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03권 거상, 전국 상권을 장악하다
  • 제2장 시전 상인의 조직과 도성 문화
  • 4. 시전의 조직과 영업 구조
  • 도중의 운영
  • 상벌의 시행
고동환

시전의 도중은 자신이 지켜야 할 입의(立議)나 완의(完議) 같은 규약을 만들어 이를 지키지 않은 자들을 처벌함으로써 조합의 규율과 질서를 유지하려 하였다.34)『입전완의문서(立廛完議文書)』, 『입전입의(立廛立議)』, 『입전완의의의해석(立廛完議疑義解釋)』(李能和, 「李朝時代京城市制」, 『稻葉博士還曆紀念滿鮮史論叢』, 1938) ; 『지전입의(紙廛立議)』 奎古 5129-64 ; 『도자전완의(刀子廛完議)』(미국의 UC 버클리 동아시아도서관 아사미 컬렉션 소장 자료). 시전에 부과된 각종 역을 매우 훌륭하게 수행했을 경우 상첩도 수여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시전을 대표하여 의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사소한 잘못을 저질러 정부 관서의 처벌을 받은 경우에도 개인의 비리로 처벌받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전체 시전 도중 차원에 보상하는 뜻에서 상첩을 수여하기도 하였다. 상첩은 도중에서 개인 조합원의 노고에 대해 금전적으로 보상하는 것이었다. 이와 같은 시전 도중의 상벌 규정을 살펴보면, 시전 도중의 질서는 금전적인 보상이나 벌금을 통해 유지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상벌 규정도 시전에 따라 달랐다.

입전의 처벌 규정은 크게 맹문시행형(盟文施行刑)과 벌금형인 벌분형(罰盆刑)으로 구분된다. 맹문시행의 처벌은 기인자시행(其人子施行), 중인자 시행(衆人子施行), 모모등물시행(某某等物施行)으로 구분되는데, 기인자는 남의 자식, 중인자는 부모 모르는 자식, 모모등물은 개새끼·말새끼의 뜻으로서 규약을 위반한 자들에게 도덕적 수모를 안겨줌으로써 처벌하는 조항이다. 한편 벌분은 1분(盆)에서 5분까지 구분되어 5냥에서 25냥의 벌금형을 부과하였다. 맹문시행형과 벌분형이 동시에 부과되는 경우도 있었다.

입전 도중에서는 분세(分稅)를 납부하지 않은 도원을 제대로 처벌하지 않은 의임, 대행수에게 공손하지 않은 도원, 도중의 사무실인 도가를 사사로이 열고 닫는 자에게 맹문시행형을 가하였으며, 선생이 천인과 혼인하여 낳은 사람에 대해 가입을 허락한 의임에게는 기인자시행형을, 대행수 차출 시 개인적인 부탁을 받고 투표한 자나, 대행수 후보가 표를 구걸하거나 후보 자신이 본인에게 투표한 자들에게는 중인자시행형과 함께 15냥의 벌금을 부과하는 벌삼분형(罰三盆刑)을 병과(倂科)하였다.

벌금형의 대상이 되는 행위로서 가장 무거운 처벌은 분세(分稅)를 납부하지 않은 도원에 대한 형벌로 25냥을 부과하는 벌오분형(罰五盆刑)이었다. 입전 도중에서는 분세를 납부하지 않은 당사자뿐만 아니라 분세를 납부하지 않은 도원이 소속된 방(房)의 우두머리와 이웃한 도원들에게도 5냥의 벌금인 벌일분(罰一盆)을 부과하였다. 도원의 의무를 다하지 못하면 당사자를 매우 엄격하게 처벌함과 동시에 그 주위의 동업자들에게도 연대 책임을 물은 것이다. 이처럼 연대 책임을 묻는 것은 시전 도원들이 혈연적인 관계를 기초로 조직되었기 때문이다. 대행수에 뽑혔지만 이를 기피하는 자, 대방의 월말 문서 작성 때에 회계를 규정대로 집행하지 않은 의임들은 10냥의 벌금을 부과하는 벌이분형(罰二盆刑)으로 처벌하였다.

