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에 고시된 제6차 교육 과정은 중학교는 1995년, 고등학교는 1996년부터 각각 적용되었다. 제6차 교육 과정에서는 “교육 과정 결정의 분권화, 교육 과정 구조의 다양화, 교육 과정 내용의 적정화, 교육 과정 운영의 효율화” 등에 중점을 두었다. 특히 ‘교육 과정 결정의 분권화’는 중앙 집권형 교육 과정을 지방 분권형 교육 과정으로 전환하여, 시․도 교육청과 학교의 자율권을 확대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그리하여 교육부가 법률에 의거하여 고시하는 ‘국가 수준의 교육 과정’과 시․도 교육청에서 제시하는 ‘교육 과정 편성․운영 지침’, 그리고 실제로 교육에 투입될 수 있도록 편성된 ‘학교 수준의 교육 과정’의 세 가지 수준의 교육 과정을 실현할 수 있게 되었다.
제6차 교육 과정에서는 추구하는 인간상으로 “건강한 사람, 자주적인 사람, 창의적인 사람, 도덕적인 사람”을 제시하였으며,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 “도덕성과 공동체 의식이 투철한 민주 시민을 육성한다.”는 방침을 강조하였다. 이러한 방침을 반영하여 사회과는 국사를 포함한 통합 교육 과정으로 편성되었다. 제3차 교육 과정 이래 독립 교과였던 국사가 제6차 교육 과정에서 사회과로 통합되어 운영하게 된 것이다.
중학교 국사는 사회과의 한 영역으로 포함되었기 때문에 교육 과정에서 국사의 성격, 목표, 평가에 대한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중학교 국사의 실제 평가는 별도로 하지만 사회 영역(지리, 세계사, 사회)과 50%씩 합쳐서 ‘사회’로 산정하게 되었다. 다만 독립된 국사 교과서를 만들고, 2, 3학년에 각각 주당 2시간씩 별도의 수업 시수를 배정하도록 하였다.
고등학교 국사 또한 사회과 속의 한 과목으로 편성되었다. 하나의 과목이므로 교육 과정에서 그 성격이나 목표를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만, 사회 교과에 소속시켜 사회과 전체의 성격과 목표에 입각하여 운영하도록 되어 있다. 즉, 고등학교 국사 역시 교육 과정에서 독자적 성격을 상실한 것이다. 그리하여 제6차 교육 과정에서 사회과에 ‘공통 사회’ 과목이 새롭게 만들어졌다. 고등학교 국사는 공통 사회와 더불어 공통 필수 과목이었으며, 수업 시수는 6단위로 종전과 같았다. 세계사는 선택 과목으로 6단위가 배정되었다. 전체적으로 제6차 교육 과정에서 중․고등학교 역사 교육의 위상은 크게 약화되었다.
제6차 교육 과정에 따라 편찬된 중학교 국사 교과서는 상·하권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전체 329쪽으로 이전 교과서에 비해 서술 분량이 24쪽 증가하였다. 상권은 ‘1) 우리 나라 역사와 우리의 생활, 2) 고조선의 성장, 3) 중앙 집권 국가의 성장, 4) 통일 국가의 성립, 5) 귀족 사회의 변천, 6) 북방 민족과의 전쟁, 7) 양반 사회의 성립, 8) 사림 세력의 집권’의 8개 대단원으로, 하권은 ‘1) 실학의 발달, 2) 농촌 사회의 동요, 3) 서민 문화의 발달, 4) 근대화의 추구, 5) 근대 국가 운동, 6) 민족의 독립 운동, 7) 대한 민국의 발전’의 7개 대단원으로 구성되었다. 제5차 교육 과정의 중학교 교과서가 상·하권 전체 9개 대단원으로 구성되었던 것에 비해 대단원의 수가 6개나 증가하였다. 또한 왕조 중심의 연대사적 단원 구성에서 벗어나 각 시대의 핵심 개념과 특정 주제를 중심으로 단원을 구성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제5차 교육 과정에서 ‘고려 사회의 발전’으로 되어 있던 단원은 ‘귀족 사회의 변천’과 ‘북방 민족과의 전쟁’으로, ‘조선 사회의 발전’의 단원은 ‘양반 사회의 성립’과 ‘사림 세력의 집권’으로 나누어 구성하였다. 즉, 한 왕조를 두 개 이상의 단원으로 구분하였으며, 그 시기의 특별한 사건이나 현상을 단원 제목으로 한 것이다.
