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臣)은 상고하건대, 도(道)는 오묘해서 형체가 없기 때문에 글을 가지고 도를 표현하는데, 사서(四書)와 육경(六經)은 이미 도를 분명하고도 자세하게 밝혔으니, 글로 인하여 도를 추구하면 이치가 모두 드러날 것입니다. 다만 염려되는 것은 사서·육경의 서책이 너무 방대하여 요령(要領)을 얻기 어렵기에 선현(先賢)들께서 『대학(大學)』을 내세워서 이것으로 규모를 세웠는데, 성현의 수많은 가르침(謨訓)이 모두 이에 벗어나지 않으니, 이것이야말로 요령을 찾는 방법이옵니다. …(중략)…
이에 다른 일을 제쳐 놓고 오로지 요점을 간추리는 것을 일삼아서 사서·육경은 물론이고 선유(先儒)의 학설, 또는 역대의 역사서까지 깊이 탐구하고 널리 찾아 모아서 정밀하고 순수한 것을 모아, 분류하고 차례를 매긴 다음, 번잡한 것을 깎고 요약하여 깊이 파고들어 음미하고 사색하고 거듭 수정하여 2년이 걸려 이 책을 편성하였는데, 모두 5편으로 편성하였습니다.
1편의 총설은 수기(修己)와 치인(治人)을 합하여 말한 것인데, 곧 『대학』의 이른바 ‘명덕을 밝힌다(明明德)’는 것과 ‘백성을 새롭게 한다(新民)’는 것과 ‘지극한 선에 머문다(止於至善)’는 것입니다.
2편의 수기는 곧 『대학』에서 말한 ‘명덕을 밝힌다’는 것으로 모두 열 세 항목입니다. 1장은 총론(總論)이고, 2장은 입지(立志)이고, 3장의 수렴(收斂)은 방향을 정하고 흩어진 마음을 구해서 『대학』의 기본을 세우는 것이고, 4장의 궁리(窮理)는 곧 『대학』의 이른바 ‘사물의 이치를 궁구하고 지식을 지극히 한다(格物致知)’는 것이며, 5장의 성실(誠實), 6장의 교기질(矯氣質)
기질을 교정함
, 7장의 양기(養氣)
기운을 키움
, 8장의 정심(正心)은 곧 『대학』의 이른바 ‘뜻을 성실히 하고[誠意] 마음을 바르게 한다[正心]’는 것이며, 9장의 검신(檢身)은 이른바 『대학』에서 말한 ‘몸을 닦는다’는 것이고, 10장의 회덕량(灰德量)
덕량을 회복함
, 11장의 보덕(輔德)
덕을 보충함
, 12장의 돈독은 성의·정심·수신의 나머지 뜻을 거듭 논한 것이고, 13장은 공효(功效)
효과
를 말한 것으로 수기가 지극한 선에 그친 것입니다. 3편의 정가(正家)와 4편의 위정(爲政)은 이른바 『대학』에서 말한 백성을 새롭게 한다는 것으로 정가는 ‘집안을 가지런하게 다스리는 것(齊家)’을 말하며, 위정은 ‘나라를 잘 다스리고(治國)’, ‘천하를 평화롭게 하는 것(平天下)’을 말합니다. 정가의 조목은 여덟이니, 1장은 총론이고 2장은 효경(孝敬), 3장의 형내(刑內), 4장의 교자(敎子), 5장의 친친(親親)은 어버이에게 효도하고 아내와 자식에게 모범이 되고, 형제간에 우애하는 도이고, 6장의 근언(謹嚴), 7장의 절검(節儉)은 아직 설명하지 못한 뜻을 풀어낸 것이고, 8장은 공효를 말한 것으로 집안을 가지런하게 다스려서 지극한 선에 머무는 것입니다.
