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본래부터 명분(名分)을 중히 여겼다. 양반
들은 아무리 심한 곤란과 굶주림을 겪더라도 팔짱 끼고 편하게 앉으며 쟁기를 쥐지 않는다. 간혹 실업(實業)에 힘써서 몸소 천한 일 하는 것을 달갑게 여기는 자가 있다면 모두들 나무라고 비웃으며 노예
처럼 바라보니, 노는 백성은 많아지고 생산하는 자는 줄어든다. 그러므로 재물이 어찌 궁하지 않을 수 있으며, 백성이 어찌 가난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마땅히 엄하게 명령을 세워야 할 것이니 사·농·공·상에 관계되지 않은 채 놀고먹는 자에 대해서는 관(官)에서 벌칙을 마련하여 세상에 용납될 수 없도록 하여야 한다. 재능과 학식이 있다면 비록 농부나 장사치의 자식이 낭묘
(廊廟)에 들어가 앉더라도 참람될 것이 없고, 재능과 학식이 없다면 비록 공경(公卿)의 자식이 하인으로 돌아간다 할지라도 한탄할 것이 없다. 위와 아래가 힘을 다하여 함께 그 직분을 닦는데, 부지런하고 게으름을 상고하여 상벌을 베풀어야 한다.
'양반' 관련자료
'노예' 관련자료
'낭묘' 관련자료
가정이든 국가이든 사치함보다 더 나쁜 짓이 없다. 무릇 저택과 기용(器用)에 대해서 오직 순박하고 정교함함에만 힘써 쓰는 데 알맞도록 하고, 재물만 낭비할 뿐 쓰는 데 유익이 없는 것은 일절 금지시켜야 한다. 무릇 영을 내려서 금지하자면 반드시 위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궁궐을 금은으로 장식하지 않는다면 공경의 집에서 감히 산조(山藻)를 그리지 못할 것이며 1)
, 비빈(妃嬪)이 수놓은 비단옷을 입지 않는 다면 사서인(士庶人)의 아내가 감히 명주옷을 입지 못할 것이다. 몸소 실천한 뒤에 영을 내리고 자신부터 다스린 후에 법을 가르친다면 백성치고 누구인들 따르지 않는 자가 있으랴.
1)
산조(山藻)를 그리지 못할 것이며 : 산조(山藻)는 『논어』 공야장(公冶長)편 17장에 나오는 “산절조절(山節藻棁)”의 약어이다. 노(魯)나라의 대부인 장문중(臧文仲)에 대하여 사람들은 지혜롭다고 평하였으나, 공자는 사례를 들어 그가 지혜롭지 못함을 밝혔다. 장문중은 채(蔡, 큰 거북)을 자기 집의 점치는 사당에 두고, 사당의 서까래머리[節]에는 산(山)을, 동자기둥[棁]에는 마름풀[藻]을 그렸다. 당시 거북의 껍질은 국가대사의 길흉을 점치는 도구로서 천자만이 보관할 수 있었으므로 사사로이 거북을 보관하고 사당을 화려하게 장식한 행위는 신분과 지위를 넘는 행태를 보인 것이었다.
『담헌서』내집 권4, 보유, 임하경륜
- 산조(山藻)를 그리지 못할 것이며 : 산조(山藻)는 『논어』 공야장(公冶長)편 17장에 나오는 “산절조절(山節藻棁)”의 약어이다. 노(魯)나라의 대부인 장문중(臧文仲)에 대하여 사람들은 지혜롭다고 평하였으나, 공자는 사례를 들어 그가 지혜롭지 못함을 밝혔다. 장문중은 채(蔡, 큰 거북)을 자기 집의 점치는 사당에 두고, 사당의 서까래머리[節]에는 산(山)을, 동자기둥[棁]에는 마름풀[藻]을 그렸다. 당시 거북의 껍질은 국가대사의 길흉을 점치는 도구로서 천자만이 보관할 수 있었으므로 사사로이 거북을 보관하고 사당을 화려하게 장식한 행위는 신분과 지위를 넘는 행태를 보인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