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 명의 지아비를 종사하여서 삶을 마치는 것은 부인(婦人)의 대절(大節)이니, 그 재가(再嫁)하는 자가 비록 옛사람의 코를 베고 머리를 자르며 부모의 명을 따르지 않은 절의에 부끄럽지만 그러나 나이가 젊고 아들이 없이 과부로 사는 자를, 부모나 혹은 존장(尊長)이 그 외롭고 고단함을 불쌍히 여겨서 절개를 빼앗는 것은 부득이한 데서 나온 것이니, 인정(人情)으로 금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추위에 핍박하고 굶어 죽으면 또한 어찌 작은 것이겠습니다. 이런 까닭으로 ‘대전(大典)’의 법(法)에, 삼부(三夫)를 고쳐 시집간 자의 자손에게는 청요직(淸要職)을 불허(不許)하였으되, 재가를 금(禁)하는 조항이 없으니, 신 등의 망령된 생각으로는 대전의 법이 정리(情理)에 합당하다 여겨지나, 만약 그 부모와 존장(尊長)의 명(命)이 없는데도 재가한 자는 이러한 제한에 포함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중략)…
1. 부인은 의리에 있어 두 명의 지아비를 섬길 수 없습니다. 그러나 혹 불행히 일찍 과부가 되었는데, 그 부모가 홀로 사는 것을 두려워하여서 억지로 굽히게 하여 뜻을 빼앗은 자도 있고, 혹은 지아비가 죽어 의탁할 곳이 없는 데다 자존(自存)할 수가 없어, 그 종족이 함께 의논하여 다시 시집가게 한 자도 있으니, 이것은 부득이한 데서 나온 것이라 죄 줄 수 없는 자입니다. 그런 까닭으로 대전에, ‘재가는 단지 봉작(封爵)만 하지 말 것이나, 그 삼가(三嫁)한 자 및 실행(失行)한 자는 자손을 녹안(錄案)하여 현관(顯官)의 제수와 부거(赴擧)를 허락하지 않는다’고 이미 법령으로 나타나 있으니, 이것의 경중을 짐작하여서 제도를 삼으시고, 이제 더하거나 빼는 일은 불가합니다. …(중략)…
1. 본국(本國)의 사대부
의 집은 대대로 예의를 지키어, 곧고 신조가 있어 음란하지 않음이 역사에 실려 있는데, 근래에는 크게 금하는 것이 조금 이완되어, 이심(李諶)의 처(妻) 조씨(趙氏)처럼 스스로 시집갈 지아비를 중매하여 추악한 소리가 흘러 들리고 있으니, 만약 깊이 다스리지 않으면 중인(中人)
이하의 여자는 모두가 장차는 이심의 처를 핑계[籍口]하여 다시는 수신(守信)하는 행실이 없으리니, 예속(禮俗)이 무너지는 것을 이루 탄식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이제 대전 안에, ‘각기 다른 사람과 세 번의 결혼을 한 사람은[更適三夫者] 자녀와 더불어 그 자손을 한가지로 등록하여, 부시(赴試)하거나 대간
(臺諫)·정조(政曹)
'사대부' 관련자료
'중인(中人)' 관련자료
'대간' 관련자료
문관의 인사권이 있는 이조(吏曹)와 무관의 인사권이 있는 병조(兵曹)의 합칭
