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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의 생활을 알려주는 동궁과 월지

<동궁과 월지(경북 경주시)>   

“월지는 매우 아름다운 연못이군요.”

“고려에서 이곳까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 신라는 후백제의 공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고려의 도움이 꼭 필요합니다.”

931년 신라의 경순왕이 왕건을 초대하여 잔치를 베풀었어요. 잔치가 벌어진 곳은 월지가 보이는 한 건물이었어요. 월지는 어떤 곳일까요? 또 이곳에서 발굴된 유물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신라의 삼국 통일 무렵 만들어진 인공연못 월지

“폐하! 드디어 동궁 옆에 커다란 연못을 완성했습니다.”

“수고하였소. 앞으로 연못 주변에 화초를 심고 진기한 새와 동물을 키우는 것이 좋겠소.”

674년 문무왕 때 신라 왕궁에 연못이 만들어졌어요. 이 연못을 월지라고 해요. 월지를 만든 2년 후 신라는 한반도에서 당나라를 완전히 몰아냈지요. 문무왕은 아버지인 태종 무열왕(김춘추)의 뜻을 이어받아 삼국 통일을 완성했어요.

월지는 아주 커다란 인공연못이에요. 전체적인 모습을 살펴보면 서쪽과 남쪽은 직선으로 이어지게 만들고, 북쪽과 동쪽은 바닷가의 해안선처럼 복잡하게 만들었어요.

<동궁과 월지>   

월지를 만들 때 연못 안에 3개의 섬도 함께 만들었다고 해요. 이 3개의 섬은 불로초가 자란다는 바다에 있는 삼신산을 생각하며 만들었다고 전해져요. 월지의 동쪽과 북쪽에는 산봉우리도 12개나 만들었어요. 12개의 봉우리는 신선이 산다는 중국 사천성에 있는 무산의 12봉우리를 본떠 만들었다고 해요. 이때 만든 산봉우리 중 낮은 것은 3m 정도이고 높은 것은 무려 6m나 되었어요.

동궁은 신라의 태자가 머물던 곳이에요. 현재 경주에는 동궁 건물이 남아 있지 않아요. 그렇다면 동궁은 어디에 있었을까요?

1974년 월지를 발굴할 때 여러 개의 건물터를 발견했어요. 그리고 그중에 3개의 건물을 복원도 했어요. 그중 하나가 임해전인데 많은 역사학자들은 임해전이 동궁의 건물 중 하나였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월지 임해전 앞의 건물터>   

1974년 11월 월지 준설공사에서 기와와 와당 조각이 발견되었고, 이듬해인 1975년~1976년에 걸쳐 발굴조사가 이루어졌어요. 이때 진흙 바닥에서 여러 가지 유물을 찾아냈어요. 그 유물의 수는 무려 3만 점이나 되었다고 해요. 월지에서 발굴된 유물은 어떤 것이 있는지 살펴볼까요?

  

월지는 배를 타고 다닐 정도로 규모가 커요

1975년 월지의 유물을 발굴할 때 연못 바닥에 가라앉아 있는 나무배가 거의 완전한 모습으로 발견되었어요. 이를 통해 신라 사람들이 월지에서 뱃놀이를 즐겼던 것을 알 수 있어요.

그런데 월지에서 배를 타려면 물이 충분히 있어야겠죠. 월지의 물은 어디에서 공급될까요? 월지의 동남쪽에는 물이 흘러 들어가는 입수구가 있어요. 이곳에서 흘러들어온 물은 월지 곳곳을 지나 동북쪽에 있는 곳으로 흘러나가도록 만들었어요. 그런데 물이 그냥 흘러가는 것이 아니에요. 나무로 된 마개로 나가는 물의 양을 조절했다고 하니 연못을 관리하는 신라인의 세심함을 엿볼 수 있어요.

<월지 입수부>   

월지에서 동물을 키웠다구요?

문무왕 때 월지가 만들어진 후 연못 가운데에 있는 섬과 주변에 나무와 꽃을 심었다고 해요. 또 그곳에 진귀한 새와 기이한 동물도 길렀어요. 궁의 정원에서 신기한 동물을 키우는 것은 당시 중국이나 일본에서도 유행했던 것이래요.

그렇다면 월지에서 어떤 동물을 키웠을까요?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역사책에는 정확한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요. 하지만 실망하지 마세요. 월지에서 발견된 동물 뼈와 신라가 일본에 동물을 선물로 보냈다는 기록에서 어떤 동물을 키웠는지 짐작할 수 있어요.

월지에서 발견된 동물 뼈는 기러기, 꿩, 오리, 산양, 노루, 말, 사슴, 호랑이 등이에요. 그리고 일본에 보낸 많은 동물 중에는 앵무새와 공작, 낙타 등이 있었다고 해요. 일본에 보낸 동물은 신라에서도 키웠겠죠.