위정(爲政)의 조목이 열이니, 1장은 총론이고 2장의 용현(用賢)
어진 이를 등용함
, 3장의 취선(取善)
선한 이를 고름
은 곧 『대학』에서 이른바 ‘어진 사람만이 사람을 제대로 사랑하고 미워할 수 있다’는 뜻이며, 4장의 식시문(識時務)
현실 문제를 이해함
, 5장의 법선왕(法先王)
선왕을 본받음
, 6장의 근천계(謹天戒)
하늘의 경계를 두려워함
는 곧 『대학』에서 인용한 ‘시경(詩經)의 마땅히 은나라를 본보기로 경계할지어다. 하늘이 내린 큰 사명을 지키는 것이 쉽지 않다’는 뜻이고, 7장의 입기강(立紀綱)
기강을 세움
은 곧 『대학』에서 이른바 ‘나라를 소유한 자는 삼가지 않을 수 없으니 편벽되면 온 세상으로부터 죽임을 당할 것이다’는 뜻이며, 8장의 안민(安民), 9장의 명교(明敎)는 곧 『대학』의 이른바 ‘군자에게는 혈구의 도가 있다. 효성과 공경을 일으키고 백성끼리 서로 저버리지 않는다’는 뜻이고, 10장은 정치를 행함의 효과로써 종결지었으니, 치국과 평천하가 지극한 선에 머무른 것입니다. 5편은 성현 도통이니, 이는 『대학』의 이념이 실현된 자취입니다. 이상을 합하여 ‘성학집요(聖學輯要)’라 이름 하였습니다. 이것을 바치는 것은 결국 도를 전하는 책임을 전하께 바라는 것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전하께서는 500년이면 성인이 나온다는 그런 기회를 맞이하여 군사(君師)의 지위에 거하시며 선을 좋아하는 지혜와 물욕이 적은 어짐과 일을 과감히 처리하는 용기를 가지고 계시니, 진실로 시작에서부터 끝까지 계속하여 부지런히 학문에 힘쓰신다면 어떤 중한 책임과 원대한 사업인들 감당해 내고 이루어내지 못하겠습니까? 다만 어리석은 신은 견문이 넓지 못하고 생각이 투철하지 못해서 가려 뽑고 차례를 매기는 순서를 잃은 것이 많사오나, 여기에 인용한 성현의 말씀만은 모두 천지에 세워도 어긋나지 않고 귀신에게 따져물어도 의혹이 없고 후대의 성인이 다시 나온다 하여도 자신이 있는 것들입니다. 어리석은 신이 조리를 잘못 구분했다 하여 성현의 교훈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됩니다. 간혹 어리석은 신이 조그마한 견해를 사이에 끼워 넣은 것도 있으나, 이 역시 삼가 성현의 교훈을 상고하고 모방해서 글을 이루었으며, 감히 방자하게 맹목적인 말을 하여 종지(宗旨)를 잃지는 않았습니다. 신의 정력을 이 책에 다 쏟았으니, 만일 항상 책상 위에 두시고 열람해 주신다면 전하께서 천부적인 덕성과 왕의 도리를 배우는 데 다소나마 도움이 없지 않을 것입니다.
이 책은 비록 임금께서 배워야 할 학문을 주로 하였지만 실상은 상하에 모두 통합니다. 학자 중에 널리 열람은 하였으나 지나치게 넘쳐 귀결이 없는 자는 마땅히 이 책에서 공을 거두어 반약(反約)
수렴하여 요약함
하는 방법을 얻어야 하고 배우지 못하여 누추하고 식견이 적은 자는 마땅히 이 책에 힘을 쏟아 학문을 향한 방향을 정해야 합니다. 배움에는 빠르고 늦음의 차이가 있지만 모두 유익이 있을 것이니, 이 책이야말로 사서와 육경의 사다리입니다. 만일 수고로움을 싫어하고 간편한 것을 편히 여겨 학문하는 일을 여기에서 그치게 된다면 이는 다만 문과 뜰만을 구하고 그 당에 오르고 방을 들어가지 않는 것이오니, 신이 이 책을 편찬한 본의가 아닙니다.
만력(萬曆)
손을 모아 엎드려 절하옵고 삼가 서문을 씁니다.
중국 신종의 연호
3년(1575) 가을 7월 16일, 통정대부 홍문관부제학지제교 겸경연참찬관 춘추관수찬관 신 이이
'이이' 관련자료
『율곡전서』권19, 『성학집요』1,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