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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원 검은모루 동굴 유적

한반도의 가장 오래된 구석기 유적

미상

상원 검은모루 동굴 유적 대표 이미지

상원 검은모루 유적

문화유산 연구지식포털(국립문화재연구소)

1 개요

황해북도(옛 행정구역명: 평양시) 상원군 흑우리에 있는 검은모루 동굴 유적은 1966년부터 1970년까지 발굴되었다. 북한 국가지정문화재국보급 제27호이며, 3개의 층에서 동물 화석이 발견되었고, 1개의 층에서 석기가 출토되었다. 절멸된 동물 화석과 석기의 제작 수법을 바탕으로, 유적의 연대를 전기 구석기 시대 초에 해당하는 약 100만 년 전(북한 학계)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구석기 시대 유적 가운데 가장 오래된 유적으로 알려져 있다.

2 유적의 발굴 경위

검은모루 동굴 유적은 황해북도 상원군 흑우리에 자리한 우물봉(해발 117.58m)의 남쪽 비탈에 있는 석회암 동굴에 위치하고 있다. 동굴 앞 20m 아래로는 폭 2㎞의 저습 평원이 펼쳐져 있고, 이 평원 한가운데에 상원강이 가로지르고 있다. 우물봉 앞을 지나는 길에 묻혀 있다가, 유적 앞으로 흐르는 상원강의 강둑을 보강하는 제방 공사를 하기 위한 채석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이 동굴은 좁고 긴 모양이다. 그 천정 부분은 파괴되어 남아 있지 않은 상태로, 동굴 벽선 높이는 2m로 추정된다. 1966년~1970년 사이 사회과학원 고고학연구소가 동굴 길이 약 30m 범위 내에서 4개 구획으로 나누고, 모두 5개 지층을 발굴 조사하였으며, 동굴 내에서 다양한 종류의 동물 화석과 함께 석기가 출토되었다.

3 유적의 층위 및 출토 유물

4개의 구획 가운데 동굴에 쌓여 있는 퇴적층이 뚜렷하게 남아 있는 제3구획의 경우 크게 5개의 지층으로 나누어지며, 맨 위에 쌓인 종유석층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자갈 포함층으로 수성 퇴적의 성격을 지닌다. 동물 화석은 I층, III층, IV층에서 조사되었고, 석기는 IV층에서만 출토되었다.

제3구획 서쪽 부분에서 관찰된 퇴적층의 단면을 아래에서 위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Ⅰ층(두께 약 30~170㎝)은 가늘고 길쭉길쭉한 모래가 많이 섞인 돌처럼 굳어진 자갈 포함층으로 코뿔소, 사슴 등 동물 화석이 나왔다. Ⅱ층(두께 약 9~15㎝)은 아주 가는 노란 모래질 자갈 포함층으로 물에 쉽게 풀리며, 화석은 조사되지 않았다. Ⅲ층(두께 약 20~24㎝)은 가는 모래가 섞인 붉은 갈색의 자갈 포함층이고, 동물 화석이 드문드문 나왔다. Ⅳ층(두께 약 50㎝)은 붉은 갈색의 자갈포함층이며, 수많은 동물 화석이 무질서하게 흙과 서로 엉겨 굳어져 있었다. Ⅴ층(두께 약 10~20㎝)은 종유석이 섞인 층으로 구획에 따라 천장과 맞닿아 있었다.

유적에서 출토된 동물 화석은 구획별로 차이가 있다. 제1구획에서는 큰쌍코뿔소의 아래턱뼈 및 위팔뼈와 같이 큰 뼈 화석이 많이 나왔다. 제2구획에서는 큰쌍코뿔소의 이빨과 큰뿔사슴, 큰꽃사슴, 물소, 쥐토끼, 검은모루땅쥐의 뼈 등이 조사되었다. 제3구획에서는 집쥐, 산림쥐, 숲등줄쥐의 화석이 출토되었다. 작은 포유류의 대부분은 제3구획과 제4구획의 경계에서 나왔다. 대형 포유류 가운데 특기될 만한 동물들은 동굴곰, 상원큰점하이에나, 코끼리과 동물의 정강이뼈, 큰쌍코뿔소, 상원말, 큰멧돼지, 큰꽃사슴, 큰뿔사슴속, 원숭이 등이다.