대단원 구성에서 이전 교과서와 비교해 볼 때 가장 큰 차이점은 ‘우리 나라의 역사와 우리의 생활’이라는 도입 단원이 신설되었다는 것이다. 이 단원은 ‘1) 역사와 역사학습, 2) 우리 나라 역사의 특성’이라는 두 개의 중단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역사의 의미, 역사를 배워야 하는 이유, 우리 역사의 보편성과 특수성, 향토의 역사 등을 배움으로써 국사 학습에 흥미와 관심을 갖도록 하기 위하여 도입 단원을 둔 것이다.
중학교 국사 교과서의 각 대단원 시작 부분에는 주제에 대한 내용을 요약해서 소개하고, 당시의 세계 지도를 넣어 세계사와 관련성을 강조하고 있다. ‘학습의 도움글’은 이전 교과서보다 크게 보강되어 항목의 수가 2.7배 정도 늘었다. ‘학습의 도움글’에는 본문 내용과 관련 있는 사료와 본문에 대한 보충 설명 등을 싣고 있어 학생들에게 사료 분석 능력을 키워주고, 역사적 사실을 심층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등학교 국사 교과서 또한 상․하권으로 나누어져 상권은 “1) 한국사의 바른 이해, 2) 선사 문화와 국가의 형성, 3) 고대 사회의 발전, 4) 중세 사회의 발전, 5) 근세 사회의 발달”의 5개 대단원으로, 하권은 “1) 근대 사회의 태동, 2) 근대 사회의 전개, 3) 민족의 독립 운동, 4) 현대 사회의 발전”의 4개 대단원으로 구성되었다. 중학교 국사는 통사적 단원 편성을 한 반면, 고등학교 국사는 시대를 구분한 다음 각 시대 안에서 분류사별로 접근하는 형태를 취하였다. 즉, 고대에서 현대까지 대단원을 구성하고, 각 대단원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중단원을 두었다. 그리고 각 대단원의 첫 번째 중단원은 ‘~사회의 형성, ~사회로의 전환’ 등 시대의 성격을 언급하는 단원을 두었다. 첫 번째 중단원에서 각 시대 아시아 사회와 유럽 사회의 성격을 먼저 서술하고, 이를 우리나라 각 시대와 비교하게 함으로써 세계사적 관점에서 보편성과 특수성을 인식하게 하려는 목적이었다. 고등학교 국사 교과서에서도 도입 대단원으로 ‘한국사의 바른 이해’를 신설하여 역사 학습의 목적과 방법, 세계사와 한국사의 관련성을 이해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각 대단원마다 단원 개관을 두었고, 중단원에는 단원의 개요와 연구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단원 전체 흐름을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탐구 학습을 통해 문제 해결력을 기를 수 있게 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제6차 교육 과정의 중·고등학교 국사 교과서에는 근․현대사의 역사 용어가 새롭게 정리되어 사용되었다. 교육부는 1994년 10월 국사 교과서 개편의 방향이 담긴 ‘국사 교육 내용 전개 준거안’을 발표하였다. 특히 논쟁이 되었던 ‘4·19 의거’는 ‘4·19 혁명’으로, ‘5·16 군사 혁명’은 ‘5·16 군사 정변’으로 바꾸어 사용하게 하였다. 하지만 ‘제주 4·3 사건’, ‘10·26 사태’, ‘12·12 사태’, ‘6월 민주화 운동’ 등은 그대로 표기하는 것으로 하였다. 이러한 준거안의 방침은 중·고등학교 국사 교과서 서술에 반영되었다.
제6차 교육 과정의 국사 교과서에서는 근․현대사 내용 서술에서도 변화가 있었다. 예를 들면 3·1 운동의 배경으로 윌슨의 민족 자결 주의 등 외적 요인보다 일제 식민지 지배에 따른 민족 모순의 심화와 민족 해방 운동의 역량 증가라는 내적 요인이 강조되었다. 일제 식민지 시기 신간회 운동에 대해서도 민족주의 계열과 사회주의 계열의 민족 운동가들이 참여한 민족 유일당 운동으로 적극적인 평가를 하고 있으며, 신간회 해소의 원인으로 코민테른과의 관계도 언급되었다. 박정희 정부나 전두환 정부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함께 서술되었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은 ‘5·18 민주화 운동’이란 용어로 바뀌어 기술되었는데, 이는 5·18을 특정 지역의 민주화 운동으로 한정하지 않고 우리나라 민주화에 기여한 점을 인정하여 거시적 맥락으로 해석한 것이다. 현대사에서 경제 영역과 통일 논의와 관련된 내용 등에 대해서도 이전 교과서에 비해 비교적 상세하게 서술되었다. 중·고등학교 국사 교과서에 역사학계의 새로운 연구 성과를 반영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