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의 재배
【밭벼[旱稻]를 덧붙임】
○ 벼 품종에는 올벼와 늦벼가 있다. 경종법(耕種法)에는 물갈이[水耕]
【
향명(鄕名)
예전부터 민간에서 부른 동물 및 식물들의 이름
은 무삶이】
, 마른갈이[乾耕]
【향명은 건삶이】
와 모종법[揷種]
【향명은 묘종】
이 있다. 제초하는 법은 대체로 같다. ○ 올벼(早稻)의 물갈이 법은 추수 후 논물을 대기 쉬운 기름진 논을 선택하여
【논은 위로부터 물을 대기 쉽고 아래로 뺄 수 있어서 가물면 물을 대고 비가 내리면 물을 뺄 수 있는 곳이 으뜸이다[爲上]. 물이 흐르지 않고 괴어 있는 곳은 그 다음[次之]인데, 비가 장기간 내리면 물이 탁하여 모가 썩는다. 비가 내려야 심을 수 있는 높은 곳의 논은 좋지 않다[爲下].】
갈고, 겨울에 거름을 넣는다
【1월에 얼음이 풀린 뒤 인분을 넣거나 혹은 객토
농지에 새로운 흙을 넣어서 토지를 개선하는 일
를 하여도 좋다】
. 2월 상순에 또 갈고 써레[木斫]
【향명은 소을라】
로 세로와 가로로 평평하게 고르고 다시 쇠스랑[鐵齒擺]
【향명은 수수】
으로 흙덩이를 깨뜨려 부드럽게 한다. 파종에 앞서 볍씨를 물에 담가 3일이 지난 후 건져 내어 짚으로 엮은 섬[蒿篅]
【향명은 공석】
에 담아 따뜻한 곳에 둔다. 자주 판로[板撈]
논밭의 흙을 고르는 농기구
【향명은 번지】
나 고무래[把撈]
【향명은 밀개】
로 씨를 덮고 물을 대며 새를 쫓아낸다
【묘의 싹이 나올 동안】
. 모가 두 잎이 나오면 물을 빼고 손으로 김을 매는데
【모가 약하므로 호미를 쓰지 말아야 하지만 물이 말라서 흙이 단단하면 호미를 써야 한다】
, 모 사이의 가는 풀을 뽑고 또 물을 댄다
【매번 물을 빼고 김을 맨 후 다시 물을 대는데 모가 약할 때에는 얕게, 강할 때에는 깊게 댄다】
. 개울물을 대는 곳으로 가물어도 마르지 않는 곳은 김을 맨 후에 매번 물을 빼고 뿌리를 햇볕에 2일간 쪼였다가 다시 물을 댄다
【바람과 가뭄에 잘 견디게 하고자 함이다】
. 모가 반 자[尺] 정도 자라면 또 김을 매는데 호미로 맨다
【모가 튼튼해서 호미를 쓸 수 있다】
. 김을 맬 때는 손으로 모 사이의 흙 바닥을 주물러 부드럽게 매야 하며 김매기는 3~4회 한다
【곡식이 자라는 것은 오로지 매어 가꾸는 일에 의지하며, 또 올벼는 빠르게 자라므로 일손을 늦추어서는 안 된다】
. 벼가 익어 갈 때에는 물을 뺀다
【물이 있으면 더디게 익는다】
. 올벼의 벼 알은 잘 떨어지므로 익는 대로 수시로 베어야 한다. ○ 늦벼[晩稻]의 물갈이 법은, 음력 1월에 얼음이 풀리면 (논을) 갈고 인분이나 객토를 넣는 것은 올벼에서 하는 법과 같다
【올해에 객토를 넣으면 내년에는 인분이나 잡초를 넣으면서 서로 엇갈려 실시한다】
. 진흙땅이거나 불량한 땅, 수온이 낮은 곳이면 오로지 새 흙을 넣고, 모래흙의 메마른 땅이면 외양간 거름과 갈나무잎
【향명은 가을 초】
을 덮는다. 인분이나 누에똥[蠶沙]도 또한 좋다
【그러나 많이 얻기가 어렵다】
. 3월 상순부터 망종(芒種)
24절기 가운데 9번째 절기로, 음력으로는 4월 혹은 5월이고, 양력으로는 6월 6일 무렵이다
때까지 또 갈아야 하는데
【대개 절기보다 늦게 파종하면 결실이 불량하다】
볍씨 담그기[漬種], 파종[下種], 복토[覆種], 물 대기[灌水], 김매기[耘] 하는 방법은 모두 올벼의 방법과 같다
【6월 보름 전에 세벌 매는 것이 으뜸이고, 6월 중에 세벌 매는 것이 다음이며, 이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좋지 않다】
. ○ 봄에 가물어 물갈이를 할 수 없을 때는 마땅히 마른갈이로 해야 한다
【오직 늦벼를 심어야 한다】
. 그 방법은 (논을) 간 다음에 곰배[檑木]
【향명은 고음파】
로 흙덩이를 깨뜨리고 또 써레
【향명은 소흘라】
로 가로세로로 평평히 고른 뒤 볍씨 한 말을 잘 썩은 인분이나 오줌재[尿灰] 한 섬에 고루 섞도록 한다
【오줌재를 만드는 법은 소 외양간 밖에 구덩이를 파서 오줌을 모아 놓고 여기에 볏짚이나 왕겨, 벼쭉정이 등을 불태워 만든 재를 넣은 후 고루 저어서 만든다】
. 볍씨는 넉넉히 뿌리고 새를 쫓아낸다
【싹이 나올 동안만】
. 모가 미처 자라기 전에 물을 대는 것은 옳지 않으나, 잡풀이 나면 비록 가물어서 모가 마르더라도 김 매기를 중단해서는 안된다
【옛말에 이르기를 “호미 머리에 스스로 100본의 벼가 있다.” 하였고, 늙은 농부가 또한 말하기를 “모는 사람의 공을 알아 준다.” 하였다】
.