이 유적에서 포유동물 7목 17과 23속 29종이 조사되었다. 그 중 작은 포유동물 12종 중 해리, 습들쥐, 간단이밭쥐, 큰갈밭쥐, 북쪽갈밭쥐, 상원갈밭쥐, 상원큰갈밭쥐 등 7종은 사멸종이며, 큰 포유동물 17종 중 원숭이, 코끼리, 큰쌍코뿔이, 상원말, 넓적큰뿔사슴, 상원큰뿔사슴, 물소, 젖소, 동굴곰, 짧은턱하이에나 등 10종도 역시 사멸종이다. 사멸종은 전체의 59%를 차지한다. 이 동물군의 전반적인 구성은 온대성 가운데서도 따뜻한 기후 또는 아열대성 동물군으로 볼 수 있으나, 해리 및 우는 토끼와 같은 한랭성도 일부 포함되어 있다.

습들쥐, 상원갈밭쥐, 상원말과 같은 제3기 지질 시대에 살던 동물 화석 등 사멸종의 비율 및 특정 동물의 존속 기간 등이 상호 비교되어, 검은모루 동굴유적의 동물상은 중국의 저우커우덴(周口店) 제1지점 동물상보다는 그 시기가 이른 화석으로 연구되고 있다. 물소, 원숭이, 큰쌍코뿔소, 코끼리 등 아열대 및 열대에 사는 동물 화석 등으로 미루어 볼 때, 당시 상원지방의 기후가 현재보다 현저히 덥고 습윤하며, 상원강의 수량도 비교적 많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리고 I층부터 IV층에 걸쳐 이루어진 꽃가루 분석 결과, 목본류(71.1~83.2%)는 초본류(8.0~19.4%)와 포자류(6.5~16.5%)에 비하여 우세하게 나타난다. 검은모루 동굴 유적의 퇴적이 형성될 초기 단계에는 목분류 중에서 침엽수(약 70%)가 우점종을 구성하고 있으며, 이 같은 양상은 당시 기후가 상대적으로 추웠음을 알려준다. 침엽수 종류가 우점종을 유지하는 현상은 III층까지 지속된다. 대체로 제4층 후반으로 가면서 활엽수가 상대적으로 많아지는 동시에, 따뜻한 기후를 좋아하는 화분과 포자 종류가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한편, 제4구획 IV층에 한정되어 석기가 출토되었다. 규질 석회암으로 만든 주먹도끼 모양 석기, 사다리꼴 석기, 뾰족끝 석기, 반달 모양 석기, 조각 석기 및 차돌로 된 망치 등 모두 6점이 조사되었다. 이들 석기는 때려내기(직접떼기) 또는 내리쳐깨기(모루떼기) 수법에 의하여 제작된 것으로 보고되었다. 그러나 검은모루 동굴 유적에서 출토된 석기들이 실제 인위적인 손질이 있는 석기인지는 많은 검증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보고된 사진으로 볼 때, 풍화를 많이 받아 석기의 상태가 불분명하고, 정확한 떼기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는 점에서 인간이 만든 석기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4 유적의 시기와 연대

