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09권 옷차림과 치장의 변천
  • 제5장 전통 사회의 패션 리더들
  • 4. 조선의 멋쟁이, 별감
  • 각양각색 놀라운 허리 치장
이민주

남자들의 허리 치레에는 허리띠, 주머니, 장도, 치아통 등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허리띠를 언제부터 치레거리로 썼는지는 명확하지 않으나 부여에서 금, 은으로 허리를 장식하였다는 기록을319)『진서』 권79, 부여전. 시작으로 여자보다는 남자들이 금속류 허리띠를 많이 착용하였다. 그러나 남자들의 저고리가 차츰 짧아지면서 허리띠를 몸 치레거리로 이용하는 일이 드물어졌으며, 관복의 각띠와 일부 겉옷의 색실띠를 겉에 내놓음으로써 치레를 겸한 허리띠는 자 취를 감추게 되었다.

이에 허리 치레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 것이 바로 주머니와 장도(粧刀)이다. 주머니는 원래 여러 가지 소지품을 건사하기 위한 목적에서 만들었다. 우리나라의 복식에는 서양 의복에서와 같이 봉제선상에 있는 주머니가 없기 때문에 별도의 주머니를 만들어 바지 허리에 매달면서 허리 치레가 화려해지기 시작하였다. 이는 흰색 바지저고리가 기본인 단조로운 의상에서 모양과 색이 다양한 주머니를 통해 의복의 활기를 주고자 하였을 것이다.320)이민주, 「외국인의 눈에 비친 개항기 복식 문화」, 『한국의상 디자인학회지』 제7권 1호, 2005, 108∼109쪽.

주머니는 모양에 따라 각이 진 귀주머니, 둥근 모양의 두루주머니가 있다. 주머니는 비단이나 무명을 주로 사용하였지만 종이, 소가죽, 양가죽 등 소재가 다양할 뿐 아니라 부귀와 장수를 기원하는 길상문을 수놓거나 금박을 찍어 화려함을 더하였다.

주머니 입구 부분을 조이는 매듭 끈은 당팔사를 많이 사용하였으며, 매듭은 국화매듭, 매미매듭, 도래매듭 등을 맺고 낙지발술이나 봉술을 달기도 하고 다남을 기원하는 뜻의 연밥이나 괴불 등을 만들어 장식으로 달았다.

남자들의 놀라운 허리 치장을 「한양가」의 별감 허리 치레에서 확인해 보자.

중둥치레 볼짝시면 우단 대단 도리불수

각색 줌치 묘히 접어 나비매듭 별매듭에

파리매듭 도래매듭 색색으로 꿰어 차고

오색 비단 괴불 줌치 약낭 향낭 섞어 차고

이방전 대방전과 금사향 자개향을

고름마다 걸어차고 대모장도 서장도며

밀화장도 백옥장도 안팎으로 비껴 차고.

우단과 대단은 주머니를 만드는 비단의 일종이다. 별감은 도리불수 무늬가 있는 여러 가지 색깔의 귀주머니를 차고 있다. 도리불수는 복숭아와 배꽃·불수의 무늬가 새겨진 옷감을 가리키는 것이다. 그러나 조선시대 도리불수문을 유물에서는 찾아볼 수 없기 때문에 도류불수의 잘못된 표기가 아닌가 한다. ‘도류불수(桃柳佛手)’는 조선시대 삼다문이라고도 부르는 천도·석류·불수감(佛手柑)의 문양을 일컫는다. 장수를 상징하는 복숭아와 자손의 번창함을 상징하는 석류, 그리고 복을 기원하는 불수는 조선시대에 가장 흔하면서도 인간의 염원을 가장 잘 반영하고 있는 무늬라 할 수 있다.

도류불수 무늬를 넣어 직조한 두텁고 윤기 나는 고급 비단주머니에 끈목을 사용하여 나비매듭, 별매듭, 파리매듭, 도래매듭 등 여러 가지 모양을 매고 죄어 다양한 매듭을 만들고 있다. 주머니에 사용되는 끈은 주로 여덟 가닥의 실을 사용하며, 여러 가지 매듭을 맺는데 도래, 나비, 벌 등은 주로 궁중에서 사용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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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불
괴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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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네모진 비단 색 헝겊을 귀나게 접어 꿰매어 그 속에 솜을 통통하게 넣고 가장자리에 수를 놓아 아름답게 꾸민 괴불 줌치와 네모난 갑 안에 이방전, 대방전과 같은 중국산 향과 약을 넣은 금사향, 자개향을 고름마다 차고 부녀자나 아이들의 실용과 장식을 겸한 색색의 노리개도 차고 있어 그 화려함이 최고치에 달하고 있다.

그런데 별감이 장도는 왜 찼을까? 장도는 여성의 호신용 무기로 자결하거나 적에 대처하기 위하여 차던 것으로, 조선시대 부녀자의 대표적인 장신구이다. 그러한 호신용 장도에 최고급 보패류를 달아 착용한 이유가 무엇일까? 지금까지는 주머니나 그에 딸린 매듭, 술, 노리개 등을 비단으로 만들어 화려하게 꾸미는 것이었으나 실제로 값나가는 대모, 밀화, 백옥, 물소 등의 보석류는 장도에서 그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따라서 각양각색의 화려한 비단주머니, 값비싼 보패류 노리개, 중국산 약이나 향을 넣은 갑 등은 호사의 극치를 보여 주기 위한 것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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