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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령[會社令]

조선 총독이 회사 설립을 전면 통제하다

1910년(순종 4) ~ 1920년

1 개요

〈회사령〉(會社令) 은 1910년 12월 29일 조선총독부(朝鮮總督府)가 제령(制令) 제13호로 공포한 법령이다. 이 법령에는 회사의 설립, 운영, 해산 등 회사에 관한 전 과정이 규정되었다. 부칙을 포함하여 총 20개 조항으로 구성되었다. 〈회사령〉이 발표된 날 〈회사령시행규칙(會社令施行規則)〉도 발표되었다. 이 법령은 〈회사령〉의 규정을 구체화 시킨 것으로, 회사설립 신청 및 절차, 설립된 회사의 감독 체계 등이 규정되었다. 총 11개 조항으로 구성되었다. 〈회사령〉과 그 시행규칙의 가장 큰 특징은 회사 설립 및 운영과 관련된 모든 과정은 조선 총독의 허가 아래에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 명시된 것이었다. 〈회사령〉제정은 식민지 조선에 진출하려는 모든 민간 자본을 조선총독부가 장악하겠다는 의도가 반영된 것이었다. 또한 관행적으로 형성되었던 조선인 상업 체계를 파괴하고 일본 자본의 활동공간을 보장하기 위해서였다. 〈회사령〉은 1914년, 1918년에 개정되었으며, 1920년 3월 31에 폐지되었다.

2 회사령과 회사령시행규칙의 발표와 내용

조선총독부는 1910년 12월 29일 제령(制令) 제13호 〈회사령〉을 발표하였다. 이와 함께 부령(府令) 제66호 〈회사령시행규칙〉을 공포하고, 이를 1911년 11월 1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회사령〉은 부칙을 포함하여 총 20개 조항으로 구성되었다. 〈회사령〉의 내용을 살펴 다음과 같다. 회사령 규정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식민지 조선에서 설립되는 회사 설립을 조선 총독의 허가를 맡아야 한다고 규정한 제1조이다. 제2조에서는 “조선 밖에서 설립한 회사가 조선에 본점이나 지점을 설립하려고 할 때에는 조선 총독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라고 명시하였다. 제5조에 따르면 “회사가 〈회사령〉 또는 〈회사령〉에 기초하여 발하는 명령과 허가 조건을 위반하거나, 공공질서나 선량한 풍속에 위반하는 행위를 할 때에는 총독은 사업의 정지와 금지, 지점 폐쇄, 회사의 해산을 명할 수 있다”라고 규정되었다. 또한 회사가 부실한 신고를 하여 허가를 받은 경우에는 조선 총독이 그 허가를 취소할 수도 있었다(제6조).

〈회사령〉제12조, 13조, 14조에는 처벌대상이 되는 경우에 대해서도 언급되었다. 처벌 대상이 되는 경우는 첫째 허가 없이 회사를 설립했을 경우, 둘째 부실한 신고로 허가를 취득한 경우, 셋째 본점 및 지점을 설치하지 않고 조선에서 영업을 시작했을 경우, 넷째 사업금지, 정지 명령을 위반하고 영업을 지속하는 경우. 다섯째 회사가 아니면서 회사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경우였다.

회사의 설립기준도 정해졌다. 설립기준을 갖추는 것은 매우 까다로웠다. 주식회사를 설립할 때에는 발기인의 이름·주소·보유 주식 수·보수 등을 신고해야 했다. 또한 회사 재산과 업무 상황을 총독에게 보고해야 했다. 이러한 규정은 조선인 회사 및 일본인 회사에도 동시에 적용되었다. 반면 일본의 경우는 식민지 조선과 달랐다. 일본 ‘상법’에는 “회사를 자유롭게 설립할 수 있다”라고 규정되어 있었다. 정관을 작성하고 등기를 마치면 회사설립이 가능했다. 즉 일본은 신고에 의해 회사를 설립할 수 있는 ‘신고주의’를 채택하고 있었지만, 식민지 조선에는 회사설립에 관하여 조선 총독이 검토한 후 결정하는 ‘허가주의’를 원칙으로 하고 있었던 것이다.

〈회사령시행규칙〉은 회사설립 신청 절차 및 설립된 회사의 감독 체계를 규정한 법령이었다. 총 11개 조항으로 구성되었으며, 회사를 설립할 때 필요한 신청서에 기재되어야 할 내용, 회사의 성립 및 해산 시 필요한 절차 등이 규정되었다. 이러한 것은 모두 총독의 허가를 받아야만 했다.

한편 이 조항 규정 중 제6조와 제7조에는 대한제국 시기에 한국인이 세운 회사와, 일본인이 세운 회사에 대한 처리규정이 명시되어 있다. 한국인이 세운 회사는 〈회사령〉시행일로부터 6개월 내에 면허장, 정관 및 설립 후의 경과, 업무 및 재산의 현황 등을 제출해야 했다. 반면 일본인이 세운 회사는 1개월 이내에 이러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 등기를 마쳤을 경우에는 바로 인정해 주기로 했다. 한국인이 세운 회사에 대한 허가 기준이 일본인이 세운 회사를 허가하는 것보다 까다로웠음을 알 수 있다.

3 조선총독부가 회사령을 제정한 이유는?

조선총독부는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회사령〉을 제정했다.

