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09권 옷차림과 치장의 변천
  • 제5장 전통 사회의 패션 리더들
  • 4. 조선의 멋쟁이, 별감
  • 눈에 띄는 주황 초립
이민주

초립(草笠)은 관례를 치른 소년이 쓰는 갓으로 흑립(黑笠)이 보편화되기 전까지 선비와 서인들의 일반적인 관모였다. 그러나 흑립이 유행하게 되자 초립은 별감 등 하례의 특징적인 관모가 되었다. 모자는 신분제가 강력히 유지되는 전통 사회에서 사회적 신분을 상징하는 매우 중요한 품목 중의 하나였다. 1560년(명종 15)에 쓴 “별감은 황립을 썼으니 많은 사람 속에 섞여 있다 한들 누가 알지 못하겠는가.”315)『명종실록』 권11, 명종 6년 7월 경자.라는 글을 통해서도 모자를 통하여 개인의 신분이 다른 사람에게 즉시 인지되고 다른 사람의 사회적 신분을 바로 확인할 수 있는 특장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대궐 밖으로 행차할 때 착용하는 초립의 주황색은 활기차고 즐거운 인상을 주는 색으로 개방적인 느낌이 강하다. 게다가 채도가 높아 어디서나 눈에 띄게 마련이고, 교외 행사 때 긍정적인 기분을 만들어 준다. 이에 별감의 상복에 해당하는 주황 초립은 왕의 어가를 호위할 때 행사의 성대함 을 과시하고 즐거운 분위기를 연출하여 행사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하기에 충분하였을 것이다.

「한양가」에서 볼 수 있듯 초립을 쓰기 위한 머리 장식도 대단하다.

편월 상투 밀화 동곳 대자 동곳 섞어 꽂고

곱게 뜬 평양망건 외점박이 대모관자

상의원 자지팔사 초립 밑에 팔괘 놓고

남융사 중두리에 오동 입식 껴서 달고

손뼉 같은 수사 갓끈 귀를 가려 숙여 쓰고.

맨 먼저 머리의 장신구로는 동곳을 들 수 있다. 동곳은 머리를 감발하여 상투를 튼 후 상투가 풀어지지 않도록 고정시키기 위한 장신구이다. 윗부분은 반구형이고 밑은 약간 굽었거나 똑바른 것, 말뚝같이 생긴 것 등이 있다. 양반층에서 사용한 동곳은 금, 은, 옥, 밀화, 호박, 마노, 비취, 산호 등으로 만들었다. 별감이 밀화 동곳을 하였다는 것으로 보아 그들의 호사를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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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곽쟁웅의 별감
유곽쟁웅의 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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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투를 튼 후에는 머리카락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망건을 치는데 이 역시 장식품이다. 망건의 재료는 말총이다. 망건의 명산지 중 한 곳인 평양에서도 곱게 뜬 망건은 값이 비쌌다. 이 고급 망건은 직사각형으로 엮어 만드는데 윗부분을 당, 아랫부분을 편자라 하며 망건에 달아 상투에 동여매는 줄을 당줄이라 한다. 망건을 쓰는 법은 윗당줄을 당에 꿰어 뒤에서 졸 라 상투에 매고 아랫당줄을 편자의 양쪽 끝에 달아서 좌우 당줄을 맞바꾸어 편자의 귀 닿는 곳에 달린 관자를 꿰어 다시 망건 뒤로 가져다 엇걸어 매고 두 끝을 상투 앞으로 가져와 동여맨다.

관자는 당줄을 걸어서 넘기는 구실을 하는 것이지만 재료에 따라 신분을 표시하였다. 당하 3품 이하 서인까지는 대모(玳瑁), 양각, 소 발굽의 소권을 사용하였으며, 서인 중 호사하는 자는 호박이나 명박을 사용하는 사람도 있었다.316)김영숙, 『한국 복식 문화 사전』, 미술 문화, 2004, 148∼149쪽. 별감이 쓴 대모관자는 바다거북의 등딱지로 만든 관자로 다갈색 바탕에 불규칙한 얼룩무늬가 있는 일반적인 것과 달리 외점박이가 있는 특별한 무늬를 가지고 있다.

신윤복의 유곽쟁웅(遊廓爭雄) 중 별감의 초립에서 보는 바와 같이 초립의 모양은 양태가 좁고 가장자리가 위로 휘어져 올라가 모부(帽部)가 좁다. 따라서 머리에 쓴다고 하기보다는 머리에 얹어 놓은 정도이다. 따라서 초립 밑으로 망건과 그에 딸린 부속품이 보이기 마련이며 머리 치장이 화려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신윤복의 또 다른 작품인 야금모행에서도 초립은 정수리에 간신히 올려져 있다. 때가 겨울이므로 초립 밑으로 양면에 털이 일어나도록 짠 남 융사 풍차를 초립 밑에 받쳐 놓았는데 풍차의 가장자리 부분에 모선을 댄 후 귀 막음 부분을 뒤로 젖힌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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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금모행의 별감
야금모행의 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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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끈은 머리 위에 초립을 고정시키는 것으로 턱 밑에 맺는 것이다. 그러니 갓끈은 실용적인 직물로 만들었어야 할 터인데 갓끈 역시 수를 놓은 비단으로 만들었으니 장식을 무엇보다 우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초립 자체로는 사치를 하였다거나 멋쟁이라고 일컬을 수 없으나 눈에 띄는 주황색을 사용한 것과 초립 밑으로 보이는 망건, 관자, 풍잠, 방한모 등의 호사가 놀라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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