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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시대 세계관이 반영된 지도

<대동여지도(국립중앙박물관)>   

“드디어 새로운 지도를 찍어낼 수 있는 목판을 완성했네.”

“고산자, 축하하네. 자네가 애쓴 보람이 있네.”

고산자는 김정호의 호에요. 김정호가 새로 만든 지도는 대동여지도에요. 조선 시대에는 〈대동여지도〉를 포함하여 다양한 지도가 만들어져요. 조선 시대 지도는 어떤 것이 있었을까요. 그리고 이러한 지도를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요?

조선, 다양한 지도를 만들다

지도는 산, 들, 강처럼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모습과 도로, 성, 다리 등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만든 여러 건축물을 평면 위에 그림이나 선, 색 등을 통해 표현한 것을 말해요. 우리 조상들은 이런 지도를 아주 오래전부터 만들어 사용했어요.

『삼국사기』에는 고구려에서 지도를 제작했다는 기록이 있어요. 고려 시대에도 지도가 제작되었죠. 그러나 안타깝게도 두 시대에 만들어진 지도는 현재 전하지 않아요. 우리가 현재 볼 수 있는 지도는 조선 시대에 만들어진 것이죠.

조선은 나라를 세운 후 도읍을 개성에서 한양으로 옮겼어요. 조선의 지배층은 도읍뿐 아니라 지방 곳곳까지 왕의 명령이 전달되고 지방의 사정을 속속들이 아는 나라를 만들고 싶어 했어요. 그래서 각 지역의 모습을 상세히 알려주는 지도를 비롯해 기후, 교통, 생산물 등을 기록한 지리서를 많이 편찬했어요.

조선 시대에 최초로 만들어진 지도는 태종 때 이회라는 신하가 제작한 〈팔도도〉라고 해요. 이 지도는 고려 말에 있던 〈팔도지도〉를 보완해서 만들어졌지요. 하지만 이 지도도 전해지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전해지는 우리나라 지도 중 가장 오래된 지도는 무엇일까요? 바로 〈조선방역지도〉에요. 명종 때 제작된 지도로 임진왜란 때 일본으로 빠져나갔던 것을 1930년대에 다시 찾아왔어요.

<조선방역지도>   
문화재청

조선 시대에는 우리나라 지도뿐만 아니라 세계지도도 만들어졌어요. 대표적인 것으로는 1402년(태종 2) 만들어진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에요. 이 지도는 우리나라와 중국을 중심으로 동쪽으로는 일본, 서쪽으로는 유럽과 아프리카까지 그려 넣었어요.

당시 사람들이 알고 있던 구대륙 전체를 비교적 사실적으로 그린 지도이지요. 이를 통해 조선 초기의 지도 제작 기술 수준과 지도에 대한 국가의 큰 관심, 당시 사람들의 세계관과 공간 인식을 알 수 있어요.

조선 전기에 제작된 지도가 나라를 다스리기 위해 국가가 주도해서 주로 만들어졌다면 조선 후기에는 상업의 발달로 일반 사람들도 쉽게 쓸 수 있는 지도가 만들어졌어요. 개인이 만든 지도도 많았고요.

조선 후기 대표적인 지도로는 정상기가 만든 〈동국대지도〉, 김정호가 만든 〈청구도〉, 〈대동여지도〉등을 들 수 있어요. 그중에서 〈청구도〉는 전국을 바둑판처럼 만들고 한 면에 하나의 지도를 만들어 넣어 손바닥을 보듯 편리하게 만든 지도라고 해요. 〈청구도〉는 〈대동여지도〉를 만드는 데 바탕이 되었어요.

<청구도>   
문화재청

자 그럼, 조선 시대에 만들어진 대표적 지도는 무엇이 있는지 살펴볼까요?

