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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가 융성했던 고려 시대의 불화

<도피안사 비로자나불(강원 철원군)>   

“오늘은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를 보러 가려고 해요.”

“아하! ‘700년 만의 해후’라는 부제목이 달린 〈고려불화대전〉말이지요. 꼭 보고 싶었는데 함께 가요.”

2010년에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고려불화대전〉이 개최되었어요. 전시 작품 중에는 고려 불화를 포함해 중국, 일본 불화, 고려 시대 불상과 공예품이 있었어요. 그중 고려 불화의 특징은 무엇일까요?

불화는 어떤 그림인가요?

고려 불화의 특징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먼저 불화가 무엇인지 살펴볼까요? 불화는 ‘불교 회화’를 줄여서 부르는 말이에요. 불교와 관련된 모든 그림이라 할 수 있겠죠.

불화를 쉽게 볼 수 있는 곳은 절이에요. 절에 가면 대웅전처럼 부처를 모신 건물이 있어요. 대웅전 바깥벽에 알록달록 색칠한 단청을 흔히 볼 수 있는데, 이 단청도 불화에요. 또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벽에 불화가 그려져 있거나 걸려 있는 것을 볼 수 있어요. 이때 불화는 주로 불교 교리의 내용을 담고 있으며, 예배하기 위해 그린 것이죠.

<단청과 벽화가 그려진 조계사 대웅전(서울 종로구)>   

이렇듯 불화는 사용하는 용도에 따라 3가지로 나눌 수 있어요. 즉 절을 꾸미기 위해 그린 장엄용 불화, 불교 교리를 쉽게 알려주기 위해 그린 교화용 불화, 예배를 드리기 위한 의식용 불화이에요. 그런데 이런 구분이 엄격하게 나눠진 것은 아니에요. 부처의 뒤에 그려진 불화는 교화용 불화와 의식용 불화의 역할을 함께 하기 때문이죠.

한편 불화는 그림을 그리는 바탕 재료와 형태에 따라 나눌 수도 있어요. 그림 바탕은 흙이나 돌, 나무, 종이, 금속, 옷감 등 다양해요. 그중 흙이나 돌, 나무로 보통 건물 벽을 만들죠. 그러니 이곳에 그린 불화는 벽화이지요. 현재 남아 있는 불교 벽화 중 가장 오래된 것은 고려 시대에 그려진 것이에요.

경상북도 영주에 가면 고려 시대 만들어진 부석사란 절이 있어요. 부석사에는 조사당이란 건축물이 있는데, 이곳에 고려 말에 그려진 벽화가 있었어요. 현재는 벽화를 보호하기 위해 벽에서 떼어내 얼마 전 보존처리를 위해 국립문화재연구소로 옮겼어요.

종이나 옷감(비단, 삼베, 모시)에 그린 불화도 있어요. 이런 불화를 병풍화, 경화, 탱화라 불러요. 병풍화는 짐작할 수 있듯이 병풍 형태로 만든 불화를 말해요. 병풍화는 조선 시대에 많이 그려졌다고 해요.

경화는 불경에 그려 넣은 그림을 말하고, 탱화는 족자나 액자로 만들어 벽에 걸 수 있도록 한 불화에요. 일반적으로 고려 불화하면 탱화를 말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럼 지금부터 고려 시대에 그려진 불화에 대해 살펴볼까요?

<불화를 그리고 있는 스님의 모습>   

  

고려 불화의 특징은 무엇일까?

고려 불화는 동양의 여러 그림 중에서도 섬세하고 화려하기로 유명해요. 그림이 화려한 만큼 여러 가지 재료를 사용했을 것 같은데, 불화에 사용된 색은 아주 단순해요. 붉은색(주), 녹색(녹청), 파란색(군청)의 3가지 색을 주로 사용했어요. 이 색을 섞어서 사용하지도 않았어요.

그렇다면 고려 불화가 화려하게 보이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요. 바로 금가루 때문이에요. 고려 불화는 앞에서 말한 3가지 색 이외에 아교에 금가루를 섞어 만든 금니를 사용했어요.

고려 불화의 또 다른 특징은 비슷한 작품이 많다는 것이에요. 불화의 주제와 그림 속 배치, 크기마저도 비슷한 것이 많아요. 현재 남아 있는 고려 불화는 대부분 비단에 그려진 탱화로 약 160여 점이 있어요. 불화는 〈아미타여래도〉, 〈수월관음도〉, 〈지장보살도〉를 주제로 그린 것이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해요. 세 가지 불화에 등장하는 부처나 보살은 모두 중생을 구제하거나 보살피는 일을 주로 해요.

고려 시대에는 불교를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그래서 많은 절이 세워지고 이곳에 벽화 형태의 불화가 그려졌어요. 그러나 현재 전하는 고려 불화는 대부분 고려 후기인 13~14세기에 그려진 탱화에요. 이 시기에 지배층이 불화를 그려서 자신의 집이나 절에 두고 예배 대상으로 사용했기 때문이라 생각돼요.

고려 불화에 자주 등장하는 것은?

불교에서는 깨달음을 얻으면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고 해요. 그럼 부처가 되기 전 단계의 사람들은 무엇이라 부를까요? 먼저 평범하게 살아가는 보통 사람을 중생이라 불러요. 중생 중에 깨달음을 얻고 부처가 되고자 노력하는 사람을 보살이라 불러요.

