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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

우리나라 약재를 사용하여 처방을 내리다

1433년(세종 15)

향약집성방 대표 이미지

향약집성방

국가문화유산포털(문화재청)

1 개요

『향약집성방』은 1433년(세종 15) 집현전 직제학 유효통(兪孝通), 전의정(典醫正) 노중례(盧重禮), 전의부정(典醫副正) 박윤덕(朴允德) 등이 1년 넘게 작업하여 편찬한 의서이다. 1399년(정종 1) 간행된 『향약제생집성방』을 기본으로 하면서 향약의 방문들을 추가 수집하고, 분류∙첨가하여 침구법(針灸法,), 향약본초(鄕藥本草), 포제법(炮製法) 등 85권 30책으로 구성하였다. 같은 해 8월 전라도·강원도에서 나누어 간행하였다. 그 뒤 1478년(성종 9)에 복간하고, 1633년(인조 11)에 훈련도감 소활자로 다시 인쇄했다.

『향약집성방』은 국산 약재와 중국산 약재의 품종, 명칭, 약성 등을 비교 연구하였고, 같은 품종인데 지역에 따라 약성이나 이름이 다른 경우, 같은 이름으로 불리지만 다른 품종인 경우 등을 바로잡았다. 또한 향약의 분포 및 생산 실태를 기록하여 약재 수급에 편리하도록 했다.

2 고려 말과 조선 초의 향약 관련 의서

향약(鄕藥)은 우리 땅에서 자란 약초를 중국의 당약(唐藥)과 대비하여 지칭하는 말이다. 이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한 의서는 『향약집성방』에 인용된 문헌 중 하나인 『향약고방(鄕藥古方)』인데, 이 책은 현재 남아있지 않다.

『향약집성방』 간행 이전 향약 관련 의약 서적은 여러 편이 있는데, 지금까지 전해지는 가장 오래된 문헌은 『향약구급방』이다. 이 책은 13세기 대장도감(大藏都監)에서 간행되었는데, 현재 전해지는 판본은 조선 태종대에 다시 간행한 것이다. 『향약구급방』은 향약으로 병을 치료하는 방문(方文)을 모아놓은 책으로서 약재나 질병의 한자 표현은 우리말을 차자(借字)로 기록하여 일반 백성도 쉽게 알 수 있게 하였다. 상권은 식독(食毒), 육독(肉毒), 균독(菌毒), 백약독(百藥毒), 졸사(卒死) 등, 중권은 정창(丁瘡), 동창(凍瘡), 대소변불통(大小便不通), 임질(淋疾), 이병(耳病) 등, 하권은 부인잡방(婦人雜方), 소아잡방(小兒雜方), 중풍(中風), 두통(頭痛) 등으로 구성되었다.

고려 말에 권중화(權仲和)가 저술한 『향약간이방』은 현재 전해지지는 않지만, 『향약집성방』의 서문(序文)을 비롯하여 풍병(風病)·학질(瘧疾)·부인과 등의 병문(病文)에 인용되어 있다. 『향약집성방』의 모태가 되는 문헌이기도 하다. 『향약간이방』은 여러 책의 방문을 초록하여 편집하고, 우리나라 사람들의 경험방을 더해 간행되었다. 이외에 고려 말 향약 관련 서적으로 『본조경험방(本朝經驗方)』, 『동인경험방(東人經驗方)』 등이 있다.

조선 건국 이후에는 백성을 구제하기 위해[濟生] 향약 처방을 집대성한 『향약제생집성방(鄕藥濟生集成方)』이 편찬·간행되었다. 1397년(태조 6) 8월에 제생원(濟生院)이 설치된 후 1년 남짓한 기간에 편찬과 인쇄를 진행하였다. 뒤에는 『우마의방(牛馬醫方)』을 덧붙였다. 권근이 지은 서문에 따르면, 기질∙풍속∙음식에 차이가 있듯이 약 처방이 중국과 같을 필요가 없고, 쉽게 구할 수 있는 향약으로 효과가 입증된 처방들을 수록한다고 하였다.

