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평통보의 유통 < 사료로 본 한국사

'비변사' 관련자료

의 여러 신하를 만나서, 비로소 돈[錢]을 사용하는 일을 논의하여 결정하였다. 돈은 천하에 통행하는 재화인데, 오직 우리나라에서만 조종조(祖宗朝)로부터 여러 차례 행하려고 하였으나 행할 수 없었다. 이는 대개 동(銅)과 철(鐵)이 우리나라에서 나는 산물이 아닌 데다가, 백성들의 풍속이 중국과 달라 막히고 방해되어 시행하기 어려운 폐단이 있었다. 이때에 이르러 대신 허적(許積)·권대운(權大運) 등이 시행하기를 청하였다. 숙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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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肅宗)이 여러 신하에게 묻자 그 자리에 있던 신하들이 모두 그 편리함을 말하였다. 숙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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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대로 따르고, 호조(戶曹)·상평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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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常平廳)·진휼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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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賑恤廳)·어영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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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御營廳)·사복시(司僕寺)·훈련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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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訓鍊都監)에 명하여 상평통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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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常平通寶)를 주조하여 돈 400문(文)을 은 1냥(兩)의 값으로 정하여 시중에 유통시켰다.

『숙종실록』권7, 4년 1월 23일 을미

引見大臣備局諸臣, 始以用錢定奪. 錢爲天下通行之貨, 而惟我國, 自祖宗朝, 累欲行之而不得者. 蓋以銅鐵非土産, 而且民俗與中國有異, 有窒礙難行之弊也. 至是, 大臣許積·權大運等, 請行之. 上問于群臣, 群臣入侍者皆言其便. 上從之. 命戶曹常平廳賑恤廳御營廳司僕寺訓鍊都監, 鑄常平通寶, 定以錢四百文, 直銀一兩, 行于市.

『肅宗實錄』卷7, 4年 1月 23日乙未

조선시대 국가재정은 쌀과 포목을 중심으로 운영되었다. “쌀[米]은 호조에서 관할하고, 무명[布]는 병조에서 지급하기 때문에 ‘호료(戶料)’, ‘병포(兵布)’라고 한다”는 말처럼 쌀과 포목은 국가재정을 총괄하는 호조와 군포를 담당하는 병조의 핵심 물종이었다. 국가재정뿐 아니라 민간에서도 쌀과 포목은 가장 일반적인 교환수단이자 가치저장 수단이었다. 그중에서도 쌀은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압도적이었기 때문에 대다수 농민은 굳이 쌀 이외 다른 통화가 필요하지 않았다. 광해군(光海君, 재위 1608~1623) 대에는 부세를 동전으로 받자는 주장이 제기되었고, 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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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仁祖, 재위 1623~1649) 대에는 훈련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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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訓鍊都監)의 급료를 동전으로 지급하여 동전 유통을 시도했으며, 효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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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孝宗, 재위 1649~1659) 대에는 실제 동전을 주조하여 시범적으로 동전을 유통했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위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에서 ‘백성들의 풍속이 중국과 달라 막히고 방해되어 시행하기 어려운 폐단이 있었다.’라고 한 것은 이를 두고 한 말이다.

그러다 현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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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顯宗, 재위 1659~1674) 말부터 숙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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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肅宗, 재위 1674~1720) 전반까지 미증유의 흉년을 맞으면서 과세지가 큰 폭으로 감소하였고, 세입도 대응 가능한 범위를 벗어난 수준으로 격감하였다. 예고 없이 찾아오는 흉년은 재정운영에 가장 큰 불안요소였다. 흉년이나 예상치 못한 지출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재정수지를 여유 있게 설정하여 평시에 저축이 이뤄져야 했지만, 1년 수입으로 1년 지출을 감당하기도 버거웠던 당시 재정구조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1676년(숙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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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에는 재정 고갈로 호조가 지급하던 하급관리의 삭포(朔布)도 병조에서 대신 지급하였다. 1677년(숙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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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에는 팔도에 흉년이 들었다. 특히 국가재정을 지탱하던 하삼도의 피해가 심각하여 막대한 세입 감소가 우려되었다. 이 해의 흉년은 현종 말 대기근과 비견될 만큼 심각하다는 보고가 올라오자 전년의 세입도 많지 않아 재고가 부족한 상황에서 녹봉을 비롯하여 지출 전반에서 큰 폭의 감축을 단행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1678년(숙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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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조정은 주전(鑄錢)과 화폐유통을 단행한 것이다.