○ 모내기
로 재배하는 방법[苗種法]은 물이 있는 논을 선택하되 비록 가물어도 마르지 않는 곳이어야 한다. 2월 하순부터 3월 상순 사이에 갈 수 있다. 논마다 10분의 1은 모를 기르고 나머지 10분의 9는 모를 심는다
【모를 뽑고 나면 못자리에도 아울러 모를 심는다】
. 먼저 못자리로 할 곳을 갈고 방법대로 바닥을 고르게 다듬고[熟治] 물을 뺀다. 다음으로 연한 버들가지를 잘 썰어서 두껍게 펴서 발로 밟아 넣고 흙을 볕에 쬐어 말린 후에 물을 댄다. 앞서 물에 담근 볍씨는 3일 만에 걸러 내어 짚으로 엮은 섬
【향명은 공석】
에 하루 동안 두었다가 씨를 뿌리고 판로
【향명은 번지】
로 씨를 덮는다. 모가 한 움큼 이상 자라면 옮겨 심을 곳을 먼저 간 다음 상수리 나뭇잎을 깐다
【향명은 가을초】
. 외양간 거름을 펴고 모낼 때에 또다시 갈아 앞에 든 방법대로 잘 다스려 흙이 매우 부드럽게 만든다. 한 그루에 모 4~5본을 넘지 않도록 심고 미처 뿌리를 내리기 전에 물을 대서는 안된다.
【이 방법은 제초하기에는 편리하지만 만일 크게 가물면 농사를 망치게 되므로 농가로서는 위험한 방법이다】
.
'모내기' 관련자료
○ 벼의 품종은 매우 많지만 대개는 같다. 다른 한 종을 말하면 밭벼
【향명은 묏벼】
이다. 높은 지대나 수온이 낮은 곳에 적당하나 너무 건조하면 거둘 수 없다. 2월 상순에 (논을) 갈고 3월 상순부터 중순에 또 (논을) 갈아서 이랑을 만든다. 씨를 넉넉히 뿌린 다음 두둑
논 혹은 밭을 갈아 골을 만들어서 흙을 쌓아 만든 곳
을 굳게 밟아 준다. 김을 맬 때는 동시에 모 사이의 흙을 덜어내는데 그 흙을 모에 북돋워 주어서는 안 된다. 만일 메마른 땅이면 잘 썩은 인분이나 오줌재를 섞어서 파종한다. 혹은 밭벼 2푼, 피[稷] 2푼, 팥[小豆] 1푼의 비율로 섞어서도 파종한다
【대개 씨를 섞어서 심는 방법은 수재나 가뭄이 들어도 곡식의 종류별로 작황이 해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사용하는 방법이다. 따라서 섞어 심으면 모두 잃게 되지는 않는다】
. ○ 만약 초목이 빽빽하게 무성한 곳을 새로 개간하여 논으로 만들려고 하면 불을 놓아 태운 후 (토지를) 갈고, 3~4년 후 토질의 성질을 살펴서 인분을 쓴다.
○ 만약 저습하여 거친 땅은 3~4개월간 물풀이 자랄 때 윤목(輪木)
흙을 고르게 하거나 씨가 날아가지 않도록 땅을 다지는 데 쓰는 농기구
을 써서 풀을 없앤다. 이곳은 흙이 무르므로 좋아지기를 기다려 늦벼를 뿌리고 다시 섭나무 두세 개를 묶어서 소로 끌어 씨를 덮는다. 이듬해에는 따비[耒]
【향명은 지보】
를 사용할 수 있고, 3년이 되면 소로 갈 수 있게 된다
【이와 같이 하면 잡초가 나지 않고 수고를 크게 덜게 된다】
. 윤목을 만들 때는 단단하고 강한 나무를 써서, 길이는 넉 자 정도로 하고 5각형으로 날카롭게 모퉁이를 만든 후 이것의 양쪽을 심대로 관통시켜 이 심대 양쪽에 줄을 맨다. 아이를 안장 지운 소나 말에 태우고 심대에 맨 줄과 안장 후교(後橋)
【향명은 북지(北枝)】
와 연결시킨다. 말과 소가 지나가면 윤목의 5각형 모퉁이가 저절로 굴러서 풀을 으깨어 없애고 흙덩이를 깨뜨린다. 만약 매우 습하여 사람이나 소가 빠져 들어가 밟을 수 없는 땅에서는 도리깨[栲栳]
【향명은 도리편】
를 사용하여 풀을 없앤다. 씨를 뿌리는 일은 한결같이 앞서 설명한 방법과 같다.『농사직설』 종도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