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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개소문, 당에 맞서 싸우다

<연개소문>   

“폐하! 당이 화친한다고 하나 이는 믿어서는 아니 되옵니다.”

“막리지! 당신은 칼을 믿지만, 나는 그렇지 않소.”

“힘이 없다면 고구려가 아직 남아있겠습니까? 일찍이 수의 침략을 물리친 고구려의 힘을 믿으소서!”

고구려 영류왕은 당과 화해하여 친하게 지내 전쟁을 피하고자 했어요. 그러나 연개소문은 당을 믿을 수 없다며 영류왕의 뜻에 반대했어요. 왕과 의견이 상당히 다른 연개소문은 어떤 선택을 했을까요? 그리고 자기의 생각을 펼치기 위해 어떤 일을 했을까요?

고구려, 당과 화해정책을 펼치다

중국의 수가 고구려 침략에 실패한 이후 멸망하고, 당이 다시 중국을 통일했어요. 당을 세운 고조는 수가 멸망한 까닭을 생각하며 고구려와 화해 정책을 펼쳤어요. 고구려에서는 수와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던 영양왕이 죽고 영류왕이 왕이 되었어요.

영류왕도 당과 화해 정책을 펼쳤어요. 비록 수와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지만, 고구려의 피해도 상당했기 때문에 외교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어요. 수와의 전쟁에서 붙잡은 포로들을 당에 돌려보내 주기도 했고, 고구려 지도를 보내면서 전쟁을 할 뜻이 없음을 밝히기도 했어요.

그러나 당 태종이 황제가 되면서 분위기는 바뀌어 갔어요. 당의 서쪽에 있던 돌궐을 점령하여 근심거리를 없앤 당 태종은 영류왕의 화해 손짓에도 계속 무례한 행동을 이어갔어요.

당의 강압적인 태도에 고구려는 부여성에서 비사성에 이르는 천리장성을 쌓으며 당의 침략에 대비하였어요. 또다시 고구려에 전쟁의 기운이 커져만 갔어요.

<여러 성들을 연결하여 쌓은 천리장성>   

정변을 일으켜 권력을 잡다

연개소문의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고구려의 고위 관리인 대대로였어요. 고구려는 여러 귀족들이 모여 나라의 중요한 일을 협의하고 결정했어요. 이때 대대로는 귀족 회의의 대표로서 왕을 보좌하고, 나랏일을 총괄하는 자리였지요.

대대로 집안 출신으로 연개소문은 아버지가 죽고 그 자리를 물려받으려 했어요. 그러나 다른 귀족들은 연개소문이 너무 잔인하고 포악하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나섰어요. 연개소문 집안이 계속해서 대대로 자리를 맡게 할 수 없다는 이유도 들었지요.

“당은 점점 힘이 커가고 있고, 평화가 오래갈 수 없다는 것을 나도 알고 있소.”

“폐하! 당의 침략에 대비하셔야 합니다.”

“맞소, 장군께서 천리장성 쌓는 일을 맡아주세요. 당을 막기 위한 최선의 방책이 될 것이오.”

영류왕은 자기 뜻에 반대하며 당과 전쟁을 벌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연개소문을 평양에 가만히 둘 수가 없었어요. 게다가 그는 왕이나 귀족들이 무시못할 정도로 큰 세력을 형성했어요. 그래서 당의 침략을 대비하기 위해 쌓고 있던 천리장성의 감독관으로 연개소문을 임명했어요. 고구려의 중심인 평양에서 멀리 요동 변방으로 보내버리려는 속셈이었죠. 그리고 여러 귀족과 은밀하게 논의해 연개소문을 죽이고자 했어요.

<정변을 일으키는 연개소문>   

연개소문은 이러한 영류왕의 속셈을 미리 눈치챘어요. 그래서 천리장성 감독관으로 일하던 어느 날 자신이 거느린 군사들을 동원해 정변을 일으켰어요(642년).

연개소문은 영류왕과 그를 따르는 100여 명의 귀족을 죽이고 정권을 잡았어요. 그리고 보장왕을 허수아비 왕으로 세우고, 연개소문은 스스로 가장 높은 관직인 대막리지가 되어 군사권과 인사권을 독차지하였어요. 왕을 제치고 고구려의 제1인자가 된 것이에요. 그리고 자기 아들들에게도 높은 관직을 주어 고구려를 다스리게 했어요.

나라의 운명을 걸고 당과 전쟁을 하다

<당의 공격과 고구려의 반격>   

644년,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당 태종은 왕을 시해한 연개소문을 벌한다는 명분으로 50만 명의 군대를 이끌고 고구려를 침략해 왔어요. 수의 침략 때와는 달리 병사의 수는 적었으나 훈련이 잘된 병사들로 이루어진 군대였어요. 당군의 공격에 고구려의 국경선을 지키던 요동성과 백암성 등이 차례로 무너졌어요. 당군은 이어 안시성을 향했어요.

안시성은 삼면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공격이 쉽지 않은 요새였어요. 연개소문도 15만 명의 군사를 보내 안시성의 고구려군을 돕게 했어요. 그러나 안시성을 향하던 고구려군이 당군의 유인 작전에 말려들어 크게 패하고 말았어요.

