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편 한국사
  • 조선 시대
  • 35권  조선 후기의 문화
  • Ⅲ. 문학과 예술의 새 경향
  • 1. 문학
  • 2) 서사문학
  • (2) 국문소설
  • 가. 영웅소설과 역사군담소설

가. 영웅소설과 역사군담소설

 英雄小說은 조선 후기에 가장 성행한 소설유형이다.≪홍길동전≫에서 초기적 형태가 성립한 이후 영웅소설은 영웅적 주인공의 군사적 활약상을 주 내용으로 하여 발달했는데, 이 때문에 創作軍談小說이라 일컬어지기도 한다. 이들은 대략 17세기에 창작되기 시작해 18·19세기에 이르러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는데, 그런 만큼 다른 어떤 유형보다 많은 방각본 출판이 이루어졌을 뿐 아니라 통속소설적 성향도 짙게 띠고 있다. 특히≪홍길동전≫에서 초기적 모습을 보이던 영웅의 일대기 형식이 유형화되어 나타나는데, 이는 ① 예사롭지 않게 출생하고 비범한 자질을 갖춘 고귀한 신분의 주인공이, ② 뜻밖의 재난으로 위기에 부딪혔다가, ③ 구출·양육자의 도움을 얻어 이를 모면하고, ④ 힘과 지혜를 기른 뒤 마침내 세상에 다시 나아가, ⑤ 악의 세력을 무찌르고 영광을 쟁취한다는 것으로 집약할 수 있다.≪劉忠烈傳≫을 비롯한≪蘇大成傳≫·≪趙雄傳≫·≪張風雲傳≫·≪玄壽文傳≫등이 이 유형에 속하는 대표적인 작품이다.611)趙東一,≪韓國小說의 理論≫(知識産業社, 1971) 참조.

 또한 이같은 영웅소설의 성행에 자극을 받아,≪鄭秀貞傳≫·≪金喜慶傳≫·≪鄭妃傳≫과 같이 남성이 아닌 여성을 영웅적 주인공으로 설정함으로써 규방에 속박되어 있던 부녀자들의 잠재 욕구를 대리 충족시키려는 여성영웅소설들이 창작되기도 하였다.

 이들은 역사군담소설과 달리 작품의 배경을 중국으로 설정하고 있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주인공이나 다루고 있는 사건들도 그다지 현실성이 뚜렷하지 않다. 대신 우연성과 환상성이 남발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감정을 과장하거나 극대화하는 감상적 문체, 상투적이고 공식적인 장면이 반복되는 파노라마적 서술구조, 천상에서 예정된 선과 악의 극단적 대립 등은 독자의 흥미를 노린 통속소설로서의 면모를 짙게 보여준다. 그럼에도 영웅적인 주인공의 몰락과 상승을 통해 보여주는 두 가지 상이한 지향의 결합은 중세해체기의 소설적 징표로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이들은 한편으로 중세적 사회질서의 혼란과 세속적 관심의 증대 및 개인적 욕망의 추구라는 세속지향성을 지니고 있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흔들리는 옛 질서를 회복하여 그 안에서 개인과 가문의 영광을 되찾고자 하는 회고적 지향성 또한 만만치 않게 담고 있다. 이러한 양면적 충동의 비중과 결합방식은 작품에 따라 다르지만, 전반적으로 중세적 질서와 관념체계에의 향수가 더 강하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충성과 효도라는 중세의 윤리이념을 표면에 내세우면서도 그 내부에서는 개인의 야심, 세속적 영광, 그리고 남녀간의 애정이 실질적인 동인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영웅소설이 중세사회 해체기의 경험과 꿈을 반영하는 소설유형임은 분명하다.

 歷史軍談小說은 영웅소설과 달리 실제의 역사적 전란을 배경으로 한 소설유형이다.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한≪壬辰錄≫과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한≪朴氏傳≫·≪林慶業傳≫등이 그것이다. 이 소설들이 비록 그 제재와 인물을 역사적 사실에서 취해 오고 있다 해도, 그 안에 담긴 내용들은 사실 그대로이기보다는 두 차례의 전란 이후 민간에 유포되어 있던 설화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허구적인 것이 압도적이다. 이들은 모두 민중의 상상력이 재구성한 새로운 역사로서, 그 안에는 이들의 꿈과 이념이 소박한 대로나마 풍부하게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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