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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석기 시대 석기

뗀석기에서 간석기로의 전환

미상

신석기 시대 석기 대표 이미지

고성 문암리 유적 출토 신석기 시대 석기

국립문화재연구소

1 개요

신석기 시대는 구석기시대와 비교할 때 여러 가지 면에서 다른 특징을 보인다. 정착 생활과 이를 위한 마을의 조성, 토기와 간석기를 비롯한 다양한 도구의 사용, 생업 기술의 발달에 따른 다양한 생계 방식이 나타난다.

석기의 제작과 사용에 있어서 신석기 시대와 구석기시대는 차이를 보인다. 구석기 시대는 석기의 종류가 단순하고 떼어진 소형 석기가 대부분인데, 신석기 시대는 생업과 생산 활동 방식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석기가 제작 사용되었다. 쓰임새에 따라 기능이 분화되거나, 새로운 종류가 만들어지기도 하였다.

신석기 시대 생업에 사용된 도구는 대부분 석기이다. 석기는 신석기 시대의 각종 유적에서 출토되는 유물 중에서 빗살무늬토기 다음으로 많은 양을 차지한다. 신석기 시대에는 지역 혹은 집단의 문화적인 특징에 따라 다양한 생업 활동이 전개되는데, 이를 위해서 여러 종류의 생업 도구와 기술이 필요하게 된다. 신석기 시대의 도구는 재질과 기능에 따라 석기, 뼈 도구, 조개 제품(貝器), 목기 등이 있다. 특히 이 중에서 신석기 시대를 통틀어 가장 널리 이용된 도구가 석기이다.

2 신석기 시대 석기의 석재 선택

신석기 시대 석기 제작에 사용된 석재는 자연과학적인 분석과 함께 주변 지질과의 비교를 통해 원산지와 유통 양상을 알 수 있다. 신석기 시대 석기의 암질은 천매암, 셰일, 혼펠스, 편암, 편마암, 안산암, 흑요석, 사누카이트 등으로 다양하다. 이 중 흑요석과 사누카이트 등은 주변에서 쉽게 획득할 수 없고, 백두산 또는 일본 규슈 지역 등 특정 장소를 원산지로 한다. 석기 제작은 대체로 유적 주변에서 출토되는 암질을 이용하는데, 석재의 물리적인 특성과 석기 용도에 따라 암질을 선정한다.

신석기인들이 석기 제작에 사용한 석재는 물리적 특성에 따라 크게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석질의 균질함이 동일하여 타격의 강도와 방향에 따라 석기가 깨어지는 양상이 일정한 석재인 유문암, 응회암, 흑요석 등으로 돌날 몸돌, 돌날, 뗀석촉, 찌르개, 돌톱 등에 주로 이용되었다. 즉 균질한 석질에 강도 역시 강하기 때문에 소형의 뗀석기 제작에 이용되었다. 대체로 신석기 시대 초창기 단계의 대부분의 석기가 이러한 석재로 제작되었고, 이후 시기에는 흑요석제 석기 등은 적은 수량만 확인된다.

두 번째는 사암, 천매암, 셰일, 혼펠스 등의 퇴적변성암계 석재이다. 이들 석재는 변성시킨 압력의 정도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층리면이 발달한 석재이다. 주로 석촉, 석창, 굴지구류, 돌칼 등 납작한 형태를 가진 거의 대부분의 석기 제작에 사용되었다. 이 암질은 석재가 층리면을 따라 평행으로 벗겨지기 쉬운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도구 형태가 납작하고 판판한 모습을 가지는 형태를 원했을 때, 적은 노동력으로 원하는 모습을 쉽게 만들 수 있었다. 그리고 강가에 자리한 유적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석재인데다가, 화산암계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강도가 약하기 때문에 갈기도 쉽다. 이 암질은 석기 제작의 효율성이 좋아, 신석기 시대 이른 시기 이후로 지속적으로 활용되었다.

마지막으로 단단한 석질의 편암, 편마암, 섬록암, 화강암, 안산암 등은 돌도끼, 갈돌, 갈판 등의 제작에 사용되었다. 편암류는 얇은 판 모양으로 쪼개지는 성질을 지니고 있고 입자가 작아 곱게 갈리고, 셰일에 비해 단단하여 오랫동안 쓸 수 있다. 그리고 돌도끼와 돌끌은 섬록암, 안산암 등이 주로 이용되었는데, 강도가 강한 심성암으로 층리가 없고 석질의 구성이 치밀하여 충격에 강하다.