  

우리나라의 가장 오래된 세계지도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세계지도가 무엇인지 기억나나요? 맞아요.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에요. 이름이 너무 어렵죠. 한자를 풀이하면 ‘각 시대에 걸쳐 세계에 있는 나라와 도시를 그린 지도’라는 뜻이에요. 말 그대로 세계지도라는 뜻이죠. 지도를 함께 살펴볼게요.

<혼일강리역대국지도(일본 류코쿠대학 도서관 소장/모사본)>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는 가로 164cm, 세로 148cm로 엄청나게 큰 지도에요. 이 지도는 1402년(태종 2)에 만들어졌는데,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쓰여 있어요.

밖에 나가지 않고도 천하를 알 수 있다. 대개 지도를 보면 지역의 멀고 가까움을 알게 되니 또한 나라를 다스리는 데에 도움이 된다.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의 중앙에 가장 크게 그려진 나라는 중국이에요. 중국이 세상의 중심이라는 ‘중화사상’이 반영되었기 때문이죠. 그리고 중국의 동쪽에 있는 우리나라는 실제 모습보다 훨씬 크게 그려졌어요.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지도였기 때문에 우리 땅을 부각하고 싶었던 거 같아요. 이와 달리 일본은 우리나라 밑에 매우 작게 그려져 있어요.

중국의 서쪽에는 인도, 아라비아반도, 유럽, 아프리카가 표현되어 있어요. 그런데 그 모습은 실제와 많이 다르게 그려져 있지요? 지도의 가장 왼쪽에 그려진 것은 아프리카예요. 아프리카 대륙 중앙의 호수는 빅토리아 호수를 표현한 것 같아요. 길게 뻗어 있는 물길은 나일강을 그린 것이라고 해요.

우리 땅의 실제 모습을 표현하다

“내 평생 이런 지도를 본 일이 없다.”

영조 임금이 어떤 지도를 보고 한 말이라고 해요. 이 지도가 뭐냐고요? 바로 정상기가 만든 〈동국지도〉에요. 1757년 영조는 어느 관리의 집에 좋은 지도가 있다는 말을 들었어요. 그래서 지도를 가져오라 했지요. 영조가 봤더니, 도로와 산줄기, 물줄기가 매우 잘 표현되어 있었어요. 영조는 이 지도를 홍문관에 보내 똑같이 그려내라고 했대요.

〈동국지도〉의 가장 큰 특징은 오늘날의 지도처럼 지표상의 실제 거리를 일정한 비율로 줄여 지도에 표현하는 축척을 사용했다는 것이에요.

지도는 8장으로 되었는데 이것을 합치면 전국 지도가 돼요. 지도의 각 도는 서로 다른 색으로 칠해져 있어요. 예를 들면 경기도는 노란색, 경상도는 보라색, 전라도는 붉은색이죠. 또 산은 초록색, 물은 푸른색, 길은 붉은색으로 칠했어요.

또 다른 특징으로는 지도에 여러 개의 기호를 사용했다는 것이에요. 각 지역의 고갯길이나 봉수, 병영, 수영 등을 기호로 표시한 것으로 이전 지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것이랍니다.

〈동국지도〉는 훗날 김정호가 〈대동여지도〉를 만드는 데 바탕이 되었다고 해요. 그런데 한 가지 안타까운 사실은 정상기가 만든 〈동국지도〉의 원래 지도는 현재 전하지 않는다는 것이에요. 사람들이 베껴서 만든 지도들을 통해 그 모습을 짐작할 수 있어요.

대표적인 것이 〈동국대지도〉에요.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동국대지도〉는 정상기가 제작한 지도를 왕의 명령에 따라 도화서 화원이 비슷하게 그린 것이라 해요.

<동국대지도>   
국립중앙박물관

나무판에 지도를 새기다

‘누구나 한 손에 들고 다니며 언제라도 원하는 고을의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지도를 만들 테다’

김정호는 늘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해요. 그는 여러 번의 지도 제작 경험과 이전에 만들어진 지도들을 바탕으로 1861년(철종 12)에 〈대동여지도〉를 만들었어요. 〈대동여지도〉는 목판에 새겨서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찍어낼 수 있는 지도에요.