불교 교리에 나오는 보살 중에는 미륵보살, 관세음보살(관음보살), 지장보살 등이 있어요. 이 중에서 관세음보살과 지장보살이 고려 불화에 많이 등장해요. 또 부처로는 사람이 죽은 후에 간다는 극락세계를 관장하는 아미타불(아미타여래)을 주인공으로 그린 불화가 많아요.

고려 불화에 자주 등장하는 관세음보살, 지장보살, 아미타부처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볼까요?

먼저 관세음보살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의 소리를 잘 듣는다고 해요. 특히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내는 소리를 잘 듣고 그들을 도와준다고 해요. 불교를 믿는 사람 중에는 ‘나무 관세음보살’이라는 말을 반복해서 말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이 말은 ‘관세음보살에 의지한다’는 뜻이에요.

관세음보살을 그린 불화로는 〈수월관음도〉가 있어요. 고려 불화 중 많은 수를 차지하는 〈수월관음도〉에서 수는 ‘물’, 월은 ‘달’을 의미해요. 즉 이 불화는 관음보살이 달빛이 비치는 곳에 반만 양반다리를 한 채 앉아 있는 모습을 그린 것이에요. 미국의 한 미술관에 있는 〈수월관음도〉를 한번 살펴볼까요?

<수월관음도>   
고려불화 자세히보기(하버드대학교 미술관의 아서 M. 새클러 박물관)

관세음보살 앞에는 조그맣게 그려진 어린아이 같은 인물이 있네요. 이 인물은 선재 동자에요. 선재 동자는 중생으로 부처가 되기 위해 53명의 스승을 찾아다닌다고 해요. 그중 28번째로 찾아가는 것이 관세음보살이고요. 〈수월관음도〉에는 이렇듯 관세음보살과 선재 동자가 만나는 장면이 많이 그려졌어요.

지장보살도 고려 불화에서 많이 그려져요. 지장보살은 중생이 죽은 후 겪는 고통을 없애준다고 해요. 지장보살은 석가모니 부처에게 특별한 부탁을 받았다고 해요. 석가모니가 열반에 든 후 미래에 미륵부처가 다시 세상에 올 때까지 중생을 지옥으로부터 구제하라는 것이지요.

그래서 지장보살은 중생이 있는 지옥으로 직접 들어가 그들을 구한다고 해요. 지장보살은 지옥에 있는 중생을 모두 구할 때까지 자신은 부처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하여 부처의 모습보다 승려나 머리에 두건을 쓴 사람의 모습으로 그려진다고 해요.

<지장보살도>   
고려불화 자세히보기(아서 M. 새클러 미술관)

아미타불(아미타여래)은 인간이 죽으면 간다는 ‘서방정토’를 주관하는 부처예요. 우리가 흔히 듣는 ‘나무아미타불’은 ‘아미타부처에 의지한다’는 뜻이에요. 아미타불을 그린 불화인 〈아미타여래도〉는 여러 가지 형식으로 그려져요. 아미타불을 혼자 그리거나 아미타불과 4명의 보살, 또는 8명의 보살을 함께 그리기도 해요.

이외에도 조금은 복잡하게 서방 극락 세계와 그곳에 있다고 생각되는 여러 인물을 함께 그리기도 해요. 다음 그림은 아미타불과 8대 보살을 함께 그린 〈아미타팔대보살도〉에요. 뒤의 중앙에 크게 그려진 것이 아미타여래이지요.

<아미타팔대보살도>   
고려불화 자세히보기(프리어 미술관)

역사 속 작은 이야기: 고려 불화 전시를 처음 개최한 나라는?

처음으로 고려 불화만을 모아 전시회를 연 나라는 일본이에요. 1978년 일본의 나라현에 있는 한 사설 미술관에서 고려 불화를 무려 50여 점이나 모아 놓고 특별 전시회를 개최했어요.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고려 불화에 대해 거의 알려지지 않았는데 말이에요. 그 후 1993년 우리나라에서도 고려 불화전시회가 개최되었어요.

그렇다면 전 세계적으로 고려 불화는 얼마나 남아 있을까요? 유럽, 미국, 일본, 우리나라에 있는 것을 합치면 약 160점이 남아 있다고 해요. 놀라운 사실은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10여 점을 뺀 약 130점이 일본에 있다는 것이죠. 일본에 고려 불화가 이렇듯 많은 이유는 뭘까요?

일본은 여러 시기에 걸쳐 고려 불화를 가져갔어요. 대표적인 것은 일제 강점기에요. 일제 강점기 일본은 고려 불화뿐만 아니라 다수의 우리 문화재를 자기 나라로 가져갔어요. 또 역사를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고려 말에 우리를 괴롭혔던 왜구가 가져갔거나, 임진왜란의 와중에 일본 사람들이 문화재를 약탈해 간 거예요.

1978년 일본에서 개최된 고려 불화 특별전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죠. 그래서 1980년대에 여러 사설 박물관과 개인들이 고려 불화를 사들여 현재 10여 점을 갖게 된 것이에요.

우리나라에 있는 고려 불화가 10여 점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니 무척 속상하면서도 마음이 아픈 것 같아요. 고려 불화를 보고 싶어도 마음대로 볼 수 없으니 말이죠.

이런 우리의 아쉬움을 달래 수 있는 방법이 있어요. 문화재청이 미국에 있는 여러 미술관과 함께 고려 불화를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죠. 문화재청이 만든 고려 불화 사이트에 가보면 16점의 고려 불화의 사진이 있어요. 여러분도 인터넷에서 사이트를 검색하여 고려 불화의 모습을 살펴보는 것은 어떨까요?

[집필자] 김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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