이처럼 신석기 시대 석기를 제작할 때 석재 선택은 도구의 쓰임에 따라 제작의 용이성과 도구의 견고성을 염두에 두었는데, 이는 석재의 물리적 특성을 경험적으로 이해하여 석기 용도에 따라 선택하였음을 보여준다.

3 신석기 시대 석기의 제작 기술

신석기 시대 석기는 구석기시대에 보이지 않던 새로운 가공 기술이 도입되고 발전되면서 다양화된다. 석기의 제작은 석기의 종류와 집단의 문화적인 전통에 따라 여러 종류가 있으나, 일반적으로 눌러떼기, 두드려때리기, 갈기, 자르기 방법 등이 사용되었다. 석기 제작 기술 중에는 소형 석기의 날 부분을 만들기 위한 잔손질떼기와 갈기 등 후기 구석기의 기술적 전통을 갖는 기술도 있지만, 대부분 신석기 시대에 확립되고 발전한다.

석기는 사용 용도에 따라 제작자의 분명한 목적 의식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목적에 맞는 석재 선택, 효율적인 제작 기술 사용, 사용하기 편한 모양 선택 등의 행위가 개별 석기에 포함되어 있다.

유적에서 출토되는 모든 석기에는 인간 행위의 결과물로 재료 획득, 석기 제작, 사용, 폐기, 재가공, 재사용 등 일련의 순환적인 행위가 반영된 것으로, 석기 제작 도구와 부산물(몸돌, 격지, 부스러기, 망치돌, 숫돌, 모룻돌, 미완성 석기), 석기(뗀석기, 간석기), 운반되거나 변용된 돌 등을 포괄한다.

신석기 시대 석기 제작 기술에는 다양한 방법이 이용되었다. 이 중 간접떼기(간접 타격법)는 석재에 제작 도구를 직접 부딪쳐서 떼어내지 않고 연질 망치나 쐐기 같은 중간 매개체를 이용하여 떼어내는 방법이다. 이 기술은 직접 타격에 비해 타격 지점의 위치 선정과 정확성이 높기 때문에 일정한 두께와 모양을 가진 돌날과 좀돌날의 생산에 주로 이용된다. 신석기 시대에는 가장 이른 시기의 유적에서 확인된다.

직접떼기(직접 타격법)는 석재에 제작 도구를 직접 부딪쳐서 떼어내는 방법이다. 이 기술에 사용되는 도구는 물리적 특성에 따라 경질 망치와 연질 망치가 있고, 제작 방식에 따라 다양한 직접떼기 방식을 사용한다. 신석기 시대 직접떼기는 몸체를 마련하거나 형태를 잡기 위해 주로 사용되는 기술이다.

눌러떼기 또는 눌러다듬기(가압박리법)는 뿔이나 뼈 등의 비교적 무른 도구의 뾰족한 끝으로, 석기의 가장자리에 힘을 주어 다듬거나 잔손질을 하는 방법이다. 이 기술은 주로 중소형의 석기 제작에 주로 이용되는데, 고정 방법과 누르는 도구의 종류와 방식에 따라 다양하게 분류된다. 이 방법의 장점은 원하는 지점을 정확하게 떼어낼 수 있어 제작 실패율이 적다는 것이다.

신석기 시대 잔손질은 석기의 가장자리에서 깊이 1㎝ 미만으로 미세 조정하는 기술이다. 대체로 긁개, 작살, 밀개 등 소형 석기의 세부 조정에 주로 이용된다. 특히 석재의 성분이나 성질이 고루 같아서 하나의 물질 가운데 어느 부분을 취하여도 성분이나 성질이 일정하고 물질의 방향이 바뀌어도, 그 물리적 성질이 달라지지 않는 성질이 잘 발달된 흑요석제 석기에서 주로 관찰된다.

두드려때리기(고타기법)는 석기 겉면을 두드려서 표면을 고르게 하는 방법이다. 이 방식은 갈기 방법을 보조하는 기술로, 대부분의 간석기가 이 과정을 거치게 된다. 신석기 시대 석기 중 갈돌과 갈판, 공이, 돌도끼 등에서 흔적을 찾을 수 있다.

