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뢰의 교배례에서 세 번에 걸쳐 마시는 술과 함께 음식으로 올리는 것이 초미(初味)·이미(二味)·삼미(三味)이며 이를 미수(味數)라고 한다. 이들 음식은 사옹원(司饔院)에서 담당하여 조리하였다. 한 번에 여섯 종류의 음식을 올리는데, 1802년 순조와 순원 왕후의 혼례 때에 올린 미수를 알아보면 표 ‘순조와 순원 왕후 혼례 때의 미수’와 같다.
표를 보면 초미·이미·삼미에서 바뀌는 음식은 추복탕·세면·어만두임을 알 수 있다. 그 밖에는 병류, 전적류, 과실류, 수정과가 함께 올라갔다. 추청은 떡(餠)을 찍어 먹기 위해 종지에 담은 꿀이다. 즉 교배석에서 술을 마신 후에 먹는 안주로 중심이 되는 음식은 추복탕·세면·어만두의 탕류로 보이며, 이것을 먹은 후에는 떡과 전이나 적을 먹고 후식으로 과일과 수정과를 먹었음을 알 수 있다.
구분 | 내 용 | |
초미 | 추복탕(推鰒湯), 산삼병(山蔘餠), 생치적(生雉炙), 추청(追淸), 실백자(實柏子), 수정과 | |
이미 | 세면(細麵), 송고병(松古餠), 전유어(煎油魚), 추청, 실생률(實生栗), 수정과(水正果) | |
삼미 | 어만두(魚饅頭), 자박병(自朴餠), 생치전체소(生雉全體燒), 추청, 대조(大棗), 수정과 | |
✽『순조순원후가례도감의궤(純祖純元后嘉禮都監儀軌)』, 「일방의궤(一房儀軌)」, 사옹원(司饔院). |
초미에 올리는 추복탕은 살짝 두드려 가며 말린 전복인 추복을 병아리보다 조금 큰 닭(鷄兒)과 함께 끓이다가 계아가 익으면 꺼내어 살을 발라내어 넣고 끓인 국이다. 산삼병은 찹쌀가루에 산삼을 갈아 넣고 꿀과 함께 반죽하여 지져낸 떡이다. 이미에 올리는 세면은 녹두가루로 만든 면을 표고버섯 썬 것과 함께 물에 넣어 삶은 국수이다. 송고병은 소나무 속껍질을 벗겨서 절구에 잘 찧어서 찹쌀가루에 넣고 꿀과 함께 참기름에 지져낸 떡이 다. 삼미의 어만두는 만두소로 생선살을 주로 하여 만든 만두인데, 녹말가루에 굴려서 쪄냈다. 자박병은 찹쌀가루를 반죽하여 밤톨만큼 떼어내어 빚은 후에 흰 콩고물과 꿀로 만든 소를 넣어 송편같이 만들어 지져낸 떡이다.87)김상보, 『조선 왕조 혼례 연향 음식 문화』, 신광 출판사, 2003, 325∼328쪽.
미수를 올리는 동안 상 양쪽 옆에도 술안주를 올리는데, 중원반(中圓盤)과 과반(果盤)을 놓고 사방반(四方盤)에도 안주를 차려 함께 올린다. 이때에 올린 안주들은 주미(酒味)라 부른다. 중원반과 사방반은 동뢰가 진행되는 동안 한 차례 올린다. 반면에 과반은 사람마다 세 차례씩 올려지는데, 미수가 바뀔 때마다 과반도 함께 새로 올렸던 것으로 보인다. 사방반·중원반·과반은 대개 마른 안주류와 과일로 구성이 되어 있는데, 표 ‘순조와 순원 왕후 혼례 때의 주미 구성’과 같다.
광어절·문어절·대구어절·쾌포절·건치절·인복절·전복절은 모두 절육(折肉)이다. 절육은 광어·문어 등 재료로 쓰는 것들을 양념하여 말린 후에 가위로 잘라 꽃·봉황의 모양으로 만든 것이다. 일종의 마른안주로 맛뿐만 아니라 보는 즐거움도 함께 했다고 할 수 있다. 전유어(煎油魚)는 생선을 포로 떠서 녹두가루를 입혀 참기름에 지진 것이다. 과반에는 이들과 함께 밤·잣 등의 견과류를 함께 올렸음을 알 수 있다.
구분 | 내 용 | |
사방반 | 광어절, 문어절, 대구어절, 쾌포절, | |
중원반 | 건치절, 인복절, 전유어 | |
과반 | 문어절, 건치절, 전복절, 약과, 생이, 실백자, 실생률, 건정과 | |
✽『순조순원후가례도감의궤』, 「일방의궤」, 사옹원. |
동뢰를 마치고 나면 왕과 왕비는 옷을 갈아입고, 왕과 왕비의 시중은 각각 상대방의 동뢰 때 쓰고 남은 음식을 싼다.88)『국조오례의』 권4, 가례, 납비의. 이처럼 술안주로 올린 미 수는 동뢰의 중심이 되는 의례인 교배례와 합근례를 치르면서 먹는 음식인 만큼 상징성이 있다. 곧 미수의 음식들은 술안주이기는 하지만, 부부가 연을 맺고 평생을 살아가는 데 중요한 덕목인 절개·다산·금슬·장수를 상징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