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 음악사는 기악의 발달에 의해서 특징지을 수 있고, 그 중에서도 기악독주곡의 등장은 매우 중요시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기악독주곡의 등장은 조선 초·중기의 음악과 시대구분할 수 있는 준거틀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조선 후기 기악독주곡의 대표적인 실례가 淸聲數還入과 散調를 꼽을 수 있다.
가) 산조의 등장과 발전
민속악 중 기악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산조는 한 사람의 독주자가 장고장단의 반주에 맞추어 여러 악장을 계속해서 연주하는 형식의 기악독주곡이다. 허튼가락이라는 우리말에 대한 한문식 표기의 산조가 생기는 형성과정에서 허튼가락이라는 말의 뜻대로 허드래가락 또는 허튼가락, 보기를 들자면, 시나위가락이나 민요가락 또는 판소리가락이나 다른 민속악의 가락이 초기의 산조와 직접으로나 간접적으로 관련됐을지도 모른다. 이 중에서도 시나위와 판소리의 허튼가락이 산조의 유래와 관련됐으리라고 추정된 바808)Bang-song, Song(宋芳松), Kŏmun'go Sanjo:An Analytical Study of a Style of Korean Folk Instrumental Music, Ph. D. Diss., Wesleyan Univ., Middletown, Conn., 1975, pp.132∼153. 또는 단행본으로 출간된 “The Relationship of Sanjo to Other Performing Arts,” The Tradition of Korean Kŏmun'go Music, Seoul, Jung-eum-sa, 1986, pp. 82∼94. 있다.
산조의 원형이 무당의 굿음악 중에서 시나위에서 유래됐을 것이라는 추정의 근거는 산조대금을 시나위젓대라고 부르거나 해금산조를 해금시나위라고 부른 실례가 바로 그러한 추정의 근거이다. 또한 시나위의 즉흥연주법이 과거 산조명인들의 즉흥연주법과 너무나 흡사한 것도 그런 추정의 한 근거가 된다. 따라서 산조의 원형은 19세기 이전부터 체계없이 단편적으로 악기주자들에 의해서 연주되던 허튼가락에서 유래됐다고 추정하고 있다.
판소리의 허튼가락이 산조의 원형과 밀접한 관계를 맺었으리라는 추정의 근거는 다음의 세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로 산조의 調와 장단이 판소리의 것과 너무나 닮았기 때문인데, 진양·중모리·중중모리·자진모리와 같은 장단 및 우조·계면조 등의 調가 산조와 판소리에서 모두 공통적이다. 조선 후기 무부로서의 광대가 판소리와 시나위의 형성과정에서 모두 관련됐으니 시나위와 관련된 산조도 판소리와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셋째로 판소리가락을 모방하여 연주한 시나위를 봉장취라고 했는데, 이 봉장취가 산조의 원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판소리의 가락을 체계없이 단편적으로 흉내내어 연주하던 허튼가락이 후에 체계화된 산조라는 기악독주곡으로 탄생됐다는 것이다.809)宋芳松, 앞의 책(1984), 465∼466쪽.
현행 가야금산조와 같은 산조는 조선 후기 말 金昌祚(1865∼1920)에 의해서 처음으로 체계화됐다(<사진>). 김창조가 활약했던 20세기 전후에 韓淑九와 朴昌玉이 전라도에서 활동했고, 충청도에서는 李且守와 沈昌來가 활약했다.810)李輔亨,≪伽耶琴散調≫(≪無形文化財調査報告書≫94, 문화재관리국, 1972).
金溶鎭,<伽耶琴散調>(≪文藝總鑑≫, 1976), 204∼310쪽. 19세기 말에 정립된 가야금산조에 이어서 금세기 초에 白樂俊(1884∼1934)은 거문고산조를 창시했고, 朴鍾基는 대금산조를 체계화했으며, 池龍九는 새로 해금산조를 만들었다.
나) 청성자진한잎의 등장
청성자진한잎은 사관풍류와 마찬가지로 가곡의 기악화에 드는 대표적인 보기의 하나인데, 현행 청성자진한잎은 가곡의 마지막 곡인 태평가의 반주선율을 장2도 높게 변주시켜 젓대의 독특한 시김새를 넣어 만든 기악독주곡이다.811)金晶洙,<淸聲자진한잎考>(서울大 碩士學位論文, 1972). 태평가는≪가곡원류≫(고종 13:1876)의 歌畢奏臺이기 때문에, 청성자진한잎은 늦어도 고종 13년부터 연주됐음이 확실하다. 그러나 이 기악독주곡은≪삼죽금보≫의 淸聲數大葉과 역사적으로 관련됐으므로, 청성자진한잎은 19세기 전반기부터 연주됐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황종·중려·임종으로 구성된 태평가의 계면조가락을 장2도 올려서 태주·임종·남려의 계면조가락으로 변주시킨 곡이 바로 청성자진한잎이다. 堯天舜日之曲의 아명을 지닌 청성자진한잎은 곡명의 뜻대로 아주 맑고 높은 소리의 젓대 및 피리의 독주곡이다. 이 기악독주곡의 뿌리는 조선 후기 가곡 중에서 마지막 노래인 태평가의 반주음악에서 유래됐으므로, 청성자진한잎은 조선시대 음악사의 발전과정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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