가 될 수 없게 하였으되, 재가한 여자에 대해서는 논하지 않는다’라고 하였으니, 대저 율(律)은 대법(大法)을 베풀고, 예는 인정을 인연한 것입니다. 만약 빈천한 집에서 양쪽 다 부호(扶護)할 지친이 없는데 젊은 나이에 과부가 되었고, 또한 수절하기가 어려워, 그 부모와 친척이 정상을 참작하여 다시 초례[醮]한 것이면 예를 해롭게 함에 이르지는 않습니다. 외삼촌이 어머니의 뜻을 빼앗았다는 것은 옛사람이 말한 바이니, 만약 자녀와 더불어 한가지로 과죄한다면 큰 허물이 될까 두렵습니다. …(중략)… 1. 나이가 젊어 일찍 과부가 되고, 또 자녀에게 의탁할 수가 없어서 부모가 뜻을 빼앗아 개가하였다면 청허하고, 만약 자녀가 있는데도 재가한 자는 그 부모에게 죄를 주되, 대전(大典)의 삼부(三夫)를 고쳐 시집간 예로 논함이 좋겠습니다. …(중략)…
1. 예전에 정자(程子)가 말하기를, ‘재가하는 것은 단지 후세에 추위에 떨고 굶주려 죽을까 두려워하여 한 것이다. 그러나 절개를 잃는 일은 지극히 크고, 죽는 일은 지극히 작다’ 하였고, 장횡거(張橫渠)는 말하기를, ‘사람이 실절한 자를 취하여 자기의 짝을 삼으면, 이것도 또한 실절한 것이다’라고 하였으니, 대개 한번 더불어 초례를 치렀으면 종신토록 고치지 않는 것이 부인의 도(道)입니다. 만약 두 지아비를 고쳐 산다면, 이것을 금수와 더불어 어찌 가리겠습니까? 세속이 절의를 돌아보지 아니하면 비록 자재(資財)가 풍부하여 주리고 추위를 근심하지 않는 자라도 또한 모두 재가하고 국가에 또한 금령이 없어서 실절한 자의 자손으로 하여금 또한 청현(淸顯)의 직에 열위(列位)하게 하는 습관이 풍속을 이루어 평범하게 보아 넘겨 괴이하게 여기지 않으니, 비록 혼인을 주관하는 자가 없더라도 스스로 중매하여 지아비를 구하는 자까지 있습니다.
만약 이를 금하지 않는다면 어느 곳이든 이르지 않음이 없을 것이니, 금후로는 재가한 자를 한결같이 모두 금단하고, 만일 금령을 무릅쓰고 재가한 자가 있으면 아울러 실행(失行)
본래 길을 벗어나다는 의미이며, 도의에서 벗어난 행동을 한다는 의미로 확대됨
한 것으로 치죄하고 그 자손도 또한 입사(入仕)함을 허락하지 말아서 절의를 가다듬게 함이 편하겠습니다. 『성종실록』권82, 8년 7월 17일 임오
예조에 전지하기를,
“전(傳)에 이르기를, ‘신(信)은 부녀자의 덕이니, 한 번 더불어 함께 하였으면 종신토록 고치지 않는다’라고 하였다. 이러므로 삼종지의(三從之義)1)
가 있고, 한 번도 어기는 예(禮)가 없더니, 세도(世道)가 날로 비속(卑俗)하면서부터 여자의 덕이 부정(不貞)하여, 사족
의 여자가 예의를 돌보지 않고, 혹은 부모가 뜻을 빼앗기도 하고, 혹은 스스로 중매하여 사람을 따르니, 스스로 가풍(家風)을 무너뜨릴 뿐만 아니라, 진실로 이 명교(名敎)를 점오(玷汚)
1)
여자가 지켜야 할 3가지 도리인 삼종지도(三從之道)를 말한다. 즉, 시집가기 전에는 아버지에게 복종하고[在家從父], 시집가면 남편에게 복종하고[適人從夫], 남편이 죽은 뒤에는 자식을 따라야 한다[夫死從子]는 것임.
'사족' 관련자료
더럽히다
하게 함이 있으니, 만약 금방(禁防)을 엄히 세우지 않으면 음벽(淫僻)한 행실을 그치게 하기 어렵다. 이제부터는 재가한 여자의 자손은 사판(士版 )
벼슬아치 명단을 통칭
에 나란히 하지 않음으로써 풍속을 바르게 하라”라고 하였다. 『성종실록』권82, 8년 7월 18일 계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