검은모루 유적은 북한에서 가장 시기가 올라가는 구석기 시대 유적으로 알려져 있다. 원래 1969년 발굴중간보고에서는 습들쥐, 밭쥐, 상원큰뿔사슴, 넓적큰뿔사슴, 상원말 등 검은모루 유적의 동물 화석은 저우커우덴(周口店) 13지점 및 1지점 아래층과 비슷한 동물상에 대비되어, 유적의 형성 시기가 50~40만 년 전으로 보고되었다. 이후 시기를 60~50만 년 전으로 조금 올려 잡았고, 1980년대에 이르기까지 유적의 연대를 그와 같은 시기로 설정하였다. 현재 북한 학계에서는 검은모루 동굴 유적의 형성 시기를 약 100만 년 전의 전기 갱신세갱신세(更新世)는 약 260만 년 전부터 1만 년 전까지의 지질 시대를 말하며, 일명 빙하기(Ice Age)라고 한다로 설정하고 있다. 유적의 연대가 이와 같이 올라가게 된 이유는 전자스핀공명법(ESR)에 의해 943,825±21,802 BP(BP는 Before Present의 약자로 ‘years before present’, 즉 지금으로부터 몇 년 전을 의미한다)로 연대 측정된 만달리 절골 아래층에서 나온 동물 화석 보다 검은모루 동굴 유적에서 출토된 물소, 원숭이, 큰쌍코뿔소 등 아열대성 기후에 해당하는 동물 화석의 시기가 더 올라간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동물 화석과 더불어 출토 석기는 전기 구석기 시대의 모루떼기(내리쳐깨기), 직접떼기(때려내기) 기술로 제작된 것으로 보고되었고, 북한 학계에서는 아직까지 이러한 연대 설정이 변함없이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남한 학계에서는 현재 검은모루 동굴 유적의 연대 설정에 대한 많은 비판과 논쟁이 있다. 무엇보다도 먼저 유적에서 출토된 동물 화석에 대한 정확한 종 감정이 이루어져야 신뢰할 수 있는 연대 추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검은모루 동굴 유적을 중기 갱신세의 이른 시기로 잡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던 습들쥐뿐만 아니라 상원말과 상원큰뿔사슴의 종 감정과 시기 추정도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검은모루 동굴 유적에서 나온 물소, 원숭이, 큰쌍코뿔소 등의 화석은 이 유적이 아열대성 기후 조건 속에서 형성된 것으로 주장하는 데 이용되고 있고, 유적의 연대를 100만 년 전으로 상정하고 있다. 따라서 정확한 종 감정을 통한 동물군의 복원이 선행되고, 나아가 100만 년 전 같은 위도 상에 있는 동북아시아 지역의 자연환경이 어떠했는지 알 수 있다면, 상호 비교를 통해 북한 학계의 주장을 검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5 유적의 의의

1960년대 후반에 와서 북한에서 이루어진 구석기 시대 동굴 유적의 발굴은 한국 선사 문화의 내용을 더욱 풍부하게 하였다. 특히 1966~1970년에 걸쳐 조사된 검은모루 유적에 출토된 동물 화석과 석기는 제4기의 자연환경뿐만 아니라 구석기 시대 사람의 생활을 복원하는 데 필요한 좋은 자료가 되었다.

1960년대 후반 검은모루 동굴 유적에서는 동관진 유적, 장덕리 유적에 비해 종적 구성이 전혀 다른 동물 화석이 많은 양으로 출토되어 관심을 끌었다. 검은모루 동물상은 동관진의 경우보다 종적 구석이 다양하였고, 사멸종의 비율이 높았다. 검은모루 유적에서 산정된 사멸종의 비율은 그 후 다른 동굴 유적에서 조사된 동물 화석의 상대 연대를 정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되는 것으로 활용되고 있다. 동관진 유적의 동물 화석과 달리 검은모루 동굴 유적에서는 코끼리, 원숭이, 쌍코뿔소, 하이에나 등 따뜻한 환경에 어울리는 동물 화석이 출토되어. 갱신세 동안 우리나라 북부 전역에 걸쳐 자연환경의 변화가 적지 않게 일어났음을 알려주었다. 따라서 이 유적은 갱신세의 자연환경과 동물군의 분포를 밝힐 수 있는 중요한 유적으로 평가될 수 있다.

1963~1964년에 발굴 조사된 굴포리 유적의 구석기 시대 문화층과 더불어 검은모루 동굴 유적의 발굴 성과를 바탕으로, 북한에서는 우리나라의 구석기 시대를 전기, 중기, 후기로 나누는 3시기 구분의 기본 틀을 마련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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