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傳이란 한 개인의 행적을 사실에 근거하여 서술함으로써 후세에 길이 전하고자 하는, 한문학의 전통적 기록문학 양식의 하나이다. 그런데 여기에 약간의 허구성을 가미한 작품들이 시도되어 오다가 조선에 들어서는 상상적 측면이 크게 확대되면서 소설적 성향을 짙게 띠는 작품들이 적지 않이 나타났다. 朴趾源·李鈺·金鑢(1770년대∼1821) 등이 남긴 일련의 전이 여기에 해당한다.
전이 이와 같이 일각에서 소설적 경사를 보이게 된 까닭으로는 우선 임진·병자 양란 이후 급속하게 변모한 새로운 사회상을 들 수 있다. 상하층 신분간의 심각한 모순과 갈등, 기존 가치관과 윤리의 동요, 이익사회로 점차 빠져들던 세태 등이 그것이다. 한 인물을 立傳대상으로 삼아 규범화된 가치를 확인하는 데 주력하던 傳에 조선 후기 사회현실의 심각한 갈등구조가 투영되면서 전은 점차 소설에 접근해 갔던 것이다. 여기에 설화와 같은 민속적 장르로부터의 영향, 신흥 서사장르로 급속히 떠오른 소설의 영향, 현실을 관념의 가식 없이 그대로 담으려는 현실주의적 의식의 강화도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17세기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이 경향의 초기단계를 이어 18세기에는 홍세태의≪金英哲傳≫을 비롯하여 박지원의≪許生傳≫·≪虎叱≫·≪兩班傳≫, 이옥의≪李泓傳≫, 김려의≪賈秀才傳≫ 등 적지 않은 작품이 뒤를 이었다. 이러한 전계 한문소설의 작가들은 전통적인 전에서와 달리 하층 인물에 대한 깊은 관심을 보임으로써 서술대상을 다양화하는 한편, 이들의 개성을 뚜렷이 부각시키고 있다. 또한 서술과정에서 과감하게 구비설화를 끌어들이거나 허구적 상상력을 개입시키고 있기도 하다. 이런 현상은 전의 요체였던 경험적 진실성을 부분적으로 약화시키기도 했지만, 대신 허구적 진실성을 새로이 확보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하였다. 그리하여 종래에는 관습적이고 도덕적인 주제에 예속되어 있던 전이 17세기 이후에 대두한 소설화 성향에 힘입어 문학성을 향상시키고, 조선 후기 소설의 영역을 더욱 다채롭게 하는 데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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