<월지의 숲에 사는 동물들>   

주령구가 뭐예요?

술잔 비우고 크게 웃기

스스로 노래 부르고 마시기

소리 없이 춤추기

얼굴을 간지럽혀도 참기

이게 무엇일까요? 월지에서 발견된 주령구에 쓰여 있는 글이에요. 주령구는 14개의 면으로 이루어진 주사위에요. 그중 사각형은 6개 면, 육각형은 8개 면으로 되어 있어요. 또 각각의 면에는 다른 내용의 글귀가 새겨져 있지요.

<주령구>   
국립민속박물관

주령구는 신라의 왕과 귀족들이 모여서 잔치를 벌일 때 굴리며 놀던 놀이도구이지요. 나머지는 어떤 글이 새겨져 있는지 살펴볼까요? 몇 가지는 여러분도 할 수 있는 놀이랍니다.

<주령구의 단면도>   

신라인은 사용한 생활용품은 무엇이 있을까?

월지에서 발굴된 유물들은 다른 유물과 다른 점이 한 가지 있어요. 바로 신라인들이 직접 사용했다는 것이죠. 우리가 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유물 대부분은 신라의 여러 고분에서 발굴된 것들이에요. 이 유물들은 실제로 사용한 것이라기보다는 죽은 사람을 위해 무덤에 함께 넣어주었던 부장품일 가능성이 더 높아요.

월지에서 발굴된 생활용품은 무엇이 있을까요? 가장 대표적인 것이 청동으로 만든 가위에요. 청동 가위는 생긴 모습도 무척 아름다워요. 신라인들은 이 가위로 초의 심지를 잘랐을 것으로 생각되어요.

그런데 월지에서 발견된 금동초심지 가위와 거의 비슷한 모양의 가위가 발견되었어요. 바로 일본의 정창원에서지요. 정창원은 일본 고대 왕실의 보물창고라고 생각하면 돼요. 이를 통해 신라와 일본 사이의 교류 모습을 짐작할 수 있겠죠.

<월지 출토 금동 초심지 가위>   
문화재청

신라 사람들은 어떤 건물을 지었을까?

월지에서 발굴된 유물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세요?

바로 기와 조각이랍니다. 발굴된 유물 약 3만 점 중 80% 정도의 비율이에요. 기와 중에는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연꽃무늬 수막새와 암막새 이외에도 도깨비 얼굴의 기와도 볼 수 있어요. 그래서 신라 사람들이 건물을 지을 때 지붕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잘 알 수 있어요.

<월지에서 발견된 곱새기와(한국학중앙연구원)와 짐승 얼굴 무늬 기와(국립중앙박물관)>   

역사 속 작은 이야기: 월지는 한때 안압지라 불렸어요

여러분의 부모님께 월지에 대해 질문을 하면 ‘월지’가 어디냐고 물으시는 분도 계실지도 몰라요. 그럴 때 옛날에 ‘안압지’라고 부르던 연못이라고 하면 “아! 경주에 있는 신라시대 연못 말이구나.” 하실 거예요. ‘월지’가 얼마 전까지도 ‘안압지’라고 불렸거든요.

‘월지’를 ‘안압지’라고 부른 까닭은 무엇일까요? 조선 시대 사람들이 이 연못을 ‘안압지’라고 불렀기 때문이지요. ‘안압지’라는 용어는 『동국여지승람』이라는 책에 처음 등장해요. 『동국여지승람』은 조선 성종 때 완성된 것으로 각 도의 산과 하천 등 지리와 관련된 정보와 인물, 풍속 등을 적은 책이에요. 『동국여지승람』에는 ‘안압지’가 문무왕 때 만들어진 연못이라고 기록되어 있어요.

‘월지’는 신라가 멸망한 후 점점 관리가 소홀해졌어요. 세월이 흐르면서 거의 폐허가 되었어요. 조선 시대 사람들은 월지를 ‘안압지’라고 불렀어요. ‘안압지’가 무슨 뜻이냐구요?

한자로 ‘안(雁)’은 ‘기러기’, ‘압(鴨)’은 ‘오리’, ‘지(池)’는 ‘연못’을 뜻해요. 즉, 이곳이 기러기나 오리들이 살던 곳으로 변했기 때문에 그렇게 불렀던 것이죠.

‘동궁과 월지’에 대해 잘 알게 되었나요? 경주에 갈 기회가 생긴다면 ‘동궁과 월지’를 꼭 가보세요. ‘동궁과 월지’는 낮에 가서 보는 것도 좋지만 밤에 보는 풍경도 무척 아름다워요. ‘동궁과 월지’를 거닐면서 신라 귀족들의 생활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월지의 야경>   

[집필자] 김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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