첫째 조선인의 회사 설립, 일본인의 회사 설립 등 모든 민간인의 투자 방향을 조선총독부가 장악하기 위해서였다. ‘한국병합’ 직후 식민지 조선에서는 회사를 설립하려는 움직임이 크게 일어났다. 조선총독부는 그 원인으로 조선귀족에게 배포될 은사 공채자금과 일본의 새로운 영토가 된 조선에 대한 일본인의 관심이라고 파악했다. 한국이 일본에 병합되면서 관료와 귀족 중 상당수는 관직을 상실했다. 그들 중 상당수는 회사를 설립하여 새로운 활동을 전개하려고 하였다. 하지만 조선총독부는 “조선인들은 회사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교활한 자들에게 이용당해 투기적 사업을 벌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결과 “가산을 탕진할 것이며 결국 이것은 경제계를 교란시킬 우려가 있는 것”이라고 하였다. 한편 많은 일본 자본가들이 식민지 조선으로 새롭게 진출하기를 원했다. 이들은 총독부의 인가를 얻기 위해 경쟁을 벌였다. 조선총독부는 그 결과 “과다 경쟁이 일어나고 투기를 목적으로 한 자본이 조선에 몰려올 경우 큰 위험이 올 수 있다”고 판단했다. 결국 조선총독부는 〈회사령〉을 통해 회사설립에 관한 모든 것을 장악하여 기존에 형성되었던 사회적 기반은 재편하려고 했던 것이다.

둘째 조선인 회사들이 관행적으로 행사하고 있던 ‘상업권’을 제거하고 한인들의 회사설립을 억제하는 것이었다. 조선총독부는 〈회사령〉을 통해 한인 회사들이 가지고 있었던 ‘특권성’을 배제하려고 하였다. 대표적인 것이 일종의 상품독점권이었던 도고권(都賈權)을 철폐 한 것이었다. 조선총독부는 도고권을 상실한 객주들을 개별적으로 통제하고, 일본인이 주도하는 상업회의소(商業會議所)에 편제시켰다. 그 결과 유통계에서 일정한 지분을 차지하고 있던 한국인 객주들은 대거 몰락하게 되었다. 한편 1912년까지 한국인들이 회사인가를 인가해달라고 신청한 횟수는 총 43건이었다. 이중 〈회사령〉시행 이후 허가된 것은 22건이고, 불허된 것은 6건, 허가가 된 후 강제로 해산된 것이 8건이다. 나머지 7건은 〈회사령〉직전에 회사 설립이 허가되었지만 〈회사령〉시행 이후 회사의 운영여부를 알 수 없는 경우이다. 조선인 회사가 허가된 분야는 대금업, 제조업, 상업 등 식민지 산업정책을 보조하거나 일본 상품의 유입을 촉진하는 부분이었다. 이러한 상황은 1910년대 식민지 조선에서 한국인 자본이 성립되기 매우 어려운 조건이었음을 알 수 있게 해준다.

4 회사령 및 시행규칙의 개정과 폐지

조선총독부가 발표한 〈회사령〉은 조선에 있는 일본인뿐만 아니라 일본 내 자본가들에게도 비판을 받았다. 〈회사령〉이 일본인이 조선에 투자를 하는데 제한을 두고 있다는 것이 비판의 요지였다. 〈회사령〉에 대한 문제는 1910년 12월에 개최된 제27회 제국의회(帝國議會) 및 1912년 12월에 열린 제30회 제국의회에서 제기되었다. 일본 정부와 조선총독부는 의회의 〈회사령〉폐지 요청을 전면적으로 거부 할 수는 없었다. 1914년 11월 13일 조선총독부는 부령(府令) 제162호를 발표하여 〈회사령시행규칙〉을 개정하였다. 이 법에 의해 설립 허가가 된 회사가 지점을 설치하는 조건이 완화되었다. 이미 설립을 허가받은 회사는 조선 총독의 승인 없이 지점을 설치 할 수 있게 되었다.

1915년 이후 일본경제는 제1차 세계대전의 영향으로 호황을 이루게 되었다. 일본은 유럽이 전쟁 중인 상황을 이용하여 아시아 일대의 시장을 공략할 수 있었다. 수출관련 산업, 해운업, 조선업 등이 급속한 팽창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회사들의 이윤율도 급상승하게 되었다. 그에 따라 일본 내에서 회사의 설립 열기가 높아졌으며, 이것은 식민지 조선에 대한 투자열기가 높아지는 것으로 이어졌다.

조선총독부 입장에서도 일본 민간자본의 유치가 필요했다. 1916년 조선총독부는 식민지 조선에서 농업부분의 개발은 어느 정도 수행이 되었고, 다음 단계인 공업부분을 발전시키기 위한 시도를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것을 위해서는 일본 민간 자본을 식민지 조선으로 적극적으로 유치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하지만 〈회사령〉은 일본 기업이 식민지 조선으로 진출하는 것을 제약하는 조건이 되고 있었다. 따라서 조선총독부는 1918년 6월 26일 제령(制令) 제12호로 〈회사령〉을 개정했다. 회사령이 개정되면서 일본에 본점을 두고 식민지 조선에 지점을 설치한 회사는 일본 〈상법〉에 근거하여 영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와 함께 부령(府令) 제66호로 〈상업등기취급규칙(商業登記取扱規則)〉이 개정되어 일본인 회사가 식민지 조선에 지점을 개설할 때 필요한 등기사항도 축소되었다. 이러한 결과 〈회사령〉의 존재는 사실상 유명무실해지게 되었다. 1917년 4월부터 1920년 4월까지 해산을 하라는 명령을 받은 회사가 없었다. 회사설립 신청 건수 423건 중 허가되지 않은 것은 2건에 불과했다. 결국 조선총독부는 1920년 4월 1일 제령 제7호를 발표하여 〈회사령〉을 폐지한다고 공포하였다. 이 법령은 공포 당일부터 시행되었다. 〈회사령〉이 폐지된 시점은 조선 산업이 조선총독부가 의도한 것만큼 재편이 마무리된 시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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