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차 중학교 교육 과정은 1987년 3월 31일, 고등학교 교육 과정은 1988년 3월 31일에 각각 고시되었다. 제5차 교육 과정 개정의 배경은 “고도 산업화, 정보화 시대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국제 관계의 다양한 변화에 주체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에 따른 교육의 목적은 “건전한 정신과 튼튼한 몸을 지닌 건강한 사람, 자신과 공동체의 일을 스스로 결정하여 실천하는 자주적인 사람, 자연을 아끼며 올바르게 판단하고 행동하는 도덕적인 사람을 기르는 데 역점을 둔다.”고 하였다. 그리하여 제5차 교육 과정에 제시된 교육의 방향은 자주적, 창조성, 도덕성 교육이었으며, 이것은 국사 교육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었다.
제5차 교육 과정에서도 국사 교육은 독립 교과로 편제되었으며, 역사 교육은 독립된 국사와 사회과 속의 세계사라는 이원적 체제가 유지되었다. 국사는 중학교에서는 2, 3학년에 각각 2시간씩 편성되었고, 고등학교에서는 학년 구분 없이 필수 6단위로 편성되었다. 중학교 사회 Ⅰ은 지리와 세계사, 사회 Ⅱ는 세계사와 일반사회, 사회 Ⅲ은 일반사회와 지리 영역으로 구성되었다. 따라서 중학교에서 세계사는 종전 2, 3학년에서 가르치던 것이 1, 2학년으로 변경되었다. 고등학교 세계사는 인문계와 자연계 모두 각각 4단위가 되었다. 자연계의 경우 이전보다 2단위가 늘어났다. 인문계에서는 세계사가 필수 선택이지만 자연계에서는 세계사, 사회문화, 세계지리 가운데 한 과목을 선택하게 되어 있었다. 국사와 세계사 교육의 이원적 체제, 세계사 교육이 약한 점은 이전과 같았다.
1882년 국사 교과서 편찬 이후 교과서 개정을 위한 본격적인 작업은 1986년 10월 31일 국사 교육 심의회 구성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중견 국사 학자 30여 명으로 국사 교육 심의회를 구성하여 국사 교과서에서 다룰 내용의 준거를 정하고 통일안을 만드는 작업을 진행하여 1987년 6월 국사 교육 심의회의 ‘국사 교과서 편찬 준거안’이 마련되었다. 그리하여 고대사 17항목(고조선 8항목, 삼국 5항목, 통일신라 및 발해 4항목), 중․근세사 8항목(고려시대 4항목, 조선시대 4항목), 근․현대사 6항목(개화․일제기 2항목, 현대사 4항목), 역사 교육 4항목을 확정하였다. 또한 국사 용어의 통일, 한자음 표기의 원칙, 다른 학설 또는 두 가지 학설이 있는 내용의 취급, 역사 지명의 표기 등과 내용 서술의 원칙도 정해졌다. 이에 따라 ‘국사 교과서 편찬 준거안’은 새로 편찬될 교과서 서술의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제5차 중학교 국사 교육 과정에서는 “우리 나라 역사의 흐름을 발전적 시각에서 파악하며, 민족의 정통성을 확인하고, 자주적 역사에 대한 긍지를 지니며, 새로운 역사 창조에 기여하게 한다.”는 교과 목표를 제시하였다. 행동 영역별 목표에서는 ‘역사적 사고력의 함양’이 이전 교육 과정에 비해 매우 중요하게 언급되어 있다. 즉, “다양한 학습 자료를 활용한 탐구 활동을 통하여 역사적 사고력과 문제 해결력을 기르게 한다.”라는 기능 영역이 새롭게 제시된 것이다.
제5차 고등학교 국사 교육 과정의 교과 목표는 “한국의 역사를 구조적으로 파악하여 그 발전의 특성을 이해하고, 역사 학습 과정을 통해 탐구 기능과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르며, 올바른 역사 의식을 바탕으로 새 문화 창조와 민주 사회 발전에 기여하게 한다.”고 제시되었다. 고등학교 교육 과정에서도 탐구 능력과 새 문화 창조를 강조하고, 국사 교육이 민족사관 교육뿐아니라 민주 교육까지도 지향하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제5차 교육 과정의 중학교 국사 교과서는 상․하권으로 이루어졌다. 상권은 ‘1) 우리 나라 역사의 시작, 2) 삼국의 발전과 그 문화, 3) 통일 신라와 발해, 4) 고려 사회의 발전, 5) 조선 사회의 발전’의 5개 대단원으로 구성되고, 하권은 ‘1) 조선 사회의 새로운 움직임, 2) 근대 사회의 성장, 3) 민족 독립 운동의 전개, 4) 현대 사회의 발전’의 4개 대단원으로 구성되었다. 제5차 교육 과정에서는 중․고등학교 국사 교과 내용의 계열화를 위해 중학교는 정치사 중심의 통사로, 고등학교는 문화사를 중심으로 시대사와 분야사를 절충하여 내용을 조직한다는 방안을 제시하였다. 하지만 중학교 국사 교과서의 단원 구성을 살펴보면 “정치사 중심의 통사로 내용을 조직한다.”는 교육 과정의 계열화 방향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였다. 곧 각 대단원 아래 중단원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영역별로 구성되어 있고, 어떤 경우에는 문화 중심으로 중단원이 구성되어 있기도 한 것이다.
