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문화·예술 이야기
지도

세계 최초의 기록을 가진 조선 지도가 있다?

1488년 포르투갈 탐험가에 의해 발견됐던 아프리카 최남단 희망봉
유럽에서 인도로 향하는 뱃길을 열어준 역사적 사건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미 86년 전 아프리카 희망봉을 표기한 지도가 조선에서 제작됐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 : 1402년, 일본 류코쿠대학,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

혼일강리 : 하나로 합쳐진 영역
역대국도 : 과거의 도읍지

1402년 태종 임금 시대에 만든 세계지도인데요.
제목인 ‘혼일강리’는 하나로 혼연일체가 되어 합쳐진 영역, 곧 전 세계를 의미하고 ‘역대국도’는 과거의 도읍지를 뜻합니다.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는 조선과 일본, 중국 외에 동남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 서아시아까지 그려 낸 최초의 세계지도로 인정받고 있는데요.
조선은 어떻게 이런 지도를 제작할 수 있었을까요?

그 힌트가 되는 발문을 보면 중국에서 수입한 지도 2점과 조선의 전국지도, 그리고 일본 지도를 합해 새롭게 편집 제작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서아시아와 유럽, 북부 아프리카까지 상세히 표기된 것을 보면 이슬람 지도를 바탕으로 제작한 지도까지 참고했다는 게 드러납니다.

문 밖을 나가지 않더라도 천하를 알 수 있고 지도를 보고 지역의 멀고 가까움을 아는 것도 역시 나라를 다스리는데 일조할 것이다.

- 대사성 권근의 발문

고위관료가 참여한 국가사업이었던 지도제작
조선은 정교한 지도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했을까요?

실제보다 크게 그려진 조선!
아시아를 넘어 서아시아와 유럽, 북부 아프리카를 자세히 수록한 세계관!
조선이란 새로운 시대가 열렸음을 세계지도로 보여줬습니다.

우리는 지도 하나면 주변 지역의 정보를 간편하게 알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는데요.
생활정보에서부터 특색 있는 맞춤 정보까지 지도의 변신은 끝이 없습니다.
그런데, 조선 시대에도 현대 지도 못지않게 다양한 정보를 수록했던 지도가 있었다면 믿어지시나요?
놀랍도록 자세하고 정교한 조선지도의 걸작 ‘대동여지도’입니다.
김정호는 어떻게 시대를 앞서간 지도를 제작할 수 있었을까요?

대동여지도 제작의 미스터리

중앙집권국가인 조선은 행정적, 군사적으로 최신 지도가 중요했습니다.
그래서 초기부터 후기까지 다양한 전국지도가 제작됐는데요.
한반도의 윤곽을 사실에 가깝게 그려낸 지도들 중에서도 조선지도의 백미는 ‘대동여지도’입니다.

대동여지도는 22첩으로 구성된 절첩식 지도입니다.
필요한 부분만 간편하게 휴대할 수 있고, 각각을 연결해 여러 지역을 볼 수도 있는 자유로운 활용까지! 편리성과 전문성을 살린 획기적인 발상인데요.
모두 연결하면 전체 크기 세로 66m 가로 38m 의 대형지도가 완성됩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산세의 표현입니다 끊어짐이 없이 산줄기로 나타냈고 굵기를 달리 표현해 산의 크기와 높이를 알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는 산줄기를 마치 사람의 골격처럼 유기체적으로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도로를 직선으로 표현한 것도 독특합니다.
흑백지도에서는 도로와 하천의 구분이 어렵기 때문에 혼동을 피하고 명확히 구별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였습니다.
또한 도로에 10리 간격마다 표시를 함으로써 거리를 파악할 수 있도록 실용적인 기능을 살렸습니다.

대동여지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현대지도처럼 기호가 발견됩니다. 진영, 봉수, 역원, 왕릉까지 다양한 내용을 총망라해 수록돼 있습니다. 기호로 표시함으로써 보다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었습니다.

무엇하나 빠지는 것 없이 현대지도 만큼의 실용성과 가치를 가진 대동여지도.
어떻게 김정호가 이런 시대의 역작을 제작했는지 놀라운데요.
지금까지는 김정호가 백두산을 수 차례 오르고 전국을 답사했기 때문이라는 게 정설로 알려졌습니다.
과연 사실일까요?

“ 대동여지도는 크기가 큰 만큼 수많은 지리정보가 담겨 있습니다. 1만 3천여 개의 지명, 성곽 등 군사시설과 군현의 위치도 매우 정확히 표현돼 있습니다. 이러한 자료들을 한 개인이 전국을 답사하면서 수집하기는 일생을 통해서 하더라도 매우 어렵습니다. 즉 고산자 김정호 선생님은 조선 후기에 국가와 관청, 민간에서 이룩했던 과학적인 지도 제작의 성과를 반영하고 그 위에 지리지를 통해서 축적된 국가의 국토정보와 지리 정보를 충실하게 담았던 훌륭한 지도 제작자이자 지리학자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양보경 교수 / 성신여자대학교 지리학

김정호는 대동여지도 제작 이전에 여러 지도를 만들고 지리지를 저술했습니다.
끊임없이 앞서 제작된 지도를 연구하고 각종 지리정보를 체계화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인데요.

특히 조선 후기 행정단위 별로 제작된 군현지도가 발달하면서 지방의 군사, 행정, 지리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전국지도를 제작하는 데 반영할 수 있었습니다.

조선 시대 지도는 관청이나 궁중에 소장돼 있어 백성들이 접하기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대동여지도는 목판으로 제작돼 인쇄가 가능했기 때문에 대량 제작할 수 있었습니다.
백성들이 지도로 백리, 천리를 내다볼 수 있도록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고 상세하고 정확한 지리정보를 활용해 생활의 편리까지 안겨준 것입니다.

[에필로그]
우리가 꼭 알아야할 한국사 속 문화예술 상식

1. 조선은 국가사업으로 전국지도, 군현지도를 활발하게 만들었다.
2. 우리나라 최초의 세계지도는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
3. 조선지도의 제작기술, 지리정보를 종합한 완결판은 대동여지도

  * 이 글의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 견해이며, 국사편찬위원회의 공식적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