이 사료는 1678년(숙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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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1월 상평통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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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常平通寶)를 만들어 시중에 유통하게 된 사실을 말하는 자료이다. 같은 해 윤3월에는 화폐유통에 필요한 절목인 「행전절목(行錢節目)」이 마련되었고, 4월부터 정식으로 동전을 법적인 통화로 사용할 것을 결정하였다. 6월에는 평안도와 전라도의 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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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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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서도 주전하도록 하였다. 「행전 절목」에서는 ① 동전의 가치를 은 가격을 기준으로 정하여 동전 을 은 1냥으로 정하고, ② 국가 공인 시장인 시전(市廛)을 동전 유통의 기반으로 삼아 시전에서 나오는 물건에 대한 지불은 반드시 동전을 사용하도록 하였으며, ③ 세금을 포나 쌀이 아닌 돈으로 납부하는 대전납(代錢納)은 각종 과 진휼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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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賑恤廳) 환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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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만 허용한다는 것 등이었다. 당시 동전은 처음에는 호조·상평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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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휼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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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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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영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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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에서 각기 주조하였다.

화폐를 유통하던 초기에는 서울을 비롯하여 지방의 각 아문이 주전사업에 참여한 결과 전국에는 상당한 동전이 유통되었다. 정부는 동전 유통의 확대로 동전가치가 하락하는 현상이 발생하면 주전사업을 금지하는 한편 주전의 권한을 호조로 일원화하였지만 이후에도 동전은 지속적으로 주조되어 유통되었다. 선혜청을 비롯한 진휼청, 어영청, 총융청 등 중앙 아문은 각기 아문의 특성을 근거로 주전을 요청하였고, 많은 양의 동전을 만들어냈다. 다량의 동전 주조는 ‘전천(錢賤)’ 현상으로 이어졌다. 영조대 초반에는 반대로 동전의 품귀 현상인 ‘전황(錢荒)’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동전의 가치가 풍흉의 영향을 많이 받는 만큼 동전을 축장(蓄藏)하여 이익을 보기 위함이었다. 이 때문에 폐전론(廢錢論)이 대두되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18세기 연례주조제가 실시되면서 동전 유통은 점차 확대되었다.

이 같은 정부 주도의 화폐 발행 정책이 추진되면서 전국적으로 화폐가 유통되었다. 18세기 전반 이후 동전은 일반적인 교환 수단이나 지불 수단으로서의 지위를 차지하였다. 일반 거래는 물론이고 각종 고용에 대한 대가가 대부분 동전으로 지불되었다. 세금 또한 화폐로 징수하는 정책이 아울러 추진되었다. 이런 화폐유통의 증대는 상품 화폐 경제를 더욱 발달시켜, 서울에서는 국가의 허가 없이 물건을 파는 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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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亂廛)과 개인 상인들의 활동이 시전 상인을 위협할 만큼 성장하였고, 지방 시장에서는 5일장 체계가 점차 확대되었다.

동전 유통에 기초한 화폐 경제는 이후 18세기 후반에서 19세기 중엽에 이르러 더욱 발전하였다. 동전의 유통 영역과 가치 법칙의 작용 범위가 한층 확대되어 상품 거래는 물론 노동력에 대한 대가 또한 대부분 화폐 가치로 환산되고 지불되었다. 이 시기 동전은 가치 척도와 교환 수단일 뿐 아니라 지불 수단이나 축적 수단으로서도 독점적인 지위를 차지하였다. 동전 유통이 일반화되면서 신용 화폐 또한 유통되기 시작하여, 대규모 상거래에서는 중량을 지닌 금속 화폐 대신 환(換)과 어음 등의 신용 화폐가 이용되었다.