중학교 국사 교과서에서 역사적 사고력의 함양이라는 교육 목표를 실현하려는 노력은 여러 가지 형태로 반영되었다. ‘단원 개관’과 ‘학습 개요’의 진술과 더불어 ‘학습 문제’와 ‘학습 정리’를 주제별로 일관성 있게 서술하였다. 또한 각 시대별로 ‘학습의 도움글’을 두고 사료와 읽을거리를 제시하여 탐구학습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편, 제5차 교육 과정 국사 교과서에는 학계의 새로운 연구 성과가 적극 반영되었다. 구석기와 신석기 시대의 상한선을 각각 70만전 전, 6천년 전까지로 설정하였으며, 고조선 건국 시기를 기원전 10세기 경으로 명시하였다. 1980년대 고고학의 발굴 성과와 고대사 연구 성과를 수용하고, 고대 국가의 형성 시기를 청동기 시대로 설정하는 세계 학계의 통설을 받아들임으로써 민족사의 유구성과 자주성을 강조하였다.
대단원 ‘현대 사회의 발전’에서는 ‘광복 직후의 남한과 북한’, ‘북한의 공산화’ 등 북한에 대한 소항목이 처음 설정되었으며, ‘6․25 남침’은 ‘6․25 전쟁’으로 바뀌었다. 또한 “해방 이후 현대사를 시대․정권별로 재정립해야 한다.”는 문교부의 기본 입장에 따라서 ‘5월 혁명’은 ‘5월 군사 혁명’으로 바뀌었다. 분단 체제와 현 집권 체제를 합리화하는 논리가 국사 교과서에 반영되었음을 알 수 있다.
제5차 교육 과정의 고등학교 국사 교과서는 상권에 ‘1) 선사 문화의 국가의 형성, 2) 고대 사회의 발전, 3) 중세 사회의 발전, 4) 근세 사회의 발전’의 4개 단원으로, 하권에 ‘1) 근대 사회의 태동, 2) 근대 사회의 발전, 3) 민족의 독립 운동, 4) 현대 사회의 전개’의 4개 대단원으로 구성되었다. 고등학교 국사 교과서의 대단원은 고대, 중세, 근세, 근대, 현대라는 시대 구분에 따라 구성한 것이다.
대단원 아래의 중단원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분류사로 조직하였다. “문화사 중심으로 시대사와 분류사를 절충하여 내용을 조직한다.”라고 한 교육 과정의 중․고등학교 국사 교육 계열화 방향을 반영한 것이다. 단, 각 시대별 대단원의 첫째 중단원을 ‘시대의 성립’ 또는 ‘사회로의 이행’으로 설정하여 “분류사 서술에 따라 시대의 흐름 또는 특성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단점을 보완하고 있다.
고등학교 국사 교과서에서도 역사적 사고력의 함양이라는 교육 목표를 실현하기 위하여 이전의 교과서보다 사료와 읽을거리의 범위를 더 확대하였다. 전근대사 부분의 사료도 늘었으며, ‘대한 민국 헌법 전문’ 등의 현대사 사료도 처음으로 제시되었다. 또한, 중단원에 ‘단원 개요’와 ‘연구 과제’를 제시하여 문제 해결 해결을 위한 탐구 학습을 용이하게 하였다.
제5차 고등학교 국사 교과서는 학계의 진보적 연구 성과를 수용하려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조선 후기의 경우에는 사회 변동의 구체적 내용과 그 변동의 주체가 농민임을 분명히 제시하였다. 일제 강점기 부분에서는 노동자, 농민 운동을 민족 운동으로 서술하여 그 의미를 부여하였고, 사회주의 계열의 민족 운동에 대한 서술도 늘어났다. 1930년대 중국 동북 지방에서 전개된 동북 항일 연군 내 조선인들의 항일 투쟁, 1940년대 중국 각 지역에서 항일 투쟁을 전개하던 조선 민족 혁명당의 조선 의용대, 조선 독립 동맹의 조선 의용군에 대해서 처음 서술되었다. 1980년대 이후 제기되어 왔던 국사 교과서의 이데올로기적 편향성에 대한 비판을 어느 정도 수용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