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10권 자연과 정성의 산물, 우리 음식
  • 제2장 국가 의례의 음식
  • 2. 경건하면서도 기쁘게 제사를 지내다
  • 제기를 알면 음식이 보인다
임혜련

종묘 제례는 가장 큰 대사에 속하는 만큼 규모 또한 매우 컸다. 원래 제사의 대상은 신(神)이다. 신은 혼(魂)과 백(魄)이며, 사람이 죽으면 혼은 하늘로 올라가고, 백은 무덤으로 들어간다. 그리하여 혼을 모시는 곳은 사당이고, 백을 모시는 곳은 묘(墓)가 되는 것이다. 제사를 지낼 때는 향을 피워서 혼을 불러오고, 술을 땅에 따르는 것은 땅에 들어간 백을 모시는 수단이다.68)윤방언, 『조선 왕조 종묘와 제례』, 문화재청, 2002, 115쪽. 종묘 제례는 국가의 가장 중요한 제사였던 만큼 많은 음식을 제수(祭需)로 차렸다. 이러한 제수는 다양한 제기(祭器)에 담아 올렸는데, 종묘 제례에 쓰는 제기의 종류로는 변(籩)· 두(豆)·조(俎)·보(簠)·궤(簋)·등(㽅)·형(鉶)·작(爵)이 있다. 이들 제기는 제수의 종류·특징과 연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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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변은 대를 엮어서 만든 제기로 과실이나 포를 담는 제기이다. 변에 올린 과실로는 말린 대추(乾棗), 밤(栗黃), 개암나무 열매(榛子), 마름 열매의 씨(菱仁), 가시연꽃 열매의 씨(芡仁) 등이 있다. 개암나무 열매는 땅콩이나 호두의 고소한 맛이 나며, 마름 열매는 말률(末栗)이라고도 부르는데, 녹말과 단백질이 함유된 열매이다. 포는 물고기를 말린 포(魚鱐)와 사슴고기를 말린 포(鹿脯)를 썼다. 이 밖에도 변에는 인절미(粉餈), 미숫가루떡(糗餌), 흰떡(白餠), 흑색떡(黑餠)의 네 가지 떡을 놓았다. 여기에는 형염(形鹽)이라는 호랑이처럼 생긴 굵은 소금이 함께 놓았다. 이렇듯 종묘 제례에서는 모두 12기의 변을 제사상의 좌측에 두 줄로 놓았다.

두는 나무로 만든 제기이다. 형태는 변과 같으며, 주로 물기가 있는 제수를 담아서 올렸다. 두에 올리는 제수는 야채, 어류, 육류를 아우르는 다양한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선 김치류인 저(菹)와 젓갈인 해(醢)를 올렸다. 해는 고기를 절인다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고기를 썰어서 소금을 섞어 절게 한 음식이다. 종묘 제례에는 쇠고기절임(醰醢), 사슴절임(鹿醢), 토끼절임(兎醢)이 육류 절임으로 올려졌다. 어류 절임으로는 어해(魚醢)를 올렸는데, 어해는 잘게 썰어서 절이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를 통째로 절여서 올린 것으로 보인다. 또한 돼지 갈비를 익힌 돈박(豚拍)과 소의 위를 익힌 비석(脾折)을 올렸다. 그리고 이식(酏食)이라고 하는 술떡도 두에 담아 올렸다. 이렇듯 종묘 제례에서는 12기의 두를 제사상의 우측에 두 줄로 놓았다.

변과 두는 모양새는 같으나, 만든 재료가 나무와 대나무로 달랐고, 여기에 올리는 음식 또한 마른 음식과 물기 있는 음식으로 달랐다. 그러나 변과 두에 담아서 올리는 음식은 물과 땅에서 나는 물건으로 하되, 맛을 더하기 위해 첨가물인 소위 조미료를 쓰지 않도록 하였다. 또한 변과 두는 각기 12기씩 모두 24기를 사용하여 많은 음식을 담고 있는데, 이는 많은 것을 소 중히 여기는 사람의 마음이 신명(神命)과 사귀는 도리였기 때문이라고 한다.69)『예기』 11편, 교특생(郊特牲).

조는 나무로 만든 네모난 그릇으로 여기에는 희생(犧牲)인 생고기와 희생의 내장을 익혀서 올렸다. 특히 익힌 희생의 내장은 제례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올렸다. 즉 신을 부르는 신관례(晨祼禮)를 마친 후에 천조관(薦俎官)이 인솔하여 올리는 제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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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궤·등·형(위쪽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보·궤·등·형(위쪽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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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와 궤는 각각 곡식을 담는 제기이다. 보는 안이 둥글고 바깥이 네모졌으며, 쌀과 수수(稻粱)을 담아서 올렸다. 궤는 보와 모양새가 안팎이 바뀐 형태이다. 즉 바깥쪽이 둥글고 안쪽이 네모진 제기로 기장과 조(黍稷)를 담아 올렸다.

등과 형은 모두 국을 담는 제기이다. 등에는 대갱(大羹)을, 형에는 화갱(和羹)을 담았는데, 화갱에는 조미한 나물을 더하였다. 즉 조미료를 사용한 국을 화갱이라고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70)이상의 제기와 제수에 대해서는 『종묘의궤(宗廟儀軌)』 종묘오향대제설찬도설(宗廟五享大祭設饌圖說) 奎14220의 그림과 설명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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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수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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