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09권 옷차림과 치장의 변천
  • 제5장 전통 사회의 패션 리더들
  • 2. 유행 스타일은 누가 어떻게 만들었을까
  • 너도 나도 춘향이처럼
이민주

조선 후기는 문화 예술의 향유층이 기존의 사대부 계층에서 서민층에까지 확대되고, 예술 전반에 걸쳐 아래로부터의 창조가 다채롭게 구현되던 시기이다.279)조동일, 『한국 문학 통사』, 지식산업사, 1984.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긴 서민들의 문화적인 욕구가 문예 활동 전반에 반영되어 조선 후기 서민들의 문예 활동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였다. 이러한 경향은 문학과 미술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문학에서는 위항(委巷) 문학, 소설, 판소리 사설이 발달하였고, 미술에서는 진경산수화, 풍속화, 민화가 성행하는 등 문예 전반에서 변화 양상이 나타났다. 이러한 변화의 주축을 이루었던 계층은 중인 내지는 서민들로 예술의 주체가 사대부 계층에 머물지 않고 중인·서민에게까지 확대되었다. 이들 문예 작품에서는 주로 서민들의 생활상과 정서가 반영되었다.280)임형택, 「위항 문학과 서민 문학」, 『한국학 연구 입문』, 지식산업사, 1981, 321∼322쪽.

판소리에서는 전반적으로 서민들의 신분 상승에 대한 욕구가 표출되었다. 춘향가에서의 춘향, 심청가에서의 심청, 흥부가에서의 흥보, 수궁가에서의 토끼가 그러하다. 아울러 판소리에는 서민들의 사회 비판 의식이 잘 나타나 있다. 토끼전에는 지배층의 무능과 모순된 정치 현실에 대한 풍자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흥부전에는 빈부 양극화 현상의 심화, 신분제의 동요, 상품 화폐 경제의 발달, 지배층의 부패와 유랑배의 폐해 등 당시의 사회상이 반영되어 있다. 판소리에 나타나는 이와 같은 신분 상승이나 비판 의식은 부를 통해서 신분 상승을 이룩할 수 있었던 서민들의 시각이 표현된 것으로 당시 서민들의 욕구와 부합하는 내용이었으므로 크게 인기를 얻을 수 있었다.281)최진옥, 「서민층의 변화」, 『한국사』 34, 국사편찬위원회, 1995, 122∼129쪽.

“홍상 자락을 에후루쳐 세류 흉당의 딱 붙이고 초마 자락을 훨싱 추워다 턱 밋트 딱 부치고”와 같이 춘향전의 춘향이 치마 입은 모습을 상상해 보자. 이 모습은 신윤복의 풍속화에 나오는 기생들의 치마 착장법에서 보는 바와 같이 하후상박형의 유행 스타일과 같은 실루엣이다. 당시 여인들 의 속내에 춘향이와 같은 차림새를 하고 자신들의 자태를 한껏 뽐내고자 하는 욕망이 왜 없었겠는가?

그렇다면 「한양가」에서 표현하고 있는 최고의 치장을 보자.

얼음 같은 누른 전모 자주 갑사 끈을 달고 구름 같은 허튼머리 반달 같은 쌍얼레로 솰솰 벗겨 고이 빗겨 편월 좋게 땋아 얹고 모단 삼승 가리마를 앞을 덮어 숙여 쓰고 산호잠 밀화비녀 은비녀 금봉채를 이리 꽂고 저리 꽂고 도리불수 모초단을 옷저고리 지어 입고 양색단 속저고리 갖은 패물 꿰어 차고 남갑사 은조사며 화갑사 긴치마를 허리 졸라 동여매고 백방수주 속속곳과 수갑사 단속곳과 장원주 넓은 바지 몽고 삼승 겉버선과 안동 상전 수운혜를 맵시 있게 신어 두고 백만교태 다 피우고…….

여기에서 여인의 아름다운 자태는 물론 산호잠, 밀화비녀, 은비녀, 금봉채의 머리 장신구, 도리불수 모초단, 양색단, 남갑사, 은조사, 화갑사, 백방수주, 수갑사, 장원주 등 각종 비단류, 그리고 곱게 꾸민 신발에 이르기까지 여인들이 가장 갖고 싶어하고, 입고 싶어하는 것들의 집합체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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