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09권 옷차림과 치장의 변천
  • 제5장 전통 사회의 패션 리더들
  • 5. 조선의 커리어우먼, 기생
  • 의도된 속옷의 노출
이민주

우리 옷은 남녀를 불문하고 유교적인 관념에 의하여 포피성(包皮性)이 강화되었다. 그것은 여자의 속옷 착장에서도 확인되는 바이다. 그러나 실제 여러 겹의 속옷을 착용한 후 발현되는 여성들의 하의 실루엣은 오히려 치마를 풍성하게 보이게 함으로써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어 내게 되었다. 여성들의 속옷 착용은 다리속곳과 바지, 단속곳을 비롯하여 성장(盛裝)인 경우 너른바지와 무지기, 대슘치마에 이르기까지 하체를 강조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것이 되었다. 특히, ‘무지기치마’는 저포로 만드는데 이는 저포의 재질상 여러 겹을 하였을 때 무지기치마의 형태를 잘 유지하여 치마를 부풀리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극단으로 짧아진 저고리의 도련 선을 따라 걷어 올려진 치마에 두른 허리띠는 속옷의 노출을 의식적으로 의도하고 있다. 기생의 치마 밑단 아래로 보이는 다양한 속옷의 외의화(外衣化)는 속 옷의 다양성과 장식성에 관심을 갖게 한다. 치마의 착장법에서 별도의 허리띠를 사용함으로써 치마 밑으로 보이는 단속곳이나 누비바지의 드러나는 부분을 비단으로 장식한다. 즉, 치마 밑으로 보이는 단속곳의 아랫부분만을 비단으로 장식한 것은 이러한 노출이 계획적이고 의도되었음을 알게 해준다.

동아 대학교 박물관에 소장된 미인도에서 살짝 걷어 올린 옥색 치마 밑으로 소색의 단속곳이 보이고 단속곳 안에 연한 갈색의 바지가 보인다. 우리 옷의 착장 효과는 옷을 껴입음으로써 정숙성이 돋보이는 복식 구조를 취하고 있으나 겉옷을 걷어 올림으로써 속옷이 자연스럽게 노출되는 것은 정숙성에 대한 반발로 새로움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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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도
미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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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올라간 저고리의 도련 선을 대신하여 상하 비례의 균형을 잡아 주며, 안정적으로 치마를 감아 입었던 착장법은 오히려 속옷이 드러나 보이면서 자연스러운 성적 충동을 유발시킨다. 풍성하게 걷어 올리는 치마의 착장법은 짧아진 저고리 아래 속살의 노출과는 달리 여러 개 껴입은 속옷을 계획적으로 보여 줌으로써 좀 더 은근하면서도 극적인 에로티시즘을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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