도자전에서는 물례(勿禮), 상벌(上罰), 손도(損徒), 삭명손도(削名損徒), 영출(永黜), 영물(永勿) 여섯 가지로 도원의 잘못을 처벌하였다.

물례는 회의 때 지각한 도원에게 부과되는 처벌로 벌금 4냥과 영업 정지 1일이 병과되었다. 상벌은 방세(房貰)와 분세를 3일 내에 납부하지 않은 도원이나 새로 뽑힌 소임 가운데 아무런 이유 없이 이를 기피한 자에게 부과한 형벌로, 벌금 6냥과 영업 정지 3일이 병과되었다. 손도는 시전 도중에서 모든 도원들에게 회람하는 공문을 혼자 오래 지녀 회람을 방해한 도원에게 부과하는 형벌로 벌금 10냥과 영업 정지 10일이 병과되었다.

삭명손도는 도원의 명부에서 이름을 삭제하는 형벌인데, 도중의 삼소임에게 공손하게 대하지 않은 도원, 회람하는 공문을 분실한 도원, 소임의 업무 인수인계를 3일 내에 수행하지 못한 소임에게 부과하였다. 이 경우에는 벌금 20냥과 영업 정지 10일이 병과되었다. 영출은 아무런 이유 없이 직무에 소홀한 소임, 영업 정지 중인 도원의 영업 정지를 사사로이 해제하여 다시 영업을 재개시킨 좌상(座上), 소임 앞에서 술에 취해 행패를 부리는 도원, 소임의 업무 인수인계 때에 금전과 물품을 누락시킨 자, 분전을 납부하지 않은 도원 등에게 부과하는 형벌로 벌금 30냥과 영업 정지 20일이 병과되었다.

가장 무거운 형벌인 영물은 매년 봄가을에 3냥씩 납부하는 재전(齋錢)을 납부하지 않은 도원, 대행수 등 도중의 어른 앞에서 말을 함부로 하는 도원, 술을 마시고 행패를 부리는 도원에게 부과된 형벌로 벌금 50냥과 영업 정지 30일이 병과되었다.

도자전에서는 입전과 달리 맹문시행의 처벌은 없었으며, 모든 처벌은 일정 기간의 영업 정지와 동시에 벌금형으로 이루어졌다.

이와 같은 시전 도중의 처벌 규정을 보면, 대부분 도덕적 규범을 어기거나 회의에 불참한 자, 업무 인수인계에 충실하지 못한 자, 방세·분세·재전 등의 도중 납부 의무를 어긴 자에 대한 처벌이 주를 이루었으며, 모든 처벌은 벌금형의 성격을 띰으로써 시전 도중이 경제적 이익을 도모하는 이익 집단이라는 면모를 잘 드러내고 있다.

한편 도원에게 부과된 임무를 잘 수행하거나 어려운 물품의 구입에 공이 큰 자에 대해서는 상첩을 발급하여 보상하였다. 면주전의 문서인 『각항 상안(各項賞案)』에 나타난 사례를 보면, 면주전에 부과된 각종 역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정부 관서에서부터 죄를 입어 처벌을 받거나 도가의 건축에 공이 큰 사람, 면주전에서 얻기 어려운 백토주(白吐紬)를 구입하여 면주전 도중에 납부한 자 등에 대해서 금전적으로 보상하고 있다.

보상 액수는 2냥에서 20냥 내외였고, 이 상금은 직접 현금으로 지불되기보다는 상첩을 받은 이후 본인이나 자서제질(子壻弟姪) 중에 시행수, 십좌 등으로 승진할 때 내야 하는 예전을 감해주는 조치 등으로 보상되거나 신판래인의 추천에도 효력을 지녔다. 상첩은 첨위공론(僉位公論)이라는 도중 주요 간부들의 동의를 얻어 내렸으며, 일부는 상첩을 부여하는 규약인 입장(立章)에 근거하여 내리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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