후 조선은 정미약조를 체결하고 일본국왕사(日本國王使) 외에는 도항을 금지하였다. 을묘왜변

'을묘왜변' 관련자료

때는 수습 과정에서 오히려 쓰시마도주의 세견선 수를 다시 늘려주기도 하였다. 이처럼 쓰시마도주를 중심으로 약조를 맺고 왜인 도항자를 관리하는 대일 통교 체제는 왜변과 약조를 거듭하며 임진왜란 직전까지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