목판은 우리나라 전체의 모습을 남북으로 22개 층으로 나누어 제작되었어요. 각 층은 적으면 1면 많으면 18면으로 이루어졌어요. 22층의 지도를 다 펼치면 세로가 7m에 가까워요. 건물 3층 정도 높이에 이르는 엄청난 크기예요.

그러면 저렇게 큰 지도는 어떻게 갖고 다녔을까요? 각 지도는 분리되었어요. 필요한 부분의 지도만 갖고 다닐 수 있게 만들었던 거죠. 전라도를 갈 일이 있으면 지도의 전라도 부분만 접어서 들고 다닐 수 있게 만들었던 거죠.

자세한 내용을 담았지만, 휴대성도 놓치지 않으려고 했어요. 김정호는 〈대동여지도〉의 앞부분에 있는 「지도유설」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어요. 이 글을 통해 김정호가 지도를 만든 목적을 엿볼 수 있어요.

세상이 어지러우면 이 지도로 쳐들어오는 적을 막아 거칠고 사나운 무리를 제거하고,
시절이 평화로우면 이 지도를 나라를 경영하고 백성을 다스리는 데 사용한다.

〈대동여지도〉의 또 다른 특징은 동국지도처럼 여러 시설을 기호로 표시했다는 것이에요. 예를 들면 관아, 창고, 역참, 산성 등을 기호로 표시한 것이죠. 다음은 〈대동여지도〉 중 제주도 부분의 지도에요. 이 지도에서 기호들은 각각의 의미가 있어요.

<대동여지도의 제주도 부분>   
문화재청

역사 속 작은 이야기: 대동여지도는 어떻게 세상에 알려졌을까?

여러분은 지금 〈대동여지도〉가 나무판에 새겨졌다는 것과 그 나무판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요? 그런데 여러분의 할아버지, 할머니가 학교에 다닐 때는 〈대동여지도〉의 나무판이 없다고 배웠어요. 왜냐구요? 일제 강점기 때부터 잘못된 역사를 배웠기 때문이에요.

주요 내용은 김정호가 〈대동여지도〉를 완성 후 나라에 바쳤는데, 당시 권력자인 흥선 대원군이 이 지도가 다른 나라에 넘어가면 위험하다고 판단하여 김정호를 옥에 가두고 〈대동여지도〉 목판본을 불태웠다는 것이죠. 그런데 이것은 역사에 기록된 사실이 아니에요. 〈대동여지도〉 목판본은 계속 보관되어 있었어요.

국립중앙박물관의 수장고(창고)에 k-93이라는 번호의 유물이 바로 〈대동여지도〉였던 것에요. 목판에 〈대동여지도〉라고 쓰여있었지만, 일제 강점기 잘못된 역사교육 때문에 아무도 그 목판이 진품이라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죠.

〈대동여지도〉의 존재가 국민들에게 알려진 것은 1995년 10월에 이르러서였어요. ‘한국역사문화지리학회’가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지도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박물관 수장고를 관리하던 한 직원이 그 단체에 유물 감정을 건의하였고, 이를 계기로 불에 탔다던 대동여지도는 세상에 다시 나오게 되었답니다.

조선 전기의 지도는 주로 나라를 다스리는 데 필요한 자료를 얻기 위해 만들어졌어요. 이때 여러 사람의 협동작업으로 지도를 제작했다고 해요. 이와 달리 조선 후기에는 개인이 제작한 지도가 많이 만들어졌어요. 이 지도 중에는 실제 사용하기 위한 용도도 있었지만, 집에 걸어 놓고 보기 위해 만든 것도 있다고 하네요.

요즘은 지도를 어떠한 용도로 많이 사용할까요?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지도가 무엇인지 찾아보아요.

[집필자] 김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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