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10권 자연과 정성의 산물, 우리 음식
  • 제2장 국가 의례의 음식
  • 3. 왕과 왕비가 혼인하다
  • 시부모에게 인사드리는 조현례
임혜련

왕과 왕비의 혼례에서 시부모님께 인사를 드리는 조현례(朝見禮)는 가례도감의궤로 기록된 이후의 예를 살펴보면 순조와 순원 왕후의 혼례가 처음이다. 조현례는 국혼에서 본래 왕세자의 혼례 때만 행하던 절차였다. 왕세자의 혼례 때에 세자빈은 시부모인 왕과 왕비에게 인사드리는 조현례를 행했는데,100)『국조오례의』 권4, 가례, 왕세자납빈의. 이때 시아버지인 왕에게는 대추를, 시어머니인 왕비에게는 포를 폐백 음식으로 올렸다.

그러나 왕과 왕비의 혼례에서 왕비는 조현례를 올리지 않았다. 이는 대개 왕은 세자 시절에 혼례를 치르기 때문이었다. 즉위하여서 혼인을 치르는 경우는 첫 번째 왕비가 승하하여 계비를 맞이할 경우인데, 이때는 조현례를 치르지 않았다. 또한 왕과 왕비가 혼례를 치를 때 시부모가 계시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그렇지만 순조와 순원 왕후의 혼인은 세자 시절이 아니라 즉위한 후에 치른 혼례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후 왕의 혼례는 모두 즉위 후에 초혼을 치르게 되었다.101)임혜련, 「조선 중·후기 왕의 혼례와 친영」, 『숙명 한국사론』 3, 2003. 그런 만큼 조현례 의례도 순조와 순원 왕후의 혼례를 계기로 새롭게 정비된 것으로 보인다.

1802년 순조와 순원 왕후의 혼례에서는 ‘양전조현례(兩殿朝見禮)’를 치렀다. 이때 양전은 대왕대비였던 정순 왕후(영조의 계비)와 왕대비였던 효의 왕후(정조의 비)였다. 양전조현례에서는 시아버지인 정조가 이미 승하하고 없기 때문에 포만 올렸는데, 이때 올린 포를 단수포(腶脩脯)라고 한다. 단수포는 고기를 얇게 저며 썰어 생강과 계피를 뿌린 다음 두들겨 말린 포이다. 단수포를 올린 이유는 여러 종류의 과일과 건육류가 부인들의 선물로 사용되던 데에서 기인한 듯하다.102)김상보, 앞의 책, 2000, 102쪽. 단수포 외에 술로서 향온주(香醞酒)가 올렸으며, 술안주는 동뢰연에 올렸던 과반과 내용이 같았다.103)『순조순원후가례도감의궤』, 일방의궤, 사옹원(司饔院). 이렇게 술과 안주, 시부모에 대한 선물의 의미로 단수포를 올리고 절을 함으로써 이제 막 혼인을 치른 왕비가 웃전에게 인사를 드리고 왕실의 가족으로서 첫걸음을 걷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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