『향약제생집성방』의 경우는 『향약집성방』의 저본(底本)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전의감 제조 황자후(黃子厚)는 『향약제생집성방』의 질병 설명이 복잡하고 약재 독성과 환자 상태를 따지지 않아 엉성하다는 비판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러한 비판적인 언급이 나온 시점은 『향약집성방』이 완성되기 10일 전이었다. 즉, 위와 같은 황자후의 언급은 『향약집성방』이 『향약제생집성방』의 한계를 극복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3 『향약집성방』의 편찬 배경과 과정

세종 즉위 이후 향약의 효능과 사용에 대한 관심은 더욱 고조되었다. 우선 세종부터 의술에 매우 밝았다. 그는 다리 통증, 등 부종, 안질, 족질, 소갈증, 임질 등 각종 질병에 시달렸는데, 자신이 직접 질병에 대한 처방을 낼 정도였다. 이러한 의료 행위는 백성에게도 점차 보편화되었고, 향약의 수요도 증가했다.

향약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향약재에 대한 연구와 약재별 월령(月令)에 대한 정리가 이루어졌다. 우선 1421년(세종 3)에 명에 사신으로 가는 최윤덕(崔潤德), 황자후에게 우리나라에서 나지 않는 중국 약을 구해오게 했고, 1423년(세종 5) 명에 노중례를 파견하여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약재와 중국의 약재를 비교·분석하여 약성이 인정되는 종자를 얻어오게 하였다. 그리고 『신찬팔도지리지(新撰八道地理志)』(현재 『경상도지리지』만 전해지고 있음)를 편찬하면서 각 지역에서 산출되는 약재가 조사되었다. 『경상도지리지』에는 군현별로 각기 산출되는 약재명이 기록되어 있다. 1431년(세종 13) 유효통·노중례·박윤덕 등이 간행한 『향약채취월령』에는 향약의 채취 시기와 특징이 실렸다.

유효통 등은 1431년 가을부터 1433년 6월까지 1년여의 기간 동안 행해진 『향약집성방』의 편찬에도 참여하였다. 서문을 쓴 권채(權採)는 “구증(舊證)은 338가지인데, 이제는 959가지가 되었다. 구방(舊方)은 2,803가지인데, 이제는 10,706가지가 되었다. 거기에 침구법 1,476조와 향약 본초 및 포제법을 붙여서 합해 85권을 만들어 올린다.”고 정리하였다.

이와 같이 『향약채취월령』과 『향약집성방』의 편찬은 비슷한 시기에 같은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졌다. 노중례만 하더라도 『향약집성방』, 『향약채취월령』, 『태산요록(胎産要錄])』의 저자이자 『의방유취(醫方類聚)』를 감수한 의학의 권위자였기 때문에, 노중례와 같은 사람들에 의해서 의서 편찬이 주도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어쨌든 전체적으로 향약에 대한 연구, 개발의 흐름을 보면, 지역별 조사(지리지), 시기별 조사(월령)이 이루어지는 가운데 종합적인 향약 이론서로서 『향약집성방』이 편찬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4 『향약집성방』의 구성과 내용

『향약집성방』은 1천 종에 가까운 병증과 1만 종이 넘는 방문(方文). 1416조의 침구법, 한약본초, 포제법 등을 포함하는 종합 향약 의학 서적이다. 총 85권에는 세종대까지의 의학적 치료 경험과 민간 의약에서 활용했던 향약을 병문(病門) 57개로 분류하였다. 각 병문과 권수는 다음과 같다.

