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08권 화폐와 경제 활동의 이중주
  • 제4장 일제 강점기의 화폐
  • 2. 은행권 발행과 도안
  • 한국은행권, 식민 지배의 왕충재로서 한국 건축물
정병욱

한국은행은 일본 대장성 인쇄국에 의뢰하여 일제 강점 직후인 1910년 12월 1원권과 이듬해 8월 5원권, 10원권 등 세 종류의 은행권을 발행하였다. 1908∼1909년 제일은행권과 비교해 보면 한국은행권은 제일은행권의 원판(原版)에 일부 수정하여 발행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명칭, 행장, 발행 근거, 태환 규정은 바뀌었으나 중심 도안은 그대로 사용되어 1원권은 화홍문(華虹門), 5원권은 광화문, 10원권은 주합루(宙合樓)가 인쇄되었다. 1905년 이전의 제일은행권은 제일은행장 시부사와 에이이치(澁澤榮一)의 초상이 도안된 반면 1908년과 1909년의 제일은행권은 도안이 한국의 대표적인 건축물로 바뀌었다. 이는 제일은행권에 대한 한국인의 거부감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식민지 중앙은행으로 출범한 한국은행도 은행권 도안에 이러한 한국적 소재를 그대로 원용하였다. 1905년 이후 일제는 한국인의 저항을 누르고 식민 체제를 정착시키기 위해 부심하였다. 제일은행권과 한국은행권의 한국 건축물 도안도 일본의 한국 지배를 연착륙시키기 위한 방편이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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