구원병도 없이 포위된 안시성 성주와 백성들은 하나가 되어 목숨을 걸고 당군과 맞서 싸웠어요. 당군이 포차라는 투석기로 성벽을 무너트리면 통나무로 다시 벽을 쌓아 적을 막았어요. 당군이 안심하고 한눈을 팔고 있으면 고구려군이 직접 성을 나와 공격하기도 했지요.

한 달 가까운 공격에도 안시성이 무너지지 않자 당 태종은 초조해졌어요. 부족한 식량은 먼 길을 온 당군에게 가장 큰 걱정거리였어요. 당 태종은 하루에도 6~7회씩 안시성의 서쪽을 공격하게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성의 동남쪽에 흙을 쌓아 성벽보다 높은 산을 쌓게 하였어요.

60일 동안 쌓은 토산의 꼭대기는 안시성보다 더 높아 성안을 내려다보며 공격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갑작스러운 폭우로 완성된 토산이 무너져 성벽을 덮쳤어요. 토산을 이용한다면 당군은 손쉽게 성벽을 넘을 수 있었어요. 안시성의 가장 큰 위기였죠. 그러나 고구려군은 재빨리 이 틈을 이용했어요. 거꾸로 성문을 열고 나와 그 토산을 점령해 버렸지요.

공들여 쌓은 토산을 고구려군에게 빼앗기자 당 태종은 불같이 화를 냈어요. 그리고 토성을 다시 빼앗기 위해 3일 밤낮으로 맹렬히 공격했어요. 하지만 고구려군의 끈질긴 저항으로 당 태종은 끝내 뜻을 이루지 못했어요.

토산을 빼앗긴 당군에게는 더 큰 문제가 있었어요. 안시성에서 발목이 잡힌 지 어느덧 90여 일, 겨울이 오고 있었어요. 날이 추워지고 식량이 부족해지자 당 태종은 어쩔 수 없이 안시성의 포위를 풀고 당으로 도망을 갔어요. 고구려군은 도망가는 당군의 뒤를 공격하여 큰 전과를 올렸어요.

<당군이 쌓은 토산을 점령한 고구려군>   

중국 역사에서 최고의 황제 중 한 명이라 평가받는 당 태종은 고구려와의 전쟁에서 크게 패한 후 4년 만에 병을 얻어 시름시름 앓다가 죽었어요.

“나의 자식들은 고구려를 공격하지 마라. 너희들이 이길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

당 태종의 유언에도 불구하고 뒤를 이은 당 고종은 고구려와의 전쟁을 멈추지 않았어요. 고구려를 이기지 못하고서는 당이 천하의 중심이 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고종은 당 태종의 실패를 교훈 삼아 대규모 군대보다는 규모가 작은 군대를 자주 보내 고구려를 공격했어요. 이 작전으로 고구려의 국력을 조금씩 없애려는 속셈이었지요. 20년이 넘는 오랜 기간 고구려는 전쟁에 시달렸고, 고구려 백성들도 지쳐만 갔어요.

연개소문이 죽고 고구려가 멸망하다

660년, 신라와 당이 연합하여 백제를 공격하였어요. 안시성에서 고구려에 크게 패한 당은 작전을 바꿔 신라를 이용하기로 한 것이지요. 당군은 바다로, 신라군은 육지에서 백제를 공격하였어요. 두 나라의 갑작스러운 공격에 백제는 크게 저항도 못하고 멸망하고 말았어요.

백제가 멸망하고 얼마 되지 않아 고구려에도 큰일이 벌어졌어요. 당과 끝날 것 같지 않은 전쟁 속에서 고구려를 굳건히 이끌던 연개소문이 세상을 떠난 것이에요(666년). 연개소문은 세 아들에게 물에서 사는 고기처럼 서로 도우며 살 것을 유언으로 남겼어요.

그러나 연개소문이 죽고 대막리지 자리를 이어받은 큰아들 남생은 아우들이 정변을 일으키자 도망쳐 당으로 망명을 하였고, 이후 당군이 고구려를 침략해 올 때 앞장서서 길을 안내했어요. 셋째 남산은 수도인 평양성의 성문을 열고 보장왕과 함께 당군에 항복했고요. 형을 몰아내고 막리지가 되었던 둘째 남건은 당군에 맞서 싸웠으나 끝내 실패해 포로가 되었어요.

연개소문의 아들들은 아버지의 뜻을 따르지 않고 서로 권력 다툼을 벌이다 결국 고구려를 망하게 했어요. 연개소문의 빈자리를 채우기에 아들들의 능력은 너무 부족했고, 연개소문의 마지막 유언은 지켜지지 못했죠.

조선 시대의 한 기록에는 연개소문을 이렇게 쓰고 있어요.

연개소문은 비록 정변을 일으켜 권력을 빼앗은 도적이기는 하나 그래도 맞서 싸울 상대가 없는 사납고 용맹스러운 영웅이다.

정변으로 권력을 잡은 연개소문이 죽고 2년 만에 고구려는 당에 멸망하고 말았어요. 연개소문이 살아있었다면 당의 침략을 막아낼 수 있었을까요? 아니면 연개소문의 정변으로 고구려의 힘이 약해져 멸망하게 된 것일까요?

[집필자] 신범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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