이 글의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 견해이며, 국사편찬위원회의 공식적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참고문헌

논문: 권내현, 「17~18세기 조선의 화폐유통과 은」, 『민족문화연구』 74, 2017.; 김영록, 「17~18세기 대일銅무역과 정부의 주전사업」, 『지역과 역사』 43, 2018.; 방기중, 「19세기 전반 조세 수취 구조의 특질과 기반」, 『국사관논총』 17, 1990.; 방기중, 「17·18세기 전반 금납조세의 성립과 전개」, 『동방학지』 45, 1984.; 원유한, 「조선시대 화폐사 시기 구분론」, 『역사와 실학』 32, 2007.; 유현재, 「조선 후기 鑄錢정책과 財政활용」, 서울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14.; 임성수, 「17~18세기 銅錢 발행과 作錢制의 시행」, 『한국문화』 93, 2021.; 임성수, 「18세기 전반 廢錢論의 전개와 鑄錢 재개」, 『역사문화연구』 2022.; 임성수, 「朝鮮後期戶曹의 財政運營硏究 : 加入·鑄錢을 중심으로」, 고려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19.
저서: 권인혁, 『조선시대 화폐유통과 사회경제』, 경인문화사, 2011.; 송찬식, 『이조의 화폐』, 한국일보사, 1975.; 원유한, 『조선후기 화폐사』, 혜안, 2008.; 정수환, 『조선후기 화폐유통과 경제생활』, 경인문화사, 2013.
편저: 방기중, 「금속화폐의 보급과 조세 금납화」, 국사편찬위원회 편, 『(신편) 한국사 33: 조선 후기의 경제』, 1997; 원유한,「조선후기의 화폐경제 발달과 그 영향」, 민족문화사, 1991.

시기 구분	기획	집필	교열	윤문	자료 총괄	구축 년도
삼국 이전 삼국 시대	전미희 류주희 이규리	문동석 이정빈 이현태	장종진	장청화	이계형	2012
삼국 이전 삼국 시대	박남수 홍기승	문동석 이현태	장종진	김경복	장청화	2013
통일 신라와 발해	전미희 류주희 이규리	김창겸 김덕원	전경숙	장청화	이계형	2012
통일 신라와 발해	박남수 홍기승	문동석 이현태	장종진	김경복	장청화	2013
고려 시대	전미희 류주희 이규리	한정수 손민호 황영수	전경숙	장청화	이계형	2012
고려 시대	류주희 홍기승	한정수	김가람	김경복	장청화	2013
조선 시대	전미희 류주희 이규리	이경찬 박귀미 이기명 이화영	이근호	장청화	이계형	2012
조선 시대	이규리 홍기승	이근호	김가람	김경복	장청화	2013
근대	전미희 류주희 이규리	은정태 홍문기	최보영	장청화	이계형	2012
근대	염복규	은정태	홍동현	김경복	장청화	2013
현대	전미희 류주희 이규리	박미경 이관형	김진흠	장청화	이계형	2012
현대	김점숙	이정은	홍동현	김경복	장청화	2013

시기 구분	기획	집필	교열	감수	구축연도
근대	신재호 이주호	곽금선, 김명섭, 김상연, 김상훈, 김영진, 김진혁, 김호걸, 노성룡, 박주영, 송영화, 이양희, 이지은, 임동현, 최용준, 한보람, 한승훈, 한애라, 한준호, 홍수연	이명학	정일영	2023
현대	신재호 이주호	곽경상, 김상규, 김상연, 김재웅, 김진혁, 서홍석, 신재준, 예대열, 이길중, 이지완, 정무용	김태윤	김아람	2023
근대	신재호 이주호	곽금선, 박주영, 박한민, 이양희, 이지은, 임동현, 주동빈, 최용준, 한보람, 한승훈, 한애라, 한준호	이명학	양진아	2024
현대	신재호 이주호	김상연, 김청강, 예대열, 이길중, 이지완	이명학	김아람	2024

시기 구분	기획	해설 집필	해설 교열	감수	구축연도
근대	신재호 이홍구	곽금선, 김기성, 김명섭, 김명재, 김명환, 김상훈, 김소영, 김영진, 김헌주, 남기현, 류동연, 박순섭, 박주영, 박한민, 성주현, 송영화, 심철기, 양진아, 이성우, 이양희, 이지은, 임인재, 최보민, 최보영, 최우석, 한보람, 한승훈, 한준호	박은숙 정일영 한승훈	김도형	2022
현대	신재호 이홍구	김대현, 김동주, 문민기, 박경렬, 이재석, 이지완	박광명 임광순	김아람 김태우	2022
조선 전기	신재호 이주호	신동훈, 양정현, 윤승희, 이경동, 이상민, 이지훈	서민주	나영훈	2024
조선 후기	신재호 이주호	도주경, 문광균, 오승관, 윤민경, 임성수, 채홍병	이행묵	박범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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