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삼상 회의에서 미국은 한반도 문제의 처리와 관련하여 사전에 소련에게 「한국의 통합 행정(Unified Administration for Korea)」이라는 특별 비망록을 전달하였다. 미국이 제안한 비망록의 주요 내용은 ① 교통⋅통신⋅체신⋅교역⋅산업 등 일체의 현안을 취급할 남북 간 통일 행정부의 조속한 수립, ② 한국에 대한 4개국 신탁 통치 등 두 가지였다. 신탁 통치안의 주요 내용은 ① 4개국이 행정⋅입법⋅사법 기능을 수행하여 한국이 독립할 수 있을 때까지 5년간 신탁 통치를 한다. 이는 5년간 연장할 수 있다, ② 신탁 통치하에서 행정을 담당할 국제 민간 행정 기구로 1명의 고등 판무관(High Commissioner)과 4대국을 대표하는 4명의 위원으로 이루어진 집행 위원회(執行委員會, Executive Council)를 구성한다는 것이었다.
미국 정부는 미 군정의 반탁 입장을 숙지하였으나, 회담 대표들이 미국 측 제안으로 제출한 비망록은 국무부가 구상하였던 신탁 통치안과 국제 민간 행정 기구안의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였다. 1) 그리고 신탁 통치에 앞선 행정부의 통합은 미국이 이전부터 구상해 왔던 것이지만, 동시에 미 군정이 모스크바 삼상 회의 개막 이전에 인위적인 38선 분할을 제거할 수 있는 구체적 조치들을 모스크바 회의에서 마련하여 줄 것을 강조해 옴에 따라 이를 수렴한 것이었다. 그러나 소련은 신탁 통치에 선행하는 통일 행정부의 설치를 거부하였고, 미국의 제안을 검토한 뒤 포괄적인 역제안을 제출하였다.
1) | 국무부는 소련과의 한국 신탁 통치안 협정이 일련의 신탁 통치 협정 중 첫 번째인 만큼 다른 협정들의 모범이 될 수 있도록 가급적 자세한 서류를 작성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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