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02권 배움과 가르침의 끝없는 열정
  • 제2장 조선시대의 배움과 가르침
  • 1. 성균관
  • 학생의 학습 활동
  • 교육의 내용과 목표
이승준

조선은 건국 초부터 학교 교육에 관심을 많이 기울였다. 태조는 즉위 교서에서 고려 때의 좌주 문생(座主門生)에 의한 과거 제도의 폐단을 고치게 하면서, 중앙에는 국학을 설치하고 지방에는 향교를 두어 인재를 육성하라고 강조하였다.86)『태조실록』 권1, 태조 원년 7월 정미. 이때 육성해야 할 인재의 기준을 ‘경의(經義)에 밝고 덕행을 닦은 사람’으로 제시하였다. 즉, 사서오경의 내용과 의미에 대한 지식을 갖추어야 할 뿐 아니라 덕행을 닦은 윤리적인 사람을 기르는 것을 학교 교육의 목표로 제시한 것이다. 정도전이 ‘학교는 교화의 근본으로써 인륜을 밝게 하고 인재를 양성하는 곳’이라고 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87)『삼봉집(三峰集)』 권7, 『조선경국전(朝鮮經國典)』 학교.

학교 교육을 통해서 어떤 능력과 자질을 갖춘 사람을 기르려고 하였는지에 대해서는 1392년(태조 1)에 도평의사사(都評議使司)에서 올린 다음 자료에 잘 나타나 있다.

각 도에서 ①경의에 밝고 행실을 닦아서 도덕을 겸비하여 사범(師範)이 될 만한 사람, ②식견이 시무(時務)에 통달하고 재주가 경제(經濟)에 합하여 사공(事功)을 세울 만한 사람, ③문장에 익고 필찰(筆札)을 전공하여 문한(文翰)의 임무를 담당할 만한 사람, ④형률과 산수(算數)에 정통하고 행정에 통달하여 백성을 다스리는 직책을 맡길 만한 사람, ⑤모계(謀計)는 도략(韜略)에 깊고 용맹은 삼군(三軍)에 으뜸가서 장수가 될 만한 사람, ⑥활쏘기나 말타기에 익숙하고 봉술(棒術)과 석척(石擲)에 능하여 군무(軍務)를 담당할 만한 사람, ⑦천문·지리·복서(卜筮)·의약(醫藥) 등 혹 한 가지라도 기예(技藝)를 전공한 사람을 자세하게 방문하고 재촉하여 조정에 보내어서, 발탁·등용하는 데 대비하게 하소서.88)『태조실록』 권2, 태조 원년 9월 임인.

특히, 최고 교육 기관으로서 성균관에서 육성해야 할 인재는 첫째, 경서에 밝고 행실이 훌륭하며 도덕을 겸비하여 사범이 될 만한 자. 이는 바로 성리학을 통치 이념으로 하는 조선 왕조의 통치 이념상 당위적으로 요구되는 인간형이다. 둘째, 나랏일에 대한 해결 방안이 있고 능력도 갖추어서 업적을 세울 만한 자. 이는 불교적 통치 이념의 국가에서 성리학적 통치 이념의 국가로 전환하는 데 따른 민생 안정, 사회 질서 유지, 부국강병 등의 여러 가지 당면 문제와 갈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경세적(經世的) 인간형이라 볼 수 있다. 셋째, 문장에 익숙하고 글씨와 서찰에 능하여 문한을 책임질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자. 이는 중국에서 보내온 외교 문서를 다루고 중국 사신과 교섭하기 위하여 현실적으로 필요한 인간형이라 볼 수 있다. 성균관의 교육 목표는 이 세 가지 인간형, 즉 경학에 밝고 행실이 바르며, 시무에 밝고, 문장에 능한 인간을 길러 배출하는 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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