풍문(風門, 권1~4), 상한문(傷寒門, 권5~8), 열병문(熱病門, 권9), 서문(暑門, 권9), 습문(濕門, 권9), 적열문(積熱門, 권10), 학병문(瘧病門, 권10), 각기문(脚氣門, 권11), 요통문(腰痛門, 권12), 곽란문(霍亂門, 권12~13), 현훈문(眩暈門, 권13), 제허문(諸虛門, 권14), 경계문(驚悸門(권15), 허손문(虛損門, 권15), 노채문(勞瘵門, 권16), 삼소문(三痟門, 권16), 수병문(水病門, 권17), 황병문(黃病門, 권18), 대소변문(大小便門, 권19~20), 제임문(諸淋門, 권20~21), 제산문(諸疝門, 권21), 적취문(積聚門, 권22), 심통문(心痛門, 권23), 제해문(諸咳門, 권24~25), 제기문(諸氣門, 권25), 담음문(痰飮門, 권25), 구토문(嘔吐門, 권26), 열격문(噎膈門, 권26), 비위문(脾胃門, 권27), 고독문(蠱毒門, 권27), 비뉵문(鼻衄門, 권28~29), 두문(頭門, 권29~30), 안문(眼門, 권30~32), 이문(耳門, 권33), 비문(鼻門, 권33), 구설문(口舌門, 권34), 치아문(齒牙門, 권34~35), 인후문(咽喉門, 권36), 제리문(諸痢門, 권37~38), 치루문(痔漏門, 권39), 옹저창양문(癰疽瘡瘍門, 권40~47), 타박상손문(打撲傷損門, 권47~48), 제손상문(諸損傷門, 권48~49), 충수상문(蟲獸傷門, 권49~51), 중제독문(中諸毒門, 권51~52), 제구급문(諸救急門, 권53), 조경문(調經門, 권54), 붕루문(崩漏門, 권54), 부인제병문(婦人諸病門, 권55~56), 여음문(女陰門, 권56), 구사문(求嗣門, 권57), 태교문(胎敎門, 권57), 임신질병문(姙娠疾病門. 권58~60), 좌월문(坐月門, 권61), 산난문(產難門, 권61~62), 산후문(產後門, 권63~66), 소아문(小兒門, 권67~75) 등이다. 그리고 뒤에 유보(補遺, 권75), 향약본초개론(鄕藥本草槪論., 권76), 향약본초각론(鄕藥本草各論, 권77~85)이 이어져 있다.

책의 전체 구성은 총론과 각론으로 되어 있다. 우선 총론에서는 처방 구성과 약 만드는 방법, 약을 먹는 방법, 약의 용량과 205종의 한약재의 법제 방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였다.

각론에서는 우리나라 한약재를 기본으로 하여 광물성 한약재 105종, 식물성 한약재 가운데에서 뿌리와 전초를 쓰는 약재 189종, 껍질과 진·열매를 쓰는 약재 65종, 과실류의 약재 27종, 짐승을 기본으로 하는 동물성 약재 130종, 벌레와 물고기 약재 80여 종을 상·중·하품으로 나누었고 그 밖에 곡식류 약재 36종, 채소류 약재 42종 등 694종의 약재를 10부로 나누었다. 개별적인 한약들은 약 이름과 향명(鄕名)을 밝히고 약의 성미, 효능, 적응증, 채취시기, 가공법제 방법, 배합 금기 등 여러 문헌 자료들을 인용 대비하여 비교적 내용이 풍부하다.

5 『향약집성방』의 특징

『향약집성방』의 특징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중국산 수입 약재와 대조하는 검증 작업을 거쳐 향약의 이용을 확대했다. 물론 이전에도 향약의 확대 양상은 나타났지만, 이론적 뒷받침이 없는 상황에서 사용에 일정한 한계가 있었다. 『향약집성방』의 편찬을 계기로 병증이나 처방이 세분화될 수 있었다.

기존 중국과 우리나라의 의서가 대거 인용되어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조선시대 대부분의 문헌이 전거를 밝히고 있듯이, 『향약집성방』도 많은 출전이 있어 당대까지 의학 발전의 흐름을 살피는 것이 가능하다. 게다가 일부는 『의방유취』에도 나와 있지 않다. 『향약집성방』을 만드는 데 기여한 여러 의서들을 통해 고려 의학의 발전 과정을 파악할 수 있다.

『향약집성방』은 종합 의방서이다. 모든 질병을 57종으로 나누고, 각 조목별로 병론과 방약을 출전과 함께 기록하였다. 현대 의학적인 분류와는 차이가 있지만, 내용상 내과, 외과, 이비인후과, 안과, 산부인과, 소아과, 치과 등에 해당하는 질병이 모두 망라되어 있다. 각 질병으로 구분되어 있어서 실제 활용에도 편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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