갈기(마연기법)는 각기 다른 석재의 마찰을 통해 겉면이 갈리면서 표면이 고르게 되는 방법이다. 이 기술은 일부 후기 구석기 시대의 유적에서 확인되지만, 본격적인 이용은 신석기 시대부터이다. 갈기의 종류는 숫돌의 크기와 사용 방식에 따라 휴대용 숫돌을 들고 대상물을 갈거나 바닥의 모룻돌 위에 고정하고 갈기도 한다.

자르기(찰절기법)는 석재를 직접 절단하는 방법으로, 석기의 양면에 긴 홈을 내고 자르는 도구를 사용하여 앞뒤로 왕복하면서 마찰을 통해 석기를 자르는 방법이다. 작업의 속도를 위해 홈에 모래를 넣거나 상하가 서로 엇갈리게 하여 작업하기도 한다. 신석기 시대에는 간돌도끼, 석촉, 결합식 낚시바늘 등에서 확인된다.

구멍뚫기(천공기법)는 자르기 방법에서 이용된 직선의 왕복 운동과 달리, 회전 운동을 통해 석기에 구멍을 뚫어내는 방법이다. 작살, 발화구 등에서 회전 마찰의 흔적이 관찰된다.

4 신석기 시대 석기의 종류와 생업

최종 빙하기가 끝나고 후빙기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한 신석기인들은 생존을 위해 수렵과 어로, 농경, 채집, 의례, 교역 활동 등으로 생업 영역을 확대하였다. 생업을 실현하기 위한 다양한 도구 중 신석기 시대에 가장 널리 이용된 도구는 석기이다.

생업 도구는 식량 자원을 획득하는데 1차적으로 직접 관계하는 생산 용구, 획득한 자원을 가공하거나 다른 활동 영역에 사용되는 각종 도구를 제작하는데 활용되는 가공구, 실제 생업에 관계하지 않고 의례적 혹은 정신생활과 관련된 비실용구로 나눌 수 있다.

생산 용구는 생업 영역에 따라 수렵구와 어로구, 채집·농경구로 나누어진다. 수렵구로는 먼 거리에서도 사냥을 할 수 있는 활과 화살, 근거리용인 창 등이 있다. 어로 활동에 관련된 대표적인 도구는 그물추, 결합식 낚싯바늘, 작살 등이 있다. 일부 대형 어류나 강치, 물개, 고래 등을 포획하기 위해서는 석창을 사용했을 것이다. 채집·농경구로는 땅을 일구거나 뿌리 식물 채집에 이용된 굴지구류와 곰배괭이, 수확용의 돌낫 등이 있다. 그 밖에 용도는 불확실하나, 원반형 석기도 채집, 농경과 관련된 도구로 추정된다.

가공구는 가공 대상의 성격에 따라 식료 가공(조리)구, 벌채 및 목재 가공구, 석재 가공구로 구분된다. 식료 가공구로는 갈돌, 갈판, 공이, 홈돌, 모룻돌, 떼어낸 석기(박편석기-긁개, 짜르개, 밀개), 돌칼, 돌톱 등이 있으며, 벌채 및 목재 가공구로는 돌도끼와 돌끌 등이 있다. 석재 가공구로는 숫돌, 석기를 자르는 석기인 찰절(擦切)석기, 망치돌 등이 있다.

비실용구로는 자료가 많지 않아 구체적인 종류와 성격은 알 수 없지만, 현재까지 조사된 자료로 보면 장신구와 의례구로 구분할 수 있다. 장신구는 귀걸이, 치레걸이, 팔찌 등이 있으며, 의례구로는 사례가 적지만 춘천 교동 유적에서 출토된 실제 사용이 어려운 큰 간돌도끼가 의례 행위와 관련된 도구로 추정되는 정도이다.

이상과 같이 신석기 시대 석기는 제작 방법과 기술, 형식적인 특징, 용도와 기능에 따라 다양한 종류로 구분된다. 그러나 생업 유형별로 분류된 석기는 반드시 특정한 기능과 용도에 한정되지 않으며, 갈판을 발화구로, 수렵에 이용되는 석창과 석촉을 어로구로, 식료 가공용 공이를 석기 제작용 망치돌로 전용하는 등 생업 환경과 필요에